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학교 '슈테른블뤼헨', 도서관

오후 8:48



어두워져 가는 하루, 도서관 주변에 누군가 기웃기린다.


"여기가 맞겠지?"


작은 키, 짧은 금발, 푸른 눈의 엘프 소녀였다.

그녀는 이 늦은 시간에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들렸다.


소녀가 문을 열자 굉장히 온화한 인테리어의 도서관이 펼쳐졌다.

카운터에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한 학생과 갑옷을 입고 검을 찬 키 큰 수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혹시 이거 다음편 있냐?"


"아니 없어. 그게 가장 최근에 나온 거야."


도서부원 배지를 달고 있던 학생은 책을 넘기고 비스킷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아!!! 이걸 결정적인 장면에서 끊어버린다고!?"

"난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단 말이야!"

"천마가 천마신공으로 주인공을 압도하다가 결국 죽기 직전에 끊어졌다고!"


"거 3건동안 정투만 하고 잉는 게 넌 재밍냐?


도서부원이 씹고 있던 비스킷을 다 먹고 난 뒤 일어났다.


"그럼 이거나 읽어봐."


도서부원은 뒤에 있던 책더미를 뒤져 한 책을 찾아 테이블 위로 올렸다.


"이게 뭔데?"


"이번 달 추천작."



도서부 3월 추천 도서


- 분노를 위한 장송곡

'대개변' 이후 군인들의 삶을 그린 일상물 장르의 만화.

"축제이자 장례식이야. 우리들의 분노를 위한."


- 1094

사람들에게 걸린 마법으로 인해 서로에게 감시당하는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사회비판 희곡.

"사람들은 빅 소서러를 증오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에 걸린 마법을 사랑했다."


- 다르미네

어둠을 본능적으로 경멸하던 아이가 성장하며 선과 악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일렉트로펑크 소설.

"장막이 빛인지 어둠인지 중요하지 않아. 깨고 밖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지."


- 무협론 

창작물에서 묘사되어 온 무협의 사회 구조에 다루는 이론서.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의지할 곳이 없는 이에겐 무림은 최악의 장소다."




"..."


"무협 좀 그만 읽어."

"너 이번 주에 벌써 무협 소설만 몇 권을 빌렸는지 알아?"


"나도 알거든..."


"읽어보면 재밌을 거야."


그렇게 갑옷을 입은 수인은 책을 들고 도서관을 나갔다.


"저기..."
"마법 기초 이론서 있나요?"


엘프는 앉아있던 도서부원에게 물었다.


"응?"

"오늘은 저 놈이 끝인 줄 알았는데."


도서부원은 책장에 있던 책을 찾아 소녀에게 건내줬다.


"자 대출 기한은 7일이고... 연체되시면 벌점이 부과되니 주의해주세요."


엘프 소녀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도서관을 나섰다.



소녀는 나가면서 책을 펼쳐보았다.

걸어가면서 책이나 휴대폰을 쓰지 말라고 어머니가 말했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마법의 기초와 원소에 관한 정보가 있었다.



마법은 마력이라는 세상을 흐르고 있는 힘을 이용해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마법은 일부의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마법이 각인되어 독립적으로 작동 가능한 장비들은 일반인도 정해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경우 흔히 '마력에 눈을 떴다.'라고 합니다.

천족을 제외하면 마법을 각성하게 되면 마력의 흐름을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사용합니다.


마법은 사람의 체력을 소모하며 그렇기에 과도하게 사용할 시 의식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연습하되 무리하게 따라하지 마시고 만약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마법의 사용을 중단하시길 권장드립니다.


마법은 2개의 근원과 4개의 원소, 그리고 다수의 유형으로 분류하며 

이 책에선 2개의 근원과 4개의 원소에 대해 다룹니다.


근원

그 분이 불꽃과 공기와 흙과 물을 두르시고 한 손에 백악같은 하얀색을 다른 손에 깊은 밤같은 검은색을 쥔 다음 겹치시니

우리들의 시조가 생겼더라. 그걸 보고 써내리는 자께서 흡족해하시니라.

창조의 기록 1:3



근원은 마법의 유형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각각 '빛'과 '어둠'으로 구분됩니다.


이는 사람마다 하나의 유형으로만 나타나며 두 개의 유형을 모두 띠는 경우는 현재까지 없습니다.





보이고 느껴지는, '직관'이라는 것들을 긍정하는 방식입니다.

불은 뜨겁고, 물은 흐르는 식으로 말이죠.


