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적인 감각에 익숙하기 때문에 힘이 세져도 규모가 달라질 뿐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현상들이 그대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예를 들어 평범한 일반인이 작은 모형 집을 손으로 드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모형 집은 통째로 들어올려질 거임.


하지만 일반인은 진짜 집을 들 수는 없지. 힘이 약하니까. 그렇다면 집을 들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센 초인이라면 어떨까? 집을 통째로 들 수 있을까?


불가능함. 힘이 아무리 세든 상관없음. 집을 통째로 들어올릴 수 없는 건 힘의 문제가 아니니까. 모형 집은 무게가 가벼워서 한 부분을 잡고 들어올리면 다른 부분까지 같이 딸려서 올라감. 


하지만 진짜 집은 무겁기 때문에 한 부분을 잡고 들어올리면 다른 부분도 같이 들어올려지는 게 아니라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연결부위가 부러져버림. 쉽게 말해 거실을 잡고 집을 들어올리려고 하면 거실만 들리고 부엌이나 방은 그대로 땅에 남아있다는 것.


심지어 이것도 쉽게 설명하려고 왜곡한 거고, 실제로 집을 들려고 하려고 한다면 손으로 잡고 있는 부분의 벽이나 바닥이 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부서질 거임. 아무리 힘이 세든 상관없이.


이건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거임. 가끔가다 기계의 힘으로 집을 통째로 들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반드시 집 밑에 튼튼한 금속 받침대를 미리 깔아놓음. 기계는 집의 무게를 들어올릴 힘이 있어도 집을 이루는 자재는 집의 무게를 감당할 힘이 없기 때문에 받침대가 없으면 집이 들어올려지지 않고 무너져버리거든.


따라서 아무리 힘이 센 초인이라고 해도 다른 초자연적인 설정이 없는 이상 거대한 건물을 들거나 휘두르는 건 불가능함. 설령 부르즈 칼리파를 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도 그 힘을 견디지 못해서 잡은 부분이 부서져버릴 테니까.



위에서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의 한계점을 이야기했지만, 꼭 거기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님. 


이 글의 핵심은, 물리적 현상은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나기 때문에 한 사람의 힘이 아무리 세봤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는 거임.


집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초인이라고 해서 집의 내구도를 올려주는 능력은 없기 때문에 막상 집을 들려고 하면 들리는 대신 부서짐.


차 100대를 집어던질 수 있는 초인이라고 해서 가속도의 법칙을 무시하는 능력은 없기 때문에 차에 치이면 날아감. 물론 그렇다고 다치지는 않겠지만, 몸이 날아가는 건 힘이 아니라 질량에 달렸기 때문에 질량이 큰 차와 부딪히면 상대적으로 질량이 작은 인간이 더 크게 움직일 수밖에 없음.


힘이 셀 뿐만 아니라 질량도 무거워서 괜찮다고? 그러면 지나친 무게가 좁은 면적에 집중돼서 지반이 무너짐. 달릴려고 땅을 발로 박차면 초인이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박찬 부분의 땅이 부서져서 뒤로 밀려나가게 됨.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있으니까.


물리학 잘 모르는 나도 이 정도는 생각할 수 있으니 물리학 아는 사람은 더 많은 예시를 생각해낼 수 있겠지.


요약: 

힘이 아무리 세다고 해도 우주의 물리법칙상 절대 만능은 될 수 없음.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만능이 되고 싶다면 단순한 힘을 넘어선 초자연적 설정을 부여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