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침잠한다.

무의식적인 나에게로의 폭로요.

후회하오? 그렇소. 허나 부끄럽지는 않소.


더 낫길 바라지만- 눈을 감기는 슬프다.

꿈이라는 것은 알고 있소. 지친 날에 인사를 보내오. 굿바이

이제 일어날 시간인지 하다.



처음 보는 천장이다.

낯선 곳에서 미친 듯이 울려대는 머리.

분명히 어제도 술에 취한 채 잠들었으리라.


어제는 분명...

어디에 있었지? 술집? 학교 옆인가? 아니 학교는 어디지?

내가 학교를 다녔던가? 그럼 나는..?


불안은 연기처렴 퍼져간다.

나는 생각 속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 것도 답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뱉은 말에 대답하는 자 또한 없었다.

창문 밖으로 눈발이 성성했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신체적 정보 외에

나에 대해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억을 잃고, 정체 모를 곳에 와서. - 밖은 눈보라가 몰아친다.

살면서 겪을 최악의 일 중 하나일 것만 같다.

만약 살아 나간다면.


(성별: 남자. 성인.)


두통이 잦아들자 이성이 돌아오고 있다.

내면의 침잠보다는 살 방법을 궁리하는게 이득이다.

뒤는 나중에 생각하고, 무엇이라도 찾아보자.


나는 제자리에서 일어섰다.


(1-2. 산장 안을 살펴본다.)


집은 비상 숙소 용도로 지어진 것 같았다. 산장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잡생각을 떨치며 가까운 곳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서랍장이 열려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았다.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물건이 있을 수도.

다행히 서랍은 열려 있었고, 정말로 손전등과 건전지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몰아치는 눈 사이를 지나갈 때나 해가 질 때 도움이 되겠지.

정말로 나가야 하는지는 집을 돌아본 후에 결정할 일이지만,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것은 좋은 일이다.


(2-2. 서랍장 확인 후 손전등x1, 건전지x2 획득)


고개를 돌리다 액자가 눈에 꽂혀왔다.

만약 이 곳이 산장이라면, 사람들이 찍힌 사진이 왜 있을까?

정기적인 산악 동호회인가? 나는 액자에 가까이 다가갔다.


모두는 가슴팍에 사작대학교 문양이 달려있는 학과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동아리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얼굴은 흐릿했다.


최소한 이 장소에 그 학생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2-3. 액자 확인)


걸려 있는 액자를 잡아당겼을 때 손 끝에 작은 틈이 걸렸다.

유리 표면의 미세한 금. 떨어졌던 흔적이라고 보면 누군가가 다시 걸어 놓았다는 소리겠지.


액자를 벽에서 떼자 뒷판에 붙어있는 노트가 보였다. 

'다이어리'라고. 누가 무슨 이유로 남겼는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여러모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2-3,5. 다이어리 획득)


공기가 꽤 쌀쌀해졌다.

밖의 날씨를 보면 여태까지 별로 춥지 않았던 것이 이상한 일이다.


옆의 벽난로를 들여다 보니 아직 불씨가 살아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불씨가 있다니. 내가 일어나기 전에 이 집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다른 사람일지, 아니면 이전의 나인지. 중요한 사실이겠지만 당장 알 길은 없다.


(2-7. 벽난로 확인)


나뭇가지를 뒤섞어 불을 키우니 따뜻한 공기가 훅 풍겨왔다.


조금 풀어진 채로 벽난로 앞에서 거실을 다시 훑어보았다.

더 볼 건 없었다. 다른 장소로 가보자.


(2-8. 다른 방 확인하기.)


침실은 생활감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깨끗했다. 

역시 누군가 최근까지 있었다 - 나는 그렇게 결론낼 수 밖에 없었다.


옷장에는 꽤 두터워 보이는 패딩이 있었다. 

사이즈도 내 체형과 비슷해 보였다.

괜찮은 옷이구만. 추위에도 버틸 수 있겠어.


