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아퀼라놈들의 남동부 초원을 돌파한 제국군은, 요새화된 국경을 넘어서 하루가 멀다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행군 중단. 이곳에서 중식을 해결하고 간다."

헬리부스 중령이 이끌고 있는 제국군 제 57사단 2보병대대는 라펜리아 시를 앞에 두고 10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까지 왔다. 밥을 짓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희미하게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중령님. 저기, 남동쪽에 움직이는 무리 같은 것이 보입니다."

"확실한가? 이 인근은 분명 아군이 확실하게 적군들을 몰아냈다고 하였는데."

"제 소견으로는, 아퀼라인 피난민인 것 같습니다."

피난민.

아니 저것들을 피난민이라고 불러줘야 할까. 아무튼, 명칭이 어찌되었든간에 이곳마저 제국군에게 점령당하자 그들이 이르는 바로는 시민위병들을 청소한 일에 찔린 것들이 제 발을 저린 것 같았다고 중령는 생각하였다.

중령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부하에게 말을 걸었다.

"상부에서 지침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센타우라 대륙을 전쟁으로부터의 해방하는 자로서의 짐을 진 것이라고 하였지?"

의아한 표정을 지은 부하, 자겔은 곧 대답을 하였다.

"옙. 황상께서 직접 명시한 바에 따르고, 또 제국군 헌장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겔이 중령의 눈을 바라보자 어딘가 서늘함을 느꼈다. 뒤이어, 중령이 조용히, 그가 간신히 들릴정도로 말을 꺼냈다.

"그러하다면 평화를 갉아먹는, 저 사람만도 못한 쓰래기들을 청소하는것도 우리 제국군의 짐이겠지."

그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 곧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중령을 바라보았다. 무어라 말하고 싶은 얼굴이지만, 차마 하지 못하였다.

"...."

"그래, 전 대대도 필요없겠지. 중대 하나만 호출해서 저 비충들을, 아니 비충만도 못한 것들을 청소해보지."

자겔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경례를 올리며 말하였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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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전쟁범죄 하는 소설 쓰고싶었는데, 갑자기 아퀼라가 떠올라서 적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