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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된 두 글은 연관이 더 깊지만 분량이 1만을 넘는 긴 글이니 주의하시길.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가 시작되었을까요?"

"아마... 그 때부터였었죠."




"셀리아!"

"어~! 안녕!"

어릴 땐 친구들이랑 자주 놀았어요.

특히 저는 칼싸움이 재밌었어요. 그때는요.


"하하하! 간악한 엘프 마왕! 네녀석의 계략도 여기서 끝이다!"

"훗!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는구나!"

그 때도 친구들이랑 같이 다녔어요.


고양이 수인이였던 '라에'는 짧은 나뭇가지 두 개를 들고 멋진 쌍검사 역할을 했었어요.


"용사여!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내 주군께 단 한 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나타났군! 마왕의 오른팔 쌍검사 라에!"

투명하지만 이쁜 날개를 가진 '카엘리나'는 용사였어요. 

우리들 중 용사 연기를 가장 잘했기도 했거든요.


"큭... 내가 쓰러지더라도... 마왕군의 위세는 영원하ㄹ... 꿱."

"이제 너만 남았군! 마왕!"

"하하하하하!!! 덤벼라! 애송이!"

그리고 마법학교에서는 같이 다니지 못했던 제 소꿉친구. 
그림자 같아서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 같은 마족. 

'사니아'.


"미안해... 카엘리나..."

"그런 말 하지마 사니아! 일어나!"

"꼭 살아줘... 꿱."

"사니아!!!!!!!!!!!!"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희생하는 역할을 자주 맡았어요.


"마왕! 절대로! 절대로 용서 못해!!!!"

"덤벼라!!!!! 카엘리나!!!!"

마지막으로 저, 마왕 셀리아! 

저는 이런 멋진 대사를 할 수 있었고 망토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망토를 휘날리며 칼을 휘둘렀죠!


"흐야아아아압!!!!"


"하아아아아아아아압!!!!!"

아 맞다!


"저...기..."
"나도 끼워줄래...?"

"근데... 넌 남자 아니였어?"

가장 평범했지만 비범했던 등장을 보여준 휴먼, 그리고 우리들중 청일점인 '올리비아'.


"그게 뭔 상관이야 엘리!"
"새로운 친구는 환영이야! 이름이 뭐야?"

"올리비아..."

"?"
"?"

올리는 처음 왔을 때 소심했어요.

근데 몸은 사니아 이상으로 병약했어서 남자 애들 놀이에 잘 끼지 못했죠.


저희는 저희끼리 모여서 칼싸움도 하고 연극도 했었죠.

연극의 대부분이 싸우는 거지만...


올리가 처음 왔을 때가 제일 놀랐어요.

왜냐면 여자로만 이루어진 우리 사이에 끼겠다고 머리를 끈으로 묶고 

어머니한테 화장까지 받고 온 거죠. 그래요. 여장하고 왔어요.


저희는 그래도 올리를 받아줬어요.

성향적으로도 잘 맞았고요.


그렇게 초등학교에서 같이 지내면서 놀았어요.

오늘은 숲에서 같이 놀까 하다가 사고를 겪었고요.


바로 마력 분출 지점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이였어요.

잘못하면 몇 달을 누워지내야 했으나 기적이 일어났죠.


마력 파장이 정말 우연히도 맞아떨어져 저희는 모두 마력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


그렇게 검사 후 마력에 눈을 뜬 각자의 집으로 편지가 날아들었어요.


"엄마! 편지 왔어!"

"오! 마법학교 입학 안내서... 발신... 교장... 루티아나 칼리스필렌..."

"루티아나?"

"엄마 아는 사람이네! 교장이 되었구나!"

"마법학교 재밌을까?"

"아마 재밌을 거야! 마법을 배우면서 학교 생활도 즐겨보렴."

그렇게 어머니는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 저를 엄청 공들여 꾸몄어요.

중등부로서 첫날이자 학교 첫 날이니까 제대로 꾸며야 한다면서요.

화장하는 법도 가르쳐주셨어요. 귀찮아서 약간만 하고 있지만요.




교장님을 처음 봤을 때...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뭔가 매료되는 느낌이었죠. 저 어린 외모... 그런데도 교장이라니...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저는 주변에 정보를 묻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저는 이사장님을 만났고요.


"네가 셀리아구나?"

"네!"

교장님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떠날 때 이런 말을 들었어요.


"아 맞다! 교장 좀 잘 부탁할게!"

"네?"

"그 친구. 마음이 약해서..."



저희는 모두 전투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대결의 짜릿함이 있을 것 같아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단순한 이유로 들어갔었네요.


저는 처음 검사할 때 적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분출 지점의 영향인지 생명 마법에서 압도적인 역량이 드러난다면서요.


저는 좋았어요.