(3-3. 옷장 확인. 패딩 획득)


다음으로 관심이 간 쪽은 침대 옆 탁자였다.

놓여 있는 라디오는 내가 처음으로 발견한 전자기기였다.


전원을 연신 눌러봤지만 들려오는 건 잡음 뿐이다.

어떤 주파수를 잡아도 똑같은 소리만 들려온다.

라디오가 고장났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이란 소리겠지만. 우선 가지고 가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3-4. 라디오 획득, 3-4.5 라디오 신호 없음.)


거실과 같은 생김새의 서랍장에는 지도가 들어 있었다.

낡아보이는 지도에 쓰여 있는 제작 연도는 93년. 정말로 오래되었던거군....


이 곳이 정말 사람들이 쉬는 장소라면 어째서 이렇게 오래된 지도를 넣어놓은 거지?

차라리 단순한 관리 부실이라면 좋겠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3-5. 오래된 지도 획득)


침실을 모두 보았지만 의문은 훨씬 커져갔다.

그리고 점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이 든다.


우선 다음 장소로 걸음을 옮겼지만, 불쾌감은 여전히 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3-6. 다른 방 확인)


화장실은 일반적인 소규모 호텔 화장실 정도의 크기였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산산조각난 거울이었다.

주변에 핏자국 하나 없다. 손으로 깨진 게 아닌가? 

거울을 깰 만한 충분한 도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 정도의 타격력이 있는 물체면 좋은 무기가 될 텐데.

일단 날카로운 거울 조각을 가지고 가기로 하였다.


(4-1. 세면대 확인, 거울 조각 획득)


화장실 보관함에는... 수건과 세면 도구가 가득했다.

붕대나 천 대신 쓰기 위한 용도로 수건을 좀 챙기기로 했다.


(4-4. 보관함 확인. 수건 획득.)


특이하게도 화장실 내부에 세탁기가 있었다.

희미하게 비춰지는 창으로 빨랫감들이 보였다.

열어보는 것이 좋을까? 나쁜 건 없겠다만... 반드시 열어야 해


옷가지가 더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탁기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한 여성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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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연 중에 느껴지는 불쾌감이 기억의 부재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틀렸다.

그것은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공포의 부류였다.


기억을 잃은 나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나/는 알고 있던 것이다.

벽난로의 불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내쉬는 숨은 살얼음이 끼어 있는 듯 했다.


각오를 다지는 정도가 아니다.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쳐야 한다.


죽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조심스럽게 옷의 주머니 부분을 보았다.

안에는 지갑이 있었다. 

신분증이 있으면 꼭 누군지 찾아 주겠다. 생각하며 잠시 애도를 올렸다.


(4-5. 세탁기 확인. 4-5.5. 지갑 획득)

(4-6. 다른 방 확인)


화장실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주방이 있었다.

나는 조리대부터 보기 시작했다.


....

올려져 있는 것은 칼. 붉은 액체가 묻어있는.

세탁기에 묻어 있는 피와 한 사건에서 나왔으리라.


범죄 증거는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되지만. 이 칼이 날 찌르기는 원하지 않는다.


(5-1. 조리대 확인. 피가 묻은 식칼 획득)


냉장고에는 의외로 어떤 음식도 들어있지 않았다.

맨 아래 과일칸에 들어있는 장화만이 유일한 물건이었다.

10분 전이었으면 웃고 넘어갈 일이었지만 기분이 그러지 못했다.


(5-2. 냉장고 확인. 장화 획득)


오븐에는 로스트치킨이 들어있었다.

살인 자체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던 일인가?

다시 두통이 생기는 기분이다.


(5-4. 오븐 확인. 로스트치킨 획득)


찬장에는 초코바 2개와 보온병이 있었다.

보온병 안의 따뜻한 유자차를 홀짝이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5-5. 찬장 확인, 초코바x2, 따뜻한 보온병)


처음부터 가장 수상한 장소 중 하나였던 지하실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가라앉은 기분으로 거실에 앉았다.

