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보는것을 추천, 오역 및 오류 존재) 

                                                                                                  I: THE AZALEA (진달래꽃)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내가 항상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야 한다.

창문을 열면 성가신 벌레들이 윙윙 거리며 들어온다.

그래도 아직 그렇게 덥지는 않다. 계절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기온은 한 달이 지나야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겨울은 내가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추울 때는 따뜻하게 지내고 싶은 만큼 여러 겹을 껴입을 수 있다.

여름 더위에는 시원하게 지내기 위해 옷을 다 벗어도 여전히 덥고 더 벗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막상 벗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놀면 더운 공기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나와 친구들이 하는 일이다.

시내에 있는 많은 장소는 실제로 놀러 다니기 위해 지어진 곳은 아니지만 실내 에어컨이 있다.

아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르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커스가 보도에서 다가왔다.

"여어." 그가 인사했다. 나는 집 현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오늘 바빠?" "아니." 내가 답했다.

"제이미하고 다른 친구들이 스케이트 공원에서 콜트하고 싸우려고 하고있어. 금방 가는 길이었어. 같이 갈래?"

오, 콜트. 그 남자애는 내가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애였다. 그는 고등학교 스포츠 팀에 속하지 않았을 때도 운동선수처럼 행동하는 덩치 큰 금발 남자였다. 정말 터프가이처럼 행동했다.

"그래, 잠깐만" 내가 현관 계단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엄마가 빈 아침 식사 접시를 치우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잠깐 나가도 돼요?"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두 개의 접시를 팔에 들고 싱크대로 옮기면서 균형을 잡았다.

"'조금'이 얼마나 긴지 알려주면." 그녀가 대답했다.

"마커스가 밖에 있는데 같이 스케이트장에 갈 수 있냐고 물어 보더라구요."

"둘이서만?" 그녀가 싱크대 수도꼭지를 켰다.

"안돼"

"흠..." 나는 그녀가 불필요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오까지 꼭 다녀와." 그녀가 말했다. 

대화하는 내내 그녀의 눈은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설거지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정오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삐삐를 내려다보니 오전 9시 19분이었다. 3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엄마."

나는 마커스를 다시 인도에서 만났다. 우리는 해가 하늘로 떠오르면서 마지막 남은 비둘기들이 지저귀는 트라우트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동안은 어땠어?" 그가 물었다.

학교는 며칠 전에 막 끝났다. "괜찮은 하루였어."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여름에는 뭔가 재미있는 걸 해야지."

"어떤 거?"

"글쎄, 그건 너에게 더 적합한 질문이야. 뭘 하고 싶어?"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했다. 

퀴버 피크를 하이킹하고 싶었나? 그린 호수에서 캠핑을 하고 싶었나?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지만 아빠가 반대할 것 같아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아빠는 항상 십대들이 운전하는 것에 대해 편집증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항상 10대들이 사고를 내거나 음주운전을 하거나 어떤 종류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 하셨다.

그리고 내가 그런 일에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내 안전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그 모든 재미를 놓치게 되겠지.

"지금 당장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아." 마커스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생각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었다

"미안." 내가 말했다. "생각은 많은데 하나로 결정할 수가 없었어."

"듣고 싶은데."

"레일라(Leila)!" 길 건너편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레일라!"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돌리 부인이 현관문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나이가 몇 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70대 정도일 것 같았다. 

남편은 불과 몇 년 동안 그녀는 종종 저에게 작은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그녀는 저애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우리는 길을 건너 그녀의 집 앞 흰색 피켓 울타리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도 우리를 만나기 위해 집 앞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안녕, 레일라"라고 돌리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어제 울타리 다듬는 걸 도와줘서 다시 한 번 고맙다."

"천만에요." 나는 그녀의 집앞에 늘어선 작은 덤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날 내가 작업한 결과물인 깔끔하게 다듬어진 네모난 모서리가 예뻐 보였다. 조금은 뿌듯했다.

"그리고 너의 수고에 대한 선물이다." 그녀가 지갑을 열며 말했다.

그녀는 1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서 내밀었고. 나는 즉시 그것을 받았다. 그 순간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돌리부인." 내가 말했다

노파는 울타리에서 작은 빨간 꽃 한 송이를 뽑아 마커스에게 건네주었다.