이런 운이 따를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처음으로 결투를 하고 나왔을 때 나름 괜찮았어요.

선배들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였어요.


"야. 셀리아."

"네?"

"뭐해?"

"인형 만들어요. 취미에요."

"그럴 시간에 칼 더 부딪히는 게 성적에 더 도움될텐데...?"

"성적이요?"

"그래! 성적. 만약 성적이 낮으면 그 망할 주임교사가 잔소리를 엄청 할 거라고!"

처음에는 단순히 조심하라는 조언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점점 갈수록...


"야! 셀리아!"

"네네 넵!"

"훈련하기 바쁜데 앉아서 뭐하는 거야?"

"그... 인형 수선하고 있었어요!"

"..."

"나름 애착인형인데..."

그 순간, 선배는 제 인형을 빼앗아 사물함에 던져 넣었어요.


"지금 뭐하는 거에요!"

"시끄럽고. 나와."
"결투나 한판 하자. 그러면 생각이 바뀌겠지."


제 귀를 잡아당기며 다시 스타디움으로 끌려갔어요.

선배들도 어딘가 이상하게 진지한 태도였고요.


죽을 듯한 경기가 끝나고 저는 제 사물함을 열었어요.

제 애착 인형은 던져진 충격에 틈이 벌어져 결국 머리가 떨어졌어요.


"흐...흑..."

"셀리아!"

그 때 주임교사님이 부르셨어요.


"이번 결투도 잘 했다!"
"앞으로 계속 성적을 쌓는다면 프로팀에서 바로 제안이 들어올 거야!"
"돈과 명예... 그것들이 네 앞에 있다고!"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이제야 알 것 같거든요. 


그 동안 선배들이 가면 갈수록 날카롭고 결투에 집착하던 이유도...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 이유도...


"다... 당신 때문이였어..."
"당신 때문이였다고!"

"뭔 소린지 모르겠군. 다음 경기에도 나올거지?"
"상대팀에 사니아가 있던데. 친구끼리 잘 붙어보도록."



목적도 잃은 채, 공허한 뿌리만 솟아올랐어요.


아무런 생각도 안 하면서요.

그러던 중... 제 친구들이 전부 쓰러졌고 셀리아는 저에게 맹렬하게 달려들어 위협했어요.


그 때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똑바로 안 해?!"
"전투 동아리에 들어와서 뭐하는 거야!"
"그딴 식으로 할 거면 나가!"

허망했어요.

결국 소꿉친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리라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결국 모든 걸 놓아버리기로 했어요.

부모님은 이런 걸 상상이나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개화의 주간에 모두에게 꽃을 나눠줬어요.

작별 선물로.


그리고 옥상에서 죽을 생각이었는데 교장님만 달려와주셨고요.




저는 결국 과학부 생태학파로 동아리를 옮겼었어요.


식물도 좋아했고, 가지고 있던 마법도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좋아하던 일을 여유시간에 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그런 교장님께 저는 존경심과 친근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교장님에 대한 정보를 이사장님께 더 많이 묻기 시작했고 

그런 판단을 통해 교장님께 적홍목을 알려드린 거고요.


적홍목... 붉고 붉은 나무라...

지금봐도 독특한 이름이에요.




교장님에게 메이드복을 입혀보자는 아이디어는 사실 의상부 선배들에게 들은 거였어요.

교장님이 부끄러운 것에 약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였어요.


결과는... 교장님의 색다른 표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도 저는 교장님 사진을 갤러리에 보관해두고 있어요.


그렇게 옥상에 다시 올라와서 교장님에게 멋진 말을 들었죠.

시도만 해도 좋은 때라는 말이요. 아 맞다. 혹시 성상의 주간 말이에요... 저랑 만났던 거가 계기 아니죠?


그 이후로 교장님에게 여러가지 촬영을 시켜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요.

마법소녀 복장도 입혀보고... 오버핏도 입혀보고... 바니걸은... 그 때 정말 장난치면서 말한 건데 교장님이 

화내면서 나가서 당황했었죠. 


생일 파티에서 노래 불렀던 기억도 나요.

엄청 어린 목소리라 다들 놀랐던 모습이 아직도 새록새록해요.

이사장님이랑 둘이서 부르니 합이 잘 맞던 것 같아요.


우리 엄청 재밌게 즐겼네요.

이런 게 '청춘'이죠.


교장님이랑 함께 지냈던 순간들은 늘 즐거웠어요.




어느날 친구들이 저에게 부탁을 했었죠.

평가를 위해 함께 결투에 나가달라는 부탁.


저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그 망할 곳 까짓거 가고 만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교장님 말 듣고 가지 말 걸 그랬나봐요.


친구들은 다시 돌아온 제가 버틸 수 있게 최선을 다해줬어요.

계속 격려를 아끼지 않았죠.


"계속 버텨 셀리! 내가 엄호할게!"