사방이 피로 얼룩진 기분이었다.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식량은 하루 이틀 버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산장 밖으로 걸음을 떼어야 한다. 가야해

그 사실이 가장 우려되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무거워진 몸을 일으켰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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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을 걸치고 장화를 신었다.


여전히 치지직거리는 라디오를 챙기고 지도를 펼쳐 보았다.

지도에는 "산원리"라는 이름이 크게 쓰여 있었다.

기억에 없는 지명이었다.


초코바와 건전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은 후.

손전등을 들고 나갈 준비를 마친다.


마지막으로 일기장 앞에서 고민한다.

누구의 글일지는 모르지만. 생존을 위해서 읽어보는 것이 좋겠지.

간단히 읽어보기만 할까. 무조건 챙겨야 해


표지 뒷면에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정후. 진정후.


깨진 기억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부스러진 가루들이 틈에 녹아들면. 기억이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정후. 저건 내 이름이다.


그렇다는 건, 이건 내 일기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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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이어리를 낚아채 패딩 안쪽에 넣었다.

눈보라는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중간에 쉬면서 천천히 읽어보는 것도 좋겠어.


(물건: 패딩, 장화 착용. 손전등, 건전지, 초코바, 라디오, 지도, 다이어리)


문고리를 잡고 연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문은 이상하게도 잠겨있지 않았지만. 이렇게 눈이 쌓인 날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무언가 끼워 놓기라도 하는 것이 상책이다.


지갑.

지갑. 지갑에 카드가 있었지. 

나는 지갑에서 카드를 몇 장 꺼내 문틈에 끼워넣었다.

이러면 문이 물려버리진 않겠지.


(6-1. 지갑에서 카드를 찾아 문틈에 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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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굽이 눈 쌓인 길을 힘겹게 걷던 중 갈림길이 나타났다.

가지 않은 길인가. 아니면 한 쪽만 가능한가?


우선 왼쪽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어찌어찌 좁은 산길을 비집고 들어갔지만. 그나마 있던 길마저 쓰러진 나무들로 막혀 있었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오는 것도 고역이었다.


(7-1. 왼쪽 길)


후우- 한숨이 절로 토해진다.

그러나 쉴 수는 없었다. 전파가 터지는 곳을 빨리 찾아야 한다. 

이 눈보라 속에서 살인범이 벌써 산을 벗어났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표적이 되어 죽을 수는 없다.


오른쪽 길은 그나마 널찍했고, 막혀 있지도 않았다.


(7-2. 오른쪽 길)


날씨는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

패딩에 부딪히는 바람이 매서워 진다. 품 속 다이어리를 더 세게 붙잡았다.

나는 추위를 이겨내고 계속 걸어갔다.


(8-4. 패딩 착용)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시야 끝에서 회색 물체가 휙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무언가가 흰 눈 속에서 움직였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자리에 멈춰섰다. 지나가는 토끼나 작은 설치류일수도 있지만. 혹시 몰랐다.

이 산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조우하는 그 어떤 사람도 믿을 수 없었다.

그 여자야


몸을 낮추고 조용히 움직인다.

생물체면 흔적이 남겠지. 맹수나 사람이 아니었으면 한다.

제법 가까이 가니 보면 안돼


순간 몸이 크게 휘청였다.

시야가 흔들거렸고, 머리는 처음 깨어났을 때처럼 아팠다.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


어느덧 숨이 차분해지고, 두통도 가셨다.

그러나 보려 했던 곳은 이미 눈으로 덮여버린 뒤였다.


공황장애에 대한 기억은 없는데.

먹는 약의 이름 정도도 기억나지 않는 걸로 보아 공황장애를 앓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최근의 두통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던 길을 서둘렀다.


(9.0. 다이어리 필요)


겨울 산에서 오래 뛰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때론 알아도 해야 하는 게 있는 법이다.


땀을 옷으로 닦으며 나는 계속 뛰었다.