"네 남자친구에게도 줄 선물이다." 그녀는 웃으며 울타리 너머로 손을 뻗어 마커스에게 꽃을 건네주었다.

"오, 그는 제 남자친구가 아니에요." 내가 분명히 말을 했지만, 그녀는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면 내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요.

마커스는 꽃을 손에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돌리 부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친근한 표정을 유지했다.

"좋은 하루 되렴, 레일라." 돌리 부인이 돌아서서 문으로 걸어가기 전에 말했다.

"당신도요." 내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작은 방해를 받은 후에도 계속 길을 걸었다. 나는 내 벨트 고리에 꽃혀 있는 삐삐를 내려다보았다: 오전 9시 31분

"정말 좋은 분이야." 마커스가 말했다. 나는 그가 비꼬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거 줄까?" 그는 마지못해 작은 붉은 진달래꽃을 내밀었다.

"이걸로 뭘 할까?" 내가 물었다.

"내 생각도 그래! 머리에 꽂으면 되겠네."

"난 그런 거 안 해."

"여자들이 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 결혼식이나 공식적인 행사에서나 하지."

"그럼 에바는 왜 매일 학교에 갈 때마다 그렇게 하고 와?"

"에바는 이상하니까. 한 명이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그녀는 원예부원 이잖아."

"맞아. 동아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년에 하나 만들고 싶어."

그러자 마커스는 자신이 얼마나 자동차부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대화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전환되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동차 부품, 엔진, 전문 용어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자동차 마니아는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척했다.

언젠가는 운전하는 법을 배우고 면허를 따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때가 되야 그 모든 것에 대해 배울 동기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케이트 공원은 아수라장이었다. 제이미는 이사야와 헤이든에게 끌려가고 있었고, 그의 팔은 두 사람에게 감싸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 아랫부분 전체가 염소 수염처럼 피를 흘렸다. 그의 코에서 피가 많이 났다.

"젠장!" 마커스는 세 사람에게 달려가서 외쳤다. "뭔 일이야?"

"저 새끼가 제이미 얼굴에 스케이트보드로 내려쳤어." 헤이든이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다가갔더니 이빨이 완전히 빠진 것도 있고 부분적으로 부서진 것도 있었다.

"괜찮아?" 본능적으로 물었다.

"누가 그랬어? 콜트?" 마커스가 물었다.

"그례, 콜트짖이아." 제이미는 부러진 이빨 사이로 겨우 대답했다.

이사야는 부상당한 친구를 바닥에 앉히는 것을 도왔다.

"저 씹새끼가 제이미를 때린 다음 동료하고 같이 물에 빠뜨렸어." 그가 말했다.

제이미는 코피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셔츠로 코를 꼬집었다. 붉은 액체가 옷감에 스며들어 그의 옷을 더럽혔다.

"기분이 안좋아" 그가 중얼거렸다. "뎨이지한톄 어떻게 설명햬야 하지?"

데이지, 그의 미친 여자친구지. 글쎄, 미쳤다는 것은 과장이었다. 그녀는 그저 강박적이고 집착이 심했을 뿐이었다.

둘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그녀가 함께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이사야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친구."라고 말했다, "먼저 치료부터 받아.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겠어."

"꽤 심각하다고 봐야지." 마커스가 말했다.

"내 이빨이 부러졌어!" 제이미가 소리쳤다. "그리고 내 쿄도 부러져을꺼야! 느낌이 안 와."

"왜 그랬어?" 나는 궁금했다.

"제이미는 콜트가 너무 뚱뚱해서 스케이트를 제대로 타지 못한다고 했어." 헤이든이 설명했다.

"그 친구는 분노 조절 장애가 있어서 그런 사소한 모욕에도 화를 냈어."

나는 그게 작은 모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그 뚱떙이 보드를 부러 드릴거라고 말해고. 그리고 걔는 내 어굴을 부셔 버리꺼 라거 마했어." 

"그리고 그는 진짜 했어!" 이사야가 말했다.

"네 덩치의 두 배나 되는 남자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냐?"

"진쨔로 할 줄은 몰랐지."

"병원에 가봐. 이사야, 여기까지 운전해서 왔어?" 마커스가 물었다.

