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이렇게 재밌는 떡밥이 돌고 있었다니!!!


나는 개인이 지닌 능력을 톱니바퀴, 전투를 하나의 기계장치라고 생각했을 때

재능 - 타인의 톱니바퀴를 복제하고 자신에게 맞게 깎아내는 것

전투센스 - 자기가 지닌 톱니바퀴를 최적의 방식으로 배치하고 짜올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이해하고 있었음


아래는 위 기반으로 영감이 떠올라서 끄적여본 전투센스 vs 재능 단편읾…

재밌게 봐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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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전투센스는 다르다.’


이세계 전이 약 7년차, 

사각의 빈틈을 파고드는 찌르기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흘려낸 김쵸붕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갑작스러운 죽음, 눈앞에 나타난 신적 존재, 특별한 능력과 함께 펼쳐진 검과 마법의 세계.

이제는 너무 많이 반복되어 식상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야기.

소설이었다면 프롤로그만 읽어도 엔딩까지의 플롯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전개였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김쵸붕에게 있어서 그 흔해빠진 이야기는 더이상 한낱 글줄이 아닌 현실이었고. 

이 세상에 특별한 능력을 들고 떨어진 것이 그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 . . . . . . . . 

그가 이 세계로 떨어지며 신에게 받은 능력은 두가지.

하나는 압도적인 재능이요, 다른 하나는 인지필터였다. 


재능라 함은 말 그대로의 재능이었다. 

신적인 존재가 직접 압도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재능.


한번 보는 것으로 습득한다. 두번 보면 체화하며, 세번에 이르면 완숙에 이른다. 

불합리를 뛰어넘는 불합리. 

다른 이들로 하여금 질투와 경외를 넘어 미지를 바라보는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재능. 


너무나도 단순하기에 더없이 강력한 그 힘은 그가 직접 쓰임새를 고민할 필요 조차 없었다.

그가 받은 다른 하나의 힘과는 다르게 말이다. 


인지필터.

세상을 자신이 보고싶은 모습으로 볼 수 있는 힘.


처음에는 스스로의 인지를 비틀어 버린다는 이 힘을 별 생각 없이 단순하게 사용했다. 

전생 초기, ‘현대인’ 기준으로 감당하기 힘든 장면을 검열하거나 세상을 애니메이션 풍으로 바꿔 돌아다니는 등.

외부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기에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해 보았더랬다. 


그러기를 수 년.

보이지 않는 참격을 날린다는 마물을 상대로 필터를 씌워 공격을 덧칠해 피해낸 끝에 떠올릴 수 있었던 발상.

공감각의 시각화.


바람의 흐름과 방향, 냄새의 흐름, 소리의 반사에 이르기까지.

뭇 영상매채에서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그것들. 

일반적으로 결코 볼 수 없으나 느낄 수는 있는 요소들의 시각화.


처음에는 바람의 흐름을 보는 것에 그쳤으나 그 범위는 점차 넓어져 이제는 전투의 흐름 자체를 하나의 대상으로써 필터를 씌울 수 있게 되었다. 

급류와 급류의 충돌부터 상대방의 능력을 알기 쉽게 가시화해 이어붙인 키메라끼리의 전투까지,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정말 수없이 많은 필터를 사용해보았다. 


그 끝에 이르러 지금 김쵸붕의 눈앞에 펼쳐진 전투는 정교한 기계장치의 움직임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서로가 서로에게 필연적인 움직임을 강요한 끝에 어느 하나가 움직임을 멈출 때 까지 동작을 계속하는 기계장치.


가진 바 능력이 다양할 수록 톱니바퀴의 수가 늘어난다.

그 능력이 강대할 수록 톱니바퀴가 거대해진다.


무릇 톱니바퀴란 서로의 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동작한다고 말할 수 있음으로.

톱니바퀴로 치환된 힘의 충돌은 쵸붕으로 하여금 정교한 기계장치를 보며 느끼는 것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유일하게 거기서 벗어난 것이 있다고 한다면 쵸붕 자신이 직접 전투에 나설 때 였다. 