(9-4. 수건 혹은 이불 없음)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산길에 익숙해질 때 즈음, 하늘에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아까 보았던 사람인가. 만약 나를 해치려는 의도가 있으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천천히 연기에 가까이 접근하니 




그곳에는 온천과 금발의 미소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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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었다.

이런 온천이 왜 여기에 있으며, 당장 몇 미터 앞도 보기 힘든 눈보라 속에서 온천욕을 한다고?

무엇보다도  산장에서 느꼈던 공포스러운 불쾌함이 강해졌다.


나는 극도의 경계심을 가진 채 온천 앞에 섰다.


"안녕? 사람은 오랜만이네?"


"무슨 말이냐."

저절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소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대화를 이어갔다. 

(분명히 대화는 아니었다. 독백에 가까웠지.)


"알 거는 없어. 그보다-"


짧은 머리카락을 빙빙 꼬으며, 소녀는 내게 청해왔다.

"그냥 온천욕이나 해볼래? 날씨도 춥잖아. 한번 들어와봐."


소녀가아니다

가당찮은 소리였다. 누군가 이유 없이 무얼 권하면, 반드시 그 속에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


소녀가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도 내 감각은 이미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소녀가아니다

저건 정상적인 소녀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범죄 조직의 일환이든. 일반적인 범죄자던 엮이지 않아야 한다.

약한 태를 보여서는 안된다. 나는 정중해 보이는 투로 거절했다.


"헤에= 다음에는 기대할께."

그녀는 그대로 일어서서 숲 속으로 사라졌다.


(10-0 선택. 10-2랑 섞인 것처럼 볼 수도?)


나는 쉬지 않고 걸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정신을 다듬었다.


자신에게 너무 집중한 탓일까.

모르는 사이 밤길이 어둑하게 덮여 있었다.


더 이상 가는 것은 추위나 시야 어느 쪽으로도 무리다.

이제 내일의 일을 생각할 때였다.


아껴놓았던 손전등을 켠다.

배터리도 한정되어 있으니 필요할 때만 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법 밝은 덕에 길을 잃을 걱정은 놓였다.


(11-1. 손전등을 가져 옴)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온천을 마주했다.

샘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나고 있었다.


밑에 간헐천이라도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유황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였다.

냄새에 주목해

유황내는 생각보다 심했다. 

이렇게 코를 찌르는 냄새를 내가 맡지 못했었다고? 

분명 아까는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손전등으로 온천을 비춰보자 안 쪽에 무언가 보였다.

수원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그마한 물체였다.

기다랗고 작은 금속 물체.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꺼내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가까이 갈 수록 심해지는 냄새에 포기하고 말았다.

분명 이상했지만, 내 사고는 직감을 따라가지 못했다.


(11-0 + 11-3, 11-3.55. 손전등 있고 손을 뻗지 않음.)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집이 눈 앞에 보였다.

눈이 문 앞에 수북히 쌓여 있었지만. 카드는 문 사이에 여전히 끼워져 있었다.


카드가 끼워진 모습 그대로 있는 걸 보고 나는 안심했다.

혹시 누가 침입해올지도 모르니 카드 상태를 기억해 놓은 것이 좋은 생각이었다.


산장 안은 살짝 추웠지만, 벽난로가 있어 금방 공기는 데워졌다.


(12-1. 6-1 선택함)


씻고 나서 침대에 풀썩 앉았다.

하루동안 얻은 정보는 많았지만 어느 것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정확히는 손 끝만 스쳐가는 정도다.


세탁기의 시체는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

내일이라도 조심히 꺼내놓아 주자.

이 곳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알리겠다고.


다짐의 끝을 맺지 못한 채 나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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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언제라도 평온을 유지할 상황은 아니지만


어제에서 얻어온 약간의 근육통과 인후통.

설령 잔병들은 무시하더라도 아침식사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식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식사 이후에 남은 것은 초코바 뿐이었다.

나는 시큰둥하게 로스트 치킨을 입에 넣었다.

... 그래도 치킨은 맛있었다.


(14-3. 로스트 치킨을 먹는다.)