"어,어 내가 페어워이로 데려다 줄 수 있어" 이사야는 그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어서, 일으켜 세우자."

그는 제이미의 팔을 목 위로 잡아당겼고, 헤이든도 반대편에서 같은 행동을 했다.

그들은 제이미를 들어 올려 공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내 시트에 피 묻히지마." 그들이 차에 타면서 이샤야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제이미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알았으니 다른 친구들보다 더 오래 알고 지냈다.

제이미는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콜트에게 거침없이 말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 콜트를 좋아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 제이미는 수학 선생님에게 말대꾸를 해서 1주 동안 정학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든 그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그리고 지금, 그의 습관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말조심하지 않으면 스케이트보드 보다 더한 것을 얼굴에 맞을 수도 있겠다.

 마커스와 헤이든은 스케이트장을 돌아다니며 행인들에게 콜트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 보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기꺼이 관여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이 사람들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콜트에게 복수할 계획이었을거다.

"원하면 집에 가도 돼." 마커스가 내게 말했다. "우리가 그를 찾을 때 네가 곁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내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생각해? 난 싸울 수 있어!" 나는 대답했다.

농담이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콜트한테 얻어맞은 걸 내가 볼까 봐 무서워?" 나는 웃었다.

"나 진심이야, 레일라."

"우리가 그를 엿먹일 거니까!" 헤이든이 접힌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들고 끼어들었다. 

나는 즉시 미소가 사라졌다. 나는 그들이 콜트하고 주먹으로만 싸울 줄 알았지, 칼로 내장을 도려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나는 여전히 헤이든의 손에 쥐어진 칼에 시선을 고정하고 물었다.

그는 화려한 동작으로 칼을 펼쳤다가 다시 한 번 접었다. "실수로 죽일 수도 있잖아." 내가 말했다.

"우린 죽이지는 않을거야." 헤이든이 대답했다.

"그래도 칼이잖아!"

"협박용이야. 여기저기 베도 나쁘지 않아. 충분히 연습했으니까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

마치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그럼, 누가 그걸 들고 있다가 걸리면 어째? 경찰이라던가?"

"아무도 경찰 안 불러." 마커스가 말했다.

"누군가는 할 거야. 그리고 여전히 위험하다는 게 내 말 전부야." 내가 불평했다.

"집에 가, 레일라." 헤이든이 비웃었다. "아무도 너한테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아. 이건 남자들끼리 싸우는 거야."

내 눈썹이 휘날렸다. 헤이든이 내 얼굴에 대고 나를 약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 같아서 약간 기분이 나빳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들과 함께 있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배려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잘못 말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스케이트장을 떠났다. 나오는 길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콘크리트 보도 위에 놓인 붉은 진달래가 작은 꽃잎을 바람에 흔들고 있었다.

무채색으로 보이는 세상 속에서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선명한 빨간색의 한 점이었다.

마커스는 적어도 다시 자랄 수 있게 풀밭에 떨어뜨렸어야 했다.

나는 오전 10시 16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을 나간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집을 나간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일찍 왔구나." 제가 현관문을 닫자 엄마가 말씀했다. 엄마는 안경을 쓰고 식당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계셨다.

나는 내 방으로 걸어갔다. "공원에서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일에 집중하면서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부모님 중 한 명 이상은 항상 집에 계셨다. 아버지는 낮에 일하셨고, 어머니는 밤에 일하셨다. 두 분 모두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근무 시간만 달랐다.

솔직히 말해서 부모님이 낮에는 일하고 아이는 집에 맡기는 다른 가정에 비해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을 거다.

나는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아버지는 회계 관리자셨고 어머니는 선임 회계사였다는 직책만 알고 있었다.

두 분 모두 근무하는 회사의 재무를 담당 하셨다. 간단해 보였다.

방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저분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직 아침이었다. 내 방 벽은 단조롭고 옅은 파란색이었다.

여러 음악 밴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나는 라디오헤드와 픽시즈 (역주: 모두 실존하는 밴드) 를 좋아했다.

내 배낭은 학교가 끝난 후에도 손도 대지 않은 채 방 한 구석에 놓여 있었다.