"셀리아! 피해!"


"좋았어! 효과적인 공격이야!"


그렇게 다시 결투가 시작되고 실력차에 밀려 결국 친구들은 모두 쓰러졌어요.

다시 상대팀에 있던 사니아는 저에게 압박을 시작했고요.


더 거칠게, 저를 몰아붙였어요.


"또 온거야?! 가라고 했지!"
"겁쟁이는 전투 동아리에 필요없어! 나가!"


그래... 넌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구나.


결국 오랜만에 만난 제 단짝같은 친구가 날린 비수에 저는 마음이 무너져갔어요.

다시는 겪기 싫었던 상황이 다시 닥쳐왔죠. 


하늘에 '금이 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걸 보고 크게 웃자 

제 몸에서 무언가 자라났고요.




병원에서 일어나면서 들은 건 비보였어요.


하나는 제가 장애인이 되었다는 거였어요.

더 이상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팔은 들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더 슬펐던 건 제 친구들과 교장님 모두 치명상을 입었다는 거였죠.

다들 살아있다는 걸 들었지만 제가 그랬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느꼈어요.


옆에서 이사장님이 계속 위로해줬어요.

슬퍼하지 말라, 아무도 네 탓 안 할거야, 친구들도 네가 쓰러지기 전에 너 걱정 먼저 했다...

그래도 슬픔을 떨쳐낼 순 없었어요.


교장님이 떠났다는 말에 저는 걱정했고 따라간 교장실에서 본 것은 스스로 울면서 죽으려 하던 교장님이였죠.

저는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던 말을 해볼까 했어요.

이사장님이 애는 못 돌보더라도 말은 잘하니까. 들었던 말을 옮겨 해보는 것을 먼저 해봤어요.


그리고 늘 가슴에 품고 다니던 씨앗을 피워 교장님께 드렸던 기억은 아직도 남아요.

이런 말 하기에는 부적절하지만 울었던 흔적이 남았는데 편안히 잠든 그 때의 교장님 표정을 찍어두고 싶었어요.

그래도... 교장님이 무사한 게 다행인 것 같아요.




2주 뒤에 애들이 깨어났어요.

저는 울면서 사과했어요.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남아있어요.

그런 죄책감은 제 가슴에 남아있네요.


다들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서로를 껴안았어요.

그 자리에 사니아는 없었어요.


저는 조기 졸업 신청을 했어요.

더 이상 이 곳에 있는 건 교장님께 좋지 못 할 것 같아서요.


아이들은 자퇴 신청을 했어요.

다만, 교장님이 쉬는 동안 이사장님이 대행으로 본인이 퇴학시킨 것으로 처리했죠.


"이사장님께 들었어요."

"교장님은 제 옆의 라에, 카엘리나, 올리비아를 원망했었다고요."
"쉬다 돌아와서 제 친구들이 원흉인 줄 알았다고요."


"저는 친구들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어요."

"염치는 없겠지만, 교장님과의 접촉은 피해달라고요."

"..."
"늦게 말하게 되어서 미안해요. 루티."
"일찍 말한다면... 교장님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두려웠어요."


"그 때의 사건에는 사실상 아무도 죄가 없었어요."
"어쩌면... 모두가 잘못을 가졌을 수도 있고요."




"..."

"아...니..흑...야... 내가... 미안해..."
"내가 뭣도... 모르고... 흑... "

"그런 말 마세요 교장님... 저희도 나름 책임소재가 있었으니..."


라에는 앉아있던 검붉은 머리의 소녀에게 답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
"뚝!"


셀리아는 소녀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교장님. 그래도 성장하셨네요."

"...뭐라고...?"


소녀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의문을 표했다.

자신이 성장했다니,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저는 최악에는 바로 문 밖으로 뛰쳐나가 강으로 뛰어드는 것까지 생각했어요."


"그래도, 교장님이 의자에 앉아 도망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고."
"결국에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되 모든 걸 짊어지는 것도 줄어들고."

"어른이 되어 오는 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전 이정도면 만족해요!"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해요. 빨리 말해드렸어야 했는데... 변명 밖에 못하는 이 제자를 용서해주시길..."

"아니야... 셀리아..."

"교장님... 셀리아가 말해준 거랑 확연히 다르네."
"거봐! 셀리아! 그 때 말해준 거 거짓말이지?"

카엘리나는 능청맞은 모습으로 돌아와 말했다.

손 두개를 머리 뒤로 맞대어 돌리며 느긋한 자세를 취하며 말이다.


"음... 일단 그렇다고 해둘까?"

"교장님."
"그래도... 밝아보이셔서 다행이에요!"


올리비아는 다행이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여전히 나름 여성스러운 모습이 느껴진다.


"그럼... 이제 그동안 어떤 일 있었는지 이야기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