최대한 짧은 기간에 탈출하는 게 좋지만, 

그래도 버텨야 한다면 식량은 반드시 더 얻어야만 했다.


오늘의 목표는 더 많은 정보와 식량의 수집이었다.

어쨌든 한국이니 산에 과일 정도는 있겠지.



아무래도 어제의 소녀가 마음에 걸렸다.

내가 틀리고, 그녀가 정말로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좋겠다.

직감은 쉬이 틀리지 않겠지만, 나는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았던 것이다.


(15-2. 산장 밖으로 나간다.)


어제와 비슷하게 짐을 꾸렸다.

패딩을 입고, 장화를 신었다.

손전등과 건전지를 주섬주섬 챙긴다.

마지막 남은 양식인 초코바는 조심히 주머니에 넣었다.


어제의 경험대로라면 옷으로 땀을 닦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었다. 

혹시 심한 감기라도 들까. 수건도 챙겨가기로 하자.


라디오는 완전히 고장난 것 같다. 

조심히 내려 놓고 지도를 말아 품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리.

어제 열어 보았지만 아무 글도 쓰여있지 않았었다.

속표지의 나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안에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굳이 가져가야 할까.


그러나 고민하는 것은 이상할 정도로 강한 마음에.

거절할 수 없는 의지가 내 손을 일기장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래. 그냥 노트라고 생각하고 들고 다니자.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내 품에는 다이어리가 들어 있었다.


(패딩, 장화, 손전등, 건전지, 수건, 초코바, 다이어리, 지도)


출발 전 어제처럼 카드를 꽂아넣으려 지갑을 열어 보았다.

집힌 것은 어제와는 다른 카드. 학생증?


사적대학교의 학생증이었다.

사적대학교.. 어제 액자에서 보았던 동아리와 관련 있는 사람인가?

사진의 얼굴은 흐릿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학생증의 얼굴은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업을 마쳤다.


(16-1. 카드를 꼽아둔다)


걷다 보면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우리 인생처럼 오늘도 선택의 연속이다.


어제 막혀 있던 왼쪽 길이 갑자기 뚫릴 수는 없으니.

먼저부터 오른쪽 길로 발을 행했다.


(17-2. 오른쪽)


너른 길이었고, 어제는 눈보라가 몰아쳐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던 것은 맞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큰 나무를 놓칠 수 있었을까?


길 주변에 사과나무 한 그루와 사다리, 집게와 계란이 보였다.

겨울에 사과가 살아있는 것도, 편의를 봐주는 듯 사다리와 집게까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심으로 뭉쳐있을 지언정, 배가 고프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속는 셈 치고 사과를 따 보았다.


괜찮은 맛이었다.

주사기로 약물이라도 넣었나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벌레 파먹은 흔적조차 없었다.

공짜 점심은 없지만 공짜 사과는 있는 걸까?


주머니에 자리가 없었기에 마침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대충 보따리를 만들었다.

사과 몇 개와 계란이면 적어도 2~3일은 더 버틸 수 있다.

(계란은 날것이었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18-1. 급조 배낭 만들기)


혹시 모르니 집게도 챙겼다.

단단한 금속 집게면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어느 정도 받혀줄 수 있을 것이다.

온천이 있으면, 그 곳에서 쓰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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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가 바닥을 세게 굴러온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강한 돌풍이 나를 덮쳤다.

배낭! 다이어리! 나는 모든 짐을 끌어안고 낮게 웅크렸다.


바람은 금세 그쳤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은 이전처럼 조용했다. 산들바람 한 점조차 남지 않았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수상한 산이다.

점점 의심은 몸집을 퍼트린다. 도무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어제의 그녀.

최악의 경우, 인간이 아니야 아닐 수도.


(19-2. 멈출 때까지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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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천을 향해 걸었다.


그리 멀지 않았다.

금세 샘이 보였고, 노란 머리 소녀는 여전히 그 곳에 있었다.


"오늘도 왔네. 안녕."


천연히 손을 흔들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늘 드디어 들어오는 거야?"