아직 안에 들어 있는 노트북의 포장을 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는 손도 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침대에 엎드려 뒤척였다. 내 눈은 천장을 바라보았고, 방 위쪽에 그려진 희미한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속에는 오리온의 별들이라는 상상의 선이 그 사이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왼쪽에는 몽둥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그의 팔이 있었다. 오른쪽은 방패였다.

방패를 상징하는 별의 모양이 내 눈에는 활처럼 보였지만, 모두들 여전히 방패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단 한 가운데에는 세 개의 큰 별이 있었다: 오리온의 띠. 세월이 흐르면서 하얀색이 바랬다.

8년 전에 엄마와 함께 그림을 그렸던 때가 생각났다. 이제 나는 17살이 되었고 고등학교를 거의 졸업한 상태다.

와.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네



                                                                         II: THE ZINNIA   (백일홍)

"레일라!" 엄마가 식당에서 불렀다. 나는 눈을 떴다. 나는 잠이 들었었다. 신발은 여전히 신고 있었고 햇빛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밖은 여전히 밝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삐삐를 보니 오후 12시 53분이었다.

낮잠을 잘 계획은 없었지만 그 시간에 할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니까.

엄마가 내 문 앞에 나타났다. "점심은 부엌에 있어."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알았어요." 나는 이제 침대에 앉아서 말했다.

"기분은 어때?"

"상쾌해요."

"아까 자고 있는 걸 봤어. 옷도 안 갈아입고 신발도 안 벗었잖니."

"네,전..."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점심은 뭘 만들었어요?"

"칠면조 페스토 샌드위치."

맛있게 들린다.

"페스토?" 내가 물었다. 보통 페스토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델리나 공공장소에서 파는 것이 보통이었다.

"페스토는 어디서 구했어요?"

"내가 만들었어! 할인해서 샀던 레시피 책 기억나니? 페스토 레시피가 있어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지."

직접 만든 것이었다. 엄마의 요리는 조금 덜 훌륭했다.

대부분의 경우 너무 끔찍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먹고 싶은 음식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서." 그녀가 웃었다. "나도 먹어보고 싶어."

샌드위치는 꽤 맛있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 삐삐가 울렸다.

성가신 고음의 삐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고, 나는 다른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삐삐를 끄려고 했다. 소리가 멈췄다.

나는 반쯤 먹은 점심을 접시 위에 올려놓고 누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확인하려고 삐삐를 꺼내 들었다.

"아니." 엄마는 내가 삐삐를 홀더에서 꺼내려는 것을 막으며 말씀하셨다. "먼저 음식이나 먹으렴."

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한 입 더 먹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샌드위치를 다시 집어 들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더 빨리 먹었다.

음식을 다 먹은 후 나는 접시를 싱크대로 가져가 내 방으로 향했다. 내 손으로 삐삐를 홀더에서 더듬더듬 꺼냈다.

새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기기의 화면에 11*4712*0998이라고 표시되었다. 나는 그 번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 친구와 가족 외에는 아무도 내 삐삐 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버튼 클릭 한 번으로 메시지가 지워지고 복도 벽에 설치된 전화기로 걸어갔다.

전화를 걸자 수화기에서 울리는 벨소리가 들렸다.

"레일라, 너야?" 마커스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어,뭐 때문에 연락했어? 콜트는 찾았어?" 내가 물었다.

"그랬어."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거의 패닉에 빠진 것처럼 들렸다. "어..."

"무슨 일이야?"

"헤이든이 조졌어." 그가 얼버무렸다. "헤이든이 심하게 조졌어 그가 그를 죽였어!"

"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만해. 재미없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나 농담 아니야! 죽었어! 콜트가 죽었어!"

"어떻게? 뭐라고?"

"헤이든이 실수로 목을 베었어." 마커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전화기 너머로 그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방이 엉망이야."

"뭐..."

"길거리 부스에서 전화했어. 헤이든에게 너희 집으로 달려가라고 했어."

"뭐? 왜 우리 집이야! 마커스! 장난 그만해, 하나도 재미없어!"

나는 장난이길 바랬다.

"말했잖아, 레일라, 농담 아니야!"그가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둔하고 단조로운 음색이 내 오른쪽 귀 에 울렸다.

농담이길 바랬다. 엄마는 복도 끝에서 식당 모퉁이를 들여다보며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엄마가 중얼거렸다.

