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일지는 위대한 엘프 탐험가, 에이벨스의 일지를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퇴고한 수정본이다. 당신도 이 일지를 읽고 모험심을 다시 한번 불태워 보시라!)


- 나도 드디어 100살! 마침내 숲을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비록 그 아이는 싫어하는 눈치지만, 그래도 누구나 생각은 다르니까.


- 정 숲을 떠나야겠다면 서쪽으로 향하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록의 자손을 뒤로 하는 입장으로서 차릴 수 있는 마지막 예의랄까.


- 숲 밖에 도착하자마자 길 주위로 펼처진 드넓은 들판? 평지? 어쨌든 그런 지역을 마주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같은 종류의 식물만을 심어 놓은 것 같은데, 하나같이 식용이었다.


- 며칠 정도 똑같은 풍경만을 보며 걷다 보니 저 멀리서 뾰족하게 솟아오른 인공물이 보인다. 근처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물어보니, 저것은 '마탑'이라고 하나 보다. 어떤 곳인지 한번 가 볼까?


- 하루 종일 걸어서야 마탑에 도착했다. 가까이만 가도 상당한 마력이 느껴지는데, 대단한 마법사가 사는 곳인가 보다! 어쩌면 오랜만에 침낭과 보존식 대신 따스한 침대와 식사를 기대할 수 있겠다.


- 마탑에 마법사가 있는 건 맞지만, 강력한 한 명의 마법사가 아닌 여러 명의 마법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 그들은 날 내쫓으려 했지만, 내 마법 실력을 보더니 무례를 범했다면서 날 들여보내 주었다.


- 마탑은 마법을 공부하는 이들이 모인 곳인가 보다. 정확히는 연구라는 말이 어울리겠어. 내가 좋아하는 정령술을 연구하는 마법사도 있었다.


- 다음날 길을 떠나려 하자, 마법사들은 꽤나 아쉬워했다. 내 마법에 대해 더 알고 싶댔나. 하지만 난 마법보다 세상 구경이 더 하고 싶은걸!


- 또 며칠 노숙을 할 무렵, 말 두 마리가 끄는 수레가 나를 지나쳤다. 수레에 탄 노인이 날 보고 어디를 가냐며, 가까운 마을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좀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나도 나름 마법을 쓸 줄 아니까, 괜찮겠지?


- 며칠 걸려 도착한 곳은 작은 마을이었다. 다행히 나쁜 영감탱이는 아니었군. 아니, 애초에 수레를 타고 며칠 걸리는 거리면 걸어가기 힘들어서 도와줄 만 한가? 어쨌든, 저녁 시간대라 조용하긴 해도 그것대로 분위기가 좋다.


- 마을에 며칠쯤 머물며 물자를 보충하고 수소문을 좀 해봤다. 여기는 에르민토르 제국의 동쪽 지역인 모양이다.


- 처음으로 여관에서 고기를 원없이 먹고, 무려 맥주라는 술까지 얻어 먹었다! 엄청 즐거웠다는 점 말고 어제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도 아프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나마 침대에 나 혼자밖에 없어서 다행이다. 신록의 자손에서 3일에 육포 세 조각과 포도주 한 잔이라는 법을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 동부의 중심지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이번엔 걸어가는 게 아닌, 역마차라는 걸 타 볼 생각이다. 말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무려 하루 만에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혹사당하는 말들에게 내 나름의 적당한 보답도 생각해 놓았다.


- 덜컹거리는 역마차를 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이 도시라는 곳을 처음 본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어딜 봐도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덩이와 나무토막, 다양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난 말들이 좋아하는 적설탕 양배추 세 알을 고생한 말들에게 몰래 먹여주고, 대도시에 처음 와본 촌뜨기(누군가 날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처럼 돌아다녔다!


- 좀 돌아다녀 보니, 이곳저곳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흔적이 눈에 띈다. 어두컴컴한 밤에는 환하게 불을 밝히고, 물이 없는 곳에서 물을 쏟아지게 하기도 한다. 마탑에서 마법사들이 이런 걸 위해 열심히 마법을 연구하는 거려나. 누구나 쉽게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낭만적일 지도 모르겠다.


- 으슥한 골목 구석에 젊어보이는 무리들이 모여 있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처음 보는 이파리를 태우고 있었다!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 자연을 이용하는 건 납득할 수 있지만,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자연을 훼손하는 건 아무리 관용적인 나라도 용납할 수 없다! 불태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기에 죽지 않을 정도로만 불로 지져 주었다. 그 후에는 자신들을 위병이라고 소개하는 자들이 찾아와 내게 금화 30닢을 주며 고맙다고 했다. 흐흠, 이 정도쯤이야!


- 도시 이름은 페유에? 폐예?(아직도 정확한 발음을 모르겠다. 쓰는 건 [페예]인데 다들 자기 편한 대로 발음한다.) 성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제국 동부에서 가장 큰 성 중 하나라고 했다! 돈도 있겠다, 이 곳에선 느긋하게 머물며 다음 행선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 지금 당장은 추운 북부와 더운 남부로 갈 수 있는 모양이다. 여름이기도 하니, 북부로 떠나기로 결정하고 길을 떠났다. 안녕, 마법의 땅 에르민토르 동부!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드디어 쓰는 설정글


일단 이번에 쓴 것처럼 지역별로 설정글을 써볼 생각임


근데 설정글을 재밌으면서도 설정 전달 잘되게는 도저히 못쓰겠고, 어느정도 타협한 결과가 바로 글은 글대로 막 쓰고 아래에 따로 설정에 대한 추가설명 하는거


에르민토르 동부가 전형적인 판타지 도시 느낌을 생각한 거라 꼭 풀어야겠다는 설정은 별로 없었음. 굳이 따지자면 마법이 많이 발달한 거랑 범죄율은 낮은 편 정도


아무튼 다음은 에르민토르 제국의 북부를 다뤄볼 예정이니 필력 딸리고 못썼어도 예쁘게 봐주면 고마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