소녀는 여전히 나와 온천에 집착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랐다. 

지독한 황화수소 가스가 사방에 풍겨왔다.


마지막 방점을 찍을 계획은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그 전에 먼저 뭐라도 먹지."


나는 소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계란을 샘에 던져 넣었다.

최대한 멀리. 나에게 튀지 않도록.


계란은 순식간에 새까만 숯이 되었다가, 녹아 사라진다.

예상된 결과였다.


(20-3. 계란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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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네.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걸까."

소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노란색 눈동자는 무기질적이었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서로의 눈이 교차되고. 소녀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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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물 속에 잠겨 있던 것은 열쇠였다.

어제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오늘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마당이니, 저 열쇠도 분명 쓰일 곳이 있을 것이다.

남은 곳이라면 아마도 그 곳이겠지.


나는 집게를 뻗어 열쇠를 잡았다.

소리가 심상치 않다. 


열쇠를 빼낸 이후에도 나뭇잎으로 충분히 닦아 내야만 했다.

겨울에 나뭇잎이라니. 여기부터가 이상했군.

나는 자조했다. 세상이 다르게 돌아간다는 건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21-2.55 집게 사용, 의문의 열쇠 획득)


더 이상 쉴 여유가 없었다.

나는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다행히 끝이 없지는 않았다. 점점 정상과 가까워짐을 느낀다.


가져온 사과를 씹으며, 몇 시간이고 걸음에 정신을 집중한다.


(22-1. 사과 사용)


무거운 발을 들어 옮긴다.

이제 나무가 내 머리 위에 있지 않았다.

눈 앞은 푸른 하늘로 채워졌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나는 주변의 지형이라도 파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시야에 닿는 범위는 온통 산이었다.


푸른 산은 내리는 눈과 전혀 맞지 않았다.

도로나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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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정상에서 내려가기로 하였다.

어느새 초저녁이었다.


다행히 하산은 훨씬 빨랐고, 어두워지기 전에 평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저 멀리 산장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몇 분이면 도착할 것이다.


패딩을 입고 있어도 추위는 피하기 어려웠다.

재채기가 연신 나온다. 눈도 많이 오지 않지만 어제보다 훨씬 춥다.

빨리 산장에서 쉬어야겠다.


(24-2. 피하기 성공.)



꽂혀 있는 카드를 빼고 산장으로 들어간다.


(25-1. 꼽아둔다 선택)


난로의 땔감이 부족해 보인다.

내일 아침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힘들다.

통나무가 많던 왼쪽 길을 다녀와야 하나 싶었다.


아니, 생존과 탐험을 생각하기는 아직 시간이 많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다.


나는 샘에서 꺼내온 열쇠를 들었다.


(26-1. 의문의 열쇠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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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산에서 본 문들 중. 유일하게 잠겨 있던 문이다.

지하실의 문은 열쇠로 쉽게 열렸다.


지하실은 생각보다 처참했다.

방 중앙에는 마법진처럼 생긴 문양이 흰 가루로 그려져 있었다.

그 주위로는 붉은 피가 방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피는 이미 말라 붙어 있었다.


위층과 똑같이 생긴 서랍. 

먼지가 쌓인 채 버려진 물건들.


런닝머신과 선풍기, 믹서기. 수 많은 가전제품들이 있었다.

손도끼는 사냥용도로 썼던 것이겠지.


한 쪽에는 커다란 가방이 있었다.

지퍼를 열었을 때 쏟아져 나온 것은 수많은 휴대전화였다.

대부분의 전원은 켜지지 않았다.


(27-5. 쌓인 물건 확인)


나는 서랍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방의 분위기와 상통하는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의 머리카락, 부채, 수정구, 방울..


(27-4. 서랍 확인)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돌아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인가.

다시 내가 앞을 보았을 때는 서랍 위에 노트들이 놓여져 있었다.

하나는 주술 도구들과 들어있던 노트. 

다른 하나는 내 다이어리였다.