전화기는 여전히 내 귀에 대고 있었다. 나는 계속 이야기하는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

"와, 정말 걱정했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멈췄다. 엄마는 내가 여전히 통화 중인 줄 알고 지켜보고 계셨다.

"제발 다시는 그러지 마, 마커스."

또 한 번 멈췄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척했다. 실제로는 심장이 빨리 뛰고 다리가 떨리고 있었지만. 엄마가 보지 않기를 바랬다.

"알았어, 끊어." 나는 마침내 전화를 끊었다.

내 시선은 엄마에게로 향했다. "멍청한 장난 전화." 나는 긴장하며 웃었다.

"그 마커스라는 남자애가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그녀가 말했다.

"방학이 시작된 후에 너한테 말을 건 사람은 그 애가 유일하잖아."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어제 데이지와 얘기했다.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했어야 했나? 그는 방금 살인자에게 우리 집에 오라고 했다.

헤이든이 여기로 오는 중이고, 난 정말 그가 문 앞에 도착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가 아직 칼을 가지고 있을까? 피투성이가 되었을까? 경찰이 그를 찾고 있을까?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별다를 정보 없이 추측하는 동안 여러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다. 내가 아는 것은 그가 올 수 있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구나." 엄마는 내가 침묵하는 것을 내가 그를 로맨틱하게 좋아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웃으셨다.

"전 그 사람에 대해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엄마." 나는 중얼거렸다. 마커스에 대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은 여전히 헤이든이 언제 문을 두드릴지 궁금해하며 초조하게 뛰고 있었다.

"그 전화 줄수 있니?" 그녀가 말했다. "내가 사용하려 했는데 아까 삐삐가 울려서 먼저 사용하게 했어."

"네, 여기요." 나는 전화기에서 손을 떼고 침실로 돌아갔다.

침대에 앉자마자 공포감이 엄습했다. 조용히 기다리는 동안 방의 선풍기는 낮은 소리를 냈고, 선풍기가 불어오는 바람을 피부로 느꼈다.

장난이었을 거다. 멍청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장난이겠지. 하지만 나는 마커스가 진심이라는 걸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게 말했을 테니까. 아니면 장안의 일부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칼을 쓰지 말라고 말했다!.

엄마가 전화로 통화하는 동안 엄마의 목소리가 벽을 통해 진동했다.

나는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엄마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

책상 위 시계를 확인했다. 1시 40분

복도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엄마가 전화를 끊었다는 것을 알렸다. 엄마의 발소리가 쿵쿵거리며 식당으로 돌아갔다.

내 창문에서 빠른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옆 골목을 정신없이 둘러보고 있는 헤이든을 보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들여보내줘." 헤이든이 속삭이듯 외쳤다. 그의 손은 주머니에 있었다.

"안 돼." 내가 말했다. "여기 오면 안 돼!"

"제발, 레일라, 어딘가 숨어야 해!" 

"여긴 안 돼!"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창문을 더 열려고 했다. 나는 뒤로 물러서서 그의 손이 붉은 피로 범벅이 된 것을 보았다.

"안 돼, 안 돼." 나는 다시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반대 방향으로 창문을 닫으면서 중얼거렸다.

우리는 창문을 잡으려고 몸부림쳤고, 헤이든은 창문을 더 크게 열어 그가 뛰어들 수 있게 하려고 했지만 나는 창문을 닫고 있었다.

"라일라!" 그가 소리쳤다.

"너를 여기로 들여보내지 않을 거야! 날 끌어들이면 안 돼!"

"제발, 제발." 그가 간청했다. 그의 눈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잠깐만 여기 숨게 해줘!" 그는 창문을 놓아주었다.

나는 창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틈새를 열어 두었다.

"공원에서 나한테 나가라고 한 건 바로 너잖아!" 나는 그에게 상기시켰다.

"난 갔어, 이제 네가 한 짓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그들은 여기서 날 찾지 않을 거야, 레일라." 그가 훌쩍 거렸다. "넌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으니까 널 찾으려 하지 않을 거야!"

사이렌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헤이든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 창문을 열려고 했다.