순수한 원소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방식의 마법을 구사하게 되며

매체에서 가장 자주 다루어지는 대표적인 근원입니다.


어둠


'직관'을 '추상'으로 재해석하여 왜곡하는 방식입니다.

불은 분명 뜨겁고 고통스럽지만 추상적인 의미로 생명에 비유되기도 하고,

물은 생명의 근원같은 것이지만 반대로 죽음에 비유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원소를 기반으로 하였지만 물리적인 상식에 반하는 마법을 구사하게 됩니다.

다소 편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점점 인식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빛과 어둠의 차이


빛은 원소의 기본적인 성질을 따르며 대체적으로 화력이나 위력이 강한 편입니다.

어둠은 원소의 추상적인 성질을 이용하며 시전자에 따라 아예 다른 형태로 구현됩니다.


비율은 대략 빛과 어둠이 6 : 4로 빛이 좀 더 많습니다.

심리 감응이 특징인 마족에게서 어둠 근원이 조금 더 높은 비율로 발현되며 

반대로 확장된 시야를 가진 천족에게서 빛 근원이 더 우세하게 발현됩니다.


단순 위력으로 봤을 땐 빛 근원이 우세한데 현재 가장 우세한 이론에 따르면

이는 인간이 직관에 크게 의존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라고 추정됩니다.


어둠 근원의 마법사는 어둠의 특징상 괴짜라는 편견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반례도 무척 많은 편에 속해 빠르게 사장되었습니다.


매체에서는 빛 근원의 마법이 자주 묘사되며 어둠은 그에 비해 적은 비율로 등장합니다.

그 대신 초능력이라는 소재에서 어둠 근원의 특징이 자주 발견되기도 합니다.


배우는 난이도는 빛이 어둠보다 쉬운 편에 속합니다.

이유는 서술했듯이 어둠 근원의 특징 상 정형화된 학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소


불은 기본적으로 연소 반응과 그것을 넘어 '에너지'라는 개념을 포괄하는 원소입니다.

공격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원소로 많은 분야에서 사랑받는 원소입니다.


어둠 근원에서는 주로 연소의 결과물인 재로 인해 죽음, 혹은 에너지라는 개념에서 착안해 생명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물은 기본적으로 H2O,

물 그 자체를 다루며 더 나아가 유동체라는 개념을 포괄하는 원소입니다.

불과 반대로 수비적이거나 회복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원소입니다.


어둠 근원에서는 주로 생존의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생명, 익사에서 죽음, 혹은 액체의 특징에서 변화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공기

바람은 대기, 더 나아가 기체와 확산이라는 개념을 포괄하는 원소입니다.

빠르고 경쾌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매체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원소입니다.


어둠 근원에서는 바람의 이미지에서 속도, 기압에서 압력이라는 개념으로 매우 자주 해석됩니다.


땅은 대지, 더 나아가 고체라는 개념을 포괄하는 원소입니다.

둔하지만 견고하고 많은 가능성을 지닌 원소입니다.


어둠 근원에서는 무겁다는 이미지에서 질량, 더 나아가 중력, 견고함 등으로 해석됩니다.


원소들의 반응


원소들은 서로 만나 아예 새로운 힘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간단한 예시로 물과 땅이 만나 식물, 어둠을 통해 성장으로 해석되는 것으로 변합니다.


이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서술합니다.



소녀는 책을 접었다.

학교 기숙사에 있던 식당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자리에는 기숙사 선배들 셋이 앉아 있었다.


"그래서 교장님이 뭐라 하냐?"


마족 소년은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며 물었다.


"설명하기 길어... 다 구구절절 옳은 말인데 어지러워..."


천족 소녀는 머리를 잡으며 대답했다.


"오 신입 왔구나!"


휴먼 소년은 엘프 소녀를 발견하며 말했다.


"아침에는 내가 실례를 했어... 용서해줄 수 있어?"


소년은 소녀에게 고개 숙이며 사과했다.


"나도... 선배로서 못 볼 꼴을 보였네..."


옆에 있던 천족 소녀도 고개 숙였다.


"괜찮아요. 좋은 뜻으로 그런 거였는데."


엘프 소녀는 자리에 앉으며 답했다.


고기는 익어가며 갈색으로 변해갔고

마족 소년은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자 그럼 환영식을 해보자!"

"하나. 둘."


"이 멘트를 진짜로...?"

"일단 해!"


"마법학교에 온 걸 환영해!"


세 명은 다 같이 외쳤다.


"역시 넌 문장같은 거 쓰면 안 될 것 같아."


"(마족어 닥쳐)"


"어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