홀린 듯이 다이어리를 집어들고 아무 페이지나 넘겼다.

여전히 단 한 글자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떨리고 있었다.


나는 떨지 않았다. 떨고 있는 것은 노트였다. 


진동은 점점 심해졌다. 

거의 내 손에서 떨어질 정도가 되고 나서야, 나는 자신이 어느새 오망성 한복판까지 걸어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뿜어져 나오는 세찬 빛과 바람. 손이 뜨겁다. 타들어가는 느낌일까? 나는 어떤 숨도 입 밖으로 뱉지 못했다.



정말로. 정말로 찰나의 시간 후.

노트는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27-4.5 다이어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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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존재했던 대로 돌아왔다.

기억이란 상대적인 것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모르겠다.


나는 정후가 맞다. 정후. 진정후.

이름이 입에 잘 붙지 않는다. 


다이어리를 보며

이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나다. 파편적인 나.

또는 이전의 나. 실패한 나. 모두 같은 표현이다.


결국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되었었다.

동아리는 우연찮게도 음기가 가득찬 이 곳으로 여행을 결정했고.

내게 집착했던 미율은 무당의 혈통이었다.

편한 설정이겠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야.


미율이 세영을 찌르며 주술은 틀어졌다.

당연한 일이지.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강력한 힘이다. 미율은 그걸 몰랐겠지만.

뒤틀려버린, 실패의 결과물로써 내 영혼의 일부는 주술과 합쳐져 버렸다.

그리고 되돌이를 이루는 한 축으로써 계속 여기에 갇혀 있었다.


나와의 접촉은 어려웠다.

지금도 완벽한 기억의 합일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면 저 안은 나 뿐만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 산장에서 죽어갔던 모든 사람들.

수많은 되돌이의 나와 세영. 동아리 사람들. 그리고... 소희. 나의 여자친구.

미율이 가장 질투했던 사람.


그렇다면 도전해볼만 했다.

사실 선택지는 없었다.

실날같은. 최초의 기회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나는 끝내지 못했던 다짐을 끝내려 한다.


(27-0. 기억과 진실.)


나는 또 다른 노트까지 챙겨 나왔다.

미율의 일기장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린다.

어제처럼 빨리 잠이 들 수는 없었다.

나는 한참을. 한참을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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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날이다.

아마 어떻게 되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이 곳에서 나가거나 다음의 내가 다시 깨어나겠지.


패딩과 장화를 입고. 나는 다이어리를 펼친다.

"반드시 가져가야 할 것."

그녀를 이기기 위해.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날카로운 물체가 그려져 있다.

식칼, 아니면 유리 조각. 우선 둘 다 챙겼다.


나머지는 하산에 필요한 것들로 골랐다.

초코바, 손전등.


마지막으로 다이어리와 지갑. 


문을 나설 때 무의식적으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다시 돌아오지도 않을 곳인데.


학생증의 세영을 보았다.

시체는 수습해 줄 수 없었다. 이미 주술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영혼이 구원받았길 바란다.


나는 천천히 걸어 갔다. 문틈에는 아무것도 껴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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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도착했을 때, 다이어리가 울려왔다.

꺼내지 않아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기억은 내게 있었으니까.


마지막 날에는 그녀의 힘이 강력해진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왼쪽 길을 가로막던 나무는 부숴져 있었다.

누가 망치로 깨버린 돌처럼. 사방에 파편이 널부러져 있다.

손으로 만지면, 순식간에 가루로 부스러진다.


주술의 심부에 가까워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나무의 혼魂이 비어 있었다.


나는 거슬리는 나무들을 쳐내며 나아갔다.


(29-2, 31-1.)


나뭇잎을 바스러뜨리면서 걷던 중.

저기에 또 다른 집이 보인다.


산장과 똑같은 외관이라. 그렇다면 저 곳이...

품 속의 다이어리를 만지작 거리며 문고리를 잡았다.

이곳 역시 잠겨있지 않았다.


이 세계는 퍼즐과 같은 모형이다.