 나는 창문을 닫을 만큼 빠르지 못했다. 그는 난간을 넘어 내 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만해, 나가!" 나는 엄마가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내 손으로 그를 창문 쪽으로 다시 밀어내려고 했다. 그는 큰 소리를 내며 창문 뒤로 넘어졌다. 주머니에서 칼이 떨어졌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나는 헤이든의 옷깃을 잡고 창문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그는 창문 난간을 잡아당기며 저항했다. "레일라, 그만해."

나는 그의 얼굴을 때렸다. "나가!" 내 목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가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동안 열린 창문 밖으로 그를 밀었다.

그는 창문 밖으로 굴러 떨어졌고 다시 옆 골목으로 떨어졌다. 칼은 여전히 내 방에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칼을 집어 들고 밖으로 던졌다. 칼은 이웃집 울타리에 부딪히며 골목으로 튕겨 나갔다.

헤이든은 땅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이렌이 집을 지나쳐 울렸다. 우리 둘 다 길을 내려다보았다.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니 경찰 순찰차가 아니라 구급차였다.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다시 기어 올라오기 전에 나는 창문을 꽝 닫고 잠갔다. 헤이든은 창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다.

그는 좌절감에 주먹을 휘두르며 내 창문을 내리 쳤다. 나는 유리가 깨졌을 거라고 생각 하며 울찔했다.

대신 헤이든 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손을 다쳤을 때처럼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의 손은 콜트의 피로 범벅이 된 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창문 너머로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자기 문제를 나한테 연관 시키려 했을까? 난 아무 상관없다!

내 방 문이 열렸다. 헤이든은 재빨리 몸을 피하고 옆 골목으로 더 달려가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뭘 쳐다보는 거니?" 엄마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듯 물었다.

나는 돌아서서 엄마를 마주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거짓말을 했다.

심심하면 나랑 같이 시장에나 가자"라고 말했다. 그녀는 밖에 나가기 위해 옷을 입고 있었다.

재밌을 것 같았지만 우리가 없는 동안 헤이든이 몰래 들어올까 걱정됐다.

나는 집에 머물러야 했다. "아뇨, 전..." 내가 말했다. "저 피곤해요."

"방금 낮잠 잔 거 아니었니?"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설명이 없었다. 헤이든과 씨름한 후 피곤함을 느꼈다. 일종의 정신적 과부하였을지도 모른다.

"여름 동안 할 일을 찾아야지," 엄마가 말씀하셨다. "매일 방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지금 나랑 같이 안 가도 괜찮겠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어지러워요."

정말 간단한 거짓말이다. 헤이든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친구였다.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마커스는 어디 있을까? 그도 곤경에 처했을까? 아빠도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엄마가 시장으로 떠나는 순간, 나는 다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골목 양쪽 끝을 내려다보았다.

헤이든은 사라졌다.

헤이든이 사라진 방향은 오른쪽 아래 뒷마당 쪽이었다. 아마 거기 있었을 거다.

나는 창문을 닫고 서둘러 뒷문으로 향했다. 뒷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헤이든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 가족은 뒷마당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잔디는 앞마당처럼 다듬어져 있지 않았고, 몇 달 동안 손도 대지 않은 채 아무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오히려 집 안에 들어가지 않는 큰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에 가까웠다.

마당 한 구석에는 공구창고가 서 있었고 반대편에는 빈 개집이 먼지와 거미줄을 모으고 있었다. 

울타리를 뛰어넘지 않는 한 여기 어딘가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레일라."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어디에서 났는지 고개를 돌렸다. 

큰 떡갈나무 그늘에 가려진 마당 구석에 헤이든이 울타리에 몸을 웅크린 채 공 모양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구석으로 다가가 그 애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는 울면서 눈을 닦았다.

"내가 망쳤어." 그가 울먹였다. 내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신발 밑의 낙엽이 바스락거렸다.

"무슨 일이야?" 내가 물었다. 설명을 듣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칼을 꺼내면 겁먹을 줄 알았어. 내가 칼을 휘두르니까 친구들은 겁을 먹었는데 걔는 안 무서워하더라고. 미친놈이지."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콜트가 예상과는 달리 나한테 돌진했어. 그냥 칼을 꺼내서 목을 찔러버렸어."

"내가 말했잖아." 그가 우리 집에 온 게 별로 달갑지 않았다. 말 그대로 칼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가 칼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알아, 레일라! 엿 먹어!" 그는 울부짖었다. "일부러 목을 찌른 것도 아니고 그냥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야."