거대한 하나의 톱니바퀴가 다른 부품을 찍어뭉개고, 수많은 톱니 사이에 낀 부품이 마모되어 뜯겨나가는 것을 기계장치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번 본 것으로 새로운 톱니바퀴를 만들어낸다. 두번 보면 자신에게 맞게 톱니바퀴를 깎아내고 세번에 이르면 자신의 것 처럼 사용한다. 

신적인 존재가 압도적이라 수식한 재능에는 그정도의 힘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직접 전투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상대방의 카드를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카드게임이란 결과를 정해둔 채 카드를 뽑고 내려놓는 반복작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철커덩


기계장치 속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부쉈다. 

실제로 그러한 소리가 난 것은 아니다. 

단지 그가 공감각을 시각으로 치환하였듯이, 극한에 이른 집중 속에서 그의 시각 또한 다른 감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을 뿐.


방금 들린 소리 또한 상대방과 자신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이 소리의 형태로 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명백히 그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이걸로 몇번째지?’


앞서 말했듯이 그의 눈에 비친 전투는 하나의 정밀한 기계장치이며, 개개인의 능력은 장치를 구성하는 톱니바퀴따위의 부품에 가깝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강자라면,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정교하게 설계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주력기라 부를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부터 그것을 보조하는 수많은 부속품들로 이루어진 정교한 구조물.

쵸붕의 눈에 비친 강자란 개인이 곧 전투라는 기계장치를 구성하는 부품인 동시에 그 자채로 완성된 하나의 기계장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강자들 사이의 전투는 오히려 어중간한 강자끼리의 전투보다 그 결과를 예측하기 쉽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설계한 그 정밀한 구조란 쉽게 바꿀 수도, 바꾸어서도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첫번째 맞물림만 보고도 그 이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김쵸붕은 눈앞의 상대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생각했다. 


‘또 구조가 바뀌었어.’


자기를 그와 같은 ‘전생자’ 출신이라고 소개한 남자. 

그에게 재능과 인지필터의 힘을 내어준 존재로부터 [절대적인 전투센스]를 받아냈다고 말한 그는 달랐다. 


능력과 능력이 맞물리는 방식부터 전체적인 모양, 심지어는 각 톱니바퀴의 모양에 이르기 까지

불과 1분 전의 그와 비교해 보아도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차이이며 심지어는 실시간으로 그 형태를 바꾸고 있다. 

정밀한 기계장치가 아닌 부품들로 이루어진 폭풍이라고 불러 마땅한 모습.


작동중인 기계장치의 부품을 뽑아내어 다른 곳에 연결하는 것은 미친짓이다. 

거기에 자신의 목숨이.걸려있다면 더더욱.


하지만 상대방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그를 밀어붙이고 있기까지 했다. 


-까드득


톱니바퀴의 이가 갈려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그의 기계장치에서 하나의 톱니바퀴가 떨어져 나왔다.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단검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그 톱니바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 전투에서 암기는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하나씩, 하나씩, 

눈앞의 상대는 매번 최적의 형태로 부품을 배치해 그를 압박해왔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순간, 가장 취약한 지점에 아주 작은 이물질을 끼워넣는 것으로 쵸붕의 톱니바퀴를 불량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이 [전투센스]

그가 지닌 [재능]과는 다른, 전투를 지배하는 또다른 힘.


하지만 그 또한 마냥 당하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톱니바퀴에서 거친 마찰음이 들려온다. 

실시간으로 새로운 톱니바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와 달리 상대방의 부품은 한정되어 있다. 


이미 잃어버린 부품에 대한 미련은 빠르게 접고 남아있는 것들로 새롭게 기계장치를 짜올린다. 


모든 기계장치의 기능을 지닌 기계와 모든 기계장치를 파괴하는 기계.

어느쪽이 더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장치의 신)]에 어울리는지 알게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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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술술 써졌네?! 역시 글은 삘이 꽂힐 때 빡 하고 써버려야 해!!


그런데 쵸붕들 전투센스랑 재능 가지고 논쟁할 필요 있음?

둘 다 들고가면 되는거잔아…?


아무튼 긴 글 읽어줬다면 고맙고 다들 좋은 주말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