목숨이 걸려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방탈출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나의 모든 선택이 생명의 한 끗을 가른다.


부디 마지막까지 간 내가 있길 바라며.

다이어리. 내가 무엇부터 해야 하지?


식탁.

식탁에 놓인 책을 집어든다.

그리스 로마 신화. 메두사 편.

직접적인 단서다. 왜 이 책이 따로 놓여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균형을 맞추려는 자연의 의도일 수도 있지.


모든 존재에게는 약점이 있기 마련이고.

(32-4. 식탁)


집에서 나와 길을 향해 나아간다.

이게 끝은 아니지만, 잠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집 안은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어느새 눈 앞에 잘 관리된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작위적이게도 깔아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나쁜 일은 아니다.

나는 풀썩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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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밤이 오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자.


돌아가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다이어리를 확인한다.


책장. 다음 선택지다.

저절로 뻗어간 손에는 한 소설이 잡혀 있었다.


소설은 끊임없는 회귀를 반복하는 남자의 탈출기를 다루고 있었다.

소설이라. 잠깐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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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 밖을 보았다.

밖을 볼 시간이었으니까. 필연적인 일이다.


저 곳에 누군가 서 있는 것도 반드시 이 시간에 일어날 일이다.

미율이겠지. 다른 이름으로는- 


(다이어리 있음. 신화를 봄. 소설을 봄.)


메두사. 그렇게 불러지는 괴물이다.


또한 주술의 핵으로써 구심체 역할이자

쉽게 이야기하면. 최종 보스다.


모든 영웅신화는 대적자를 잡고, 돌아감으로써 끝난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벤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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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세게 열어제낀다.

시선은 땅을 향했지만. 우리는 서로가 마주한 것을 안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겠지."

소녀의 때처럼, 이것은 대화가 아니었다.


"너를 죽이고 나가겠다고."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말이다.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

주머니에서 거울 조각을 꺼낸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았을 때부터,

주머니에 따로 챙겨 놓았었다.


"이제는 지겨우니까."


거울 조각을 눈 높이로 들어올렸다.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손 끝부터 회색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기괴한 비명을 뒤틀던 것도 잠시.

더 이상 소리도. 무엇도 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거울로 가린 채 다가가 석상을 걷어찼다.

굳어버린 나무처럼. 그것은 순식간에 재로 변해 버렸다.

그리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으로, 재마저 날라갔다.


-


나는 밤새 산을 내려갔다.

주술의 근원이 깨진 이상, 곧 공간은 붕괴할 것이다.

내 영혼이 주술과 맞닿아 있으니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어느덧 문이 보인다.

어떤 것보다도 가시적인 지표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 산에서 희생된 모든 영혼들.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었다면...


이것은 승리가 아니다.

절반도 되지 않는. 잃어버린 승리.


나는 문을 지났고, 그와 동시에 비극의 마지막 페이지가 덮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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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다이어리를 가지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서 냈습니다.




뭐, 산에서 있던 일의 이야기를 아무리해도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고, 그럴바에야 한번 책으로 내보자 싶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등은 조금씩 바꿨습니다.




그렇게 책을 내자.... 어머나! 의외로 잘 팔리는군요.




무려 초판이 93만부나 팔렸답니다.




또 이번에는 해외의 유명한 영화감독이 당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며


판권을 사가기도 했습니다.




........






이렇게 성공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니..


안타깝군요..




그래도 하늘에서 당신을 지켜봐주고 있진 않을까요?




.... 

사랑해


그렇게 생각해보니 당신은 조금 마음이 후련해진거 같습니다."





그녀는 책을 덮었다.


그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나중에 만났을 때. 용서는 받지 않을 것이다.

그의 탓이 아니니까.


그녀가 사라진 책상 위에는

"영원의 마지막에서"라는 글귀만 적혀 있었다.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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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 

빌드는 10분이면 됐는데... 이야기는 3일 동안 썼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플롯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낫네요. 


생애 최초 플레이?글인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퇴고도 거의 안했고. 오타나 비문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