"하지만 걔는 이제 죽었잖아. 그리고 칼을 든 건 너였어."

"이제 어쩌란 말이야!" 그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난 정말 병신이야. 난 진짜 병신이야." 그는 흐느꼈다.

"그만해!" 나는 그의 팔을 붙잡고 주먹을 휘두르지 못하게 막았다. 달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그에게 경고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이제 평생 감옥에 갇혀 살아야겠어." 헤이든이 중얼거렸다.

"그만해." 나는 여전히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내가 정말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안으로 들어가자"라고 내가 말했다. "이웃이 듣거나 엿듣게 하고 싶지 않아, 알지?"

그는 여전히 울면서 울먹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마른 피가 묻은 손을 벽에 대고 스스로 일어섰다.

나는 그를 두 팔로 감싸 안아주었다. 그런 헤이든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 실수 때문에 무너지고 있었다. 큰 실수였다.

포옹은 그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

 내 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벽에 기대어 무릎을 가슴에 꿇고 앉았다.

나는 침대에 앉아 다리를 십자로 꼬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헤이든은 천천히 자신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계속 울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손도 다르게 빨갛게 달아올랐다.

"씻는 게 좋겠어." 내가 제안했다.

그는 아무 반응 없이 다시 일어나 복도 아래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가 몸을 씻는 동안 수도꼭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 씻은 후 그는 돌아와서 같은 자리에 같은 자세로 앉았다.

이제 그의 손에는 마른 붉은 액체가 묻어 있지 않았다.

"마커스는 어딨어?" 내가 물었다.

"모르겠어." 헤이든이 울먹였다. "어느 순간 헤어졌어.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어."

"쫓기고 있었어?"

"모르겠어. 그런 것 같아. 콜트 친구 중 한 명이 나를 쫓아왔지만 포기했어."

헤이든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이야기하는 동안 팬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 책상 위의 아날로그 시계는 오후 2시 30분을 가리켰다.

"기억이 잘 안 나. 마커스가 방금 네 집에 가라고 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여기서 같이 만날 줄 알았어."

나는 심호흡을 하고 한숨을 쉬었다. "할 일을 생각해야 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알아, 알아. 뭘 해 달라는 게 아니야, 레일라. 그냥 생각할 시간을 줘."

"아까도 그렇게 말했잖아. 나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 너는 내 집에 숨어 있잖아."

헤이든은 비웃었다. "미안해, 알았지?" 그는 답답하게 머리를 움켜쥐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부모님은 어때? 하루 종일 집을 비우면 걱정하지시 않아?" 나는 물었다.

"우리 아빠 만나봤어?"

"아니."

"신경도 안 써. 내가 일주일 내내 집을 비워도 신경 쓰지 않을거야."

"글쎄, 부모님은 너가 여기 있는 걸 걱정할거야. 조만간 경찰이 너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퍼질 거고, 그 소식을 듣게 될 거야."

"씨발." 그는 팔에 머리를 파묻고 중얼거렸다. "나 완전 좆됐어."

정말 그랬다. 그리고 나는 그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사실 뭔가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앉았다. "헤이든, 정말 필요하다면 하룻밤 더 머물면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생각해봐도 돼. 하지만 아침까지 여기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나는 다시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후 2시 36분.

"알았어." 그가 훌쩍였다. "고마워."

그는 내 옷장에 숨거나 심지어 그 안에서 잠을 자야 했다. 미닫이 문이 달린 옷장 이였기 때문에 두 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잠을 잘 수나 있을까?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나면 그럴 수 없을 거란 걸 안다. 엄마나 아빠가 여기 있는 걸 알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설명할까? 여자아이 방에 있던 남자아이가 주머니에 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의문이 제기될 것이 분명했다.

내가 바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헤이든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III: THE DAISY  (데이지)

그날 오후 전화 통화 이후 마커스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어디 있을까? 다른 친구 집에 가서 숨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다시 전화해서 괜찮다고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부엌 싱크대에서 물이 잔잔한 백색 소음처럼 흘러나왔다. 그 사이 나는 설거지를 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파란색 세단. 흰색 픽업. 흰색 세단. 검은색 