누군지 모를 익명의 히어로 씨, 반갑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히어로 MBTI를 알고 계신가요?


모르신다고요? 뭐, 그럴 수 있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히어로의 성향을 동기, 주안점, 활동 방식, 대외적 활동이라는 네 기준에 맞춰 구분하는 성향 테스트입니다. 귀찮아하실 것 없이 각 성향의 설명을 충분히 숙지하시면 자신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도록 설계해뒀으니 글을 읽기만 하시면 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1. 동기: 정의(J) - 효용(U)


첫 성향은 바로 동기입니다. 정의와 효용 중 무엇을 동기로 삼냐에 따라 나뉘죠.


히어로라면 다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거 아니냐고요? 결과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정의는 "동기로 삼는" 정의, 즉 정의감에 가깝습니다. 아니면 결과적 정의가 아닌 방법적 정의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아무리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라고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의감이 투철하거나 정의로운 방법만 고수하는 경우죠.


반면 효용을 따지는 히어로는 결과만 좋으면 장땡입니다! 물론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의 희생은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다만 더 큰 가치를 위해 정말 어쩔 수 없이 희생되는 사람은 존재한다는 거죠. 극단적인 U 성향으로 알려진 히어로, 마르틴 케이지는 "최선의 결과를 고집하다가 마주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이다."라며 단순히 정의감만으로 움직이는 히어로들을 강렬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2. 주안점: 보호(S) - 처벌(P)


두 번째 성향은 주안점입니다. 어떤 활동을 주안점으로 삼냐에 따라 갈리죠.


보호를 주안점으로 삼는 히어로는 빌런을 잡기보다는 시민을 보호하곤 합니다. 사실 히어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어로 역사학 때 배우지 않습니까? "모든 히어로는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서 시작해 사회를 보호하는 것으로 나아갈 뿐이다. 범죄자를 직접 처벌하는 히어로는 극히 드물었다."라고요. 애초에, 시민을 보호하지 않는 히어로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하지만 히어로의 생각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정의감이라는 이름의 분노를 못 이기거나, 오히려 매우 이성적으로 판단해 시민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거나 해서 처벌 성향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극단적인 P 성향 히어로는 사적 제재를 가할 때도 있다고는 합니다. 시민들의 눈치를 봐서인지 히어로 협회는 이런 히어로에게 보호를 주안점으로 삼으라고 강권하고 있지만, 확실히 제지를 하는 경우는 없더군요.


3. 활동 방식: 집단(G) - 개인(I)


세 번째 성향은 활동 방식입니다. 집단적으로 활동하는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오해하진 마세요!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무조건 G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차이는 "소속감"에서 발생합니다. 자신이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집단을 존중하며 어느 정도는 집단에 맞춰줄 수 있는 히어로가 G 성향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G 성향 히어로는 소속감을 넘어서 일체감을 느끼며 집단에 완전히 복종하곤 하지만, 1차 히어로 전쟁 때문에 이런 부류의 히어로는 많이 적어진 듯합니다. 국가 소속 히어로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것이라며 당시 체제가 큰 비판을 받기도 했죠.


이 여파로 히어로라면 무조건 무국적자로 여기게 하는 전통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무국적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국가의 영향력을 덜 받도록 협회가 신경 써 주고는 있죠. 아, 맞다. 전쟁 이전에는 약세였던 히어로 협회가 성장한 것도 전쟁의 영향이 컸다는 말도 있습니다. 협회는 무국적 단체에다가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니까요. ...잡설이 너무 길었나요? 아무튼 이런 배경을 통해 탄생한 것이 I 성향의 히어로입니다. 이 중에는 실제로 무국적자인 분도 있어요. 국적이 필요할 때는 협회에서 임시로 "협회 국적"을 발급 받아서 활동하더라고요. 협회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완전히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분도 있고요.


4. 대외적 활동: 활발(A) - 은밀(C)


네 번째 성향은 대외적 활동입니다. 얼마나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지에 따라 결정되죠.


실제로 유명하냐와 무관한 성향입니다. 슬픈 사실이지만, 매우 활발하게 활동해도 그닥 유명하지 않은 히어로도 충분히 많아요. 반대로 최대한 은밀하게 활동하는데 엄청나게 유명한 경우도 많죠. 물론 은밀하게 활동하다보니 정확히 어떤 히어로인지는 몰라도 "이번에도 사람을 구한 가면의 히어로!"라는 식으로 유명해지긴 하겠죠.


극 A 성향으로 아이돌 활동도 겸하는 히어로인 하나감 유아이는 "단순히 사람을 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쁘게 하는 것도 다른 형태의 히어로 활동 아닐까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람 구하러 다니기도 바쁜데 속 편하게 아이돌 활동이나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저는 저 히어로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빌런만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돌 활동도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마무리


신나서 이런 내용 저런 내용 말하다보니 소중한 히어로 씨 시간을 너무 쓴 게 아닐까 걱정되긴 하네요. 하지만 이왕 써버린 거 더 알뜰하게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다 말하게 되긴 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모든 성향을 설명 드렸는데 자연스럽게 떠오른 성향이 있으신가요? 그 성향이 당신의 성향일 겁니다. 혹시 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의 히어로 활동에 행운이 있길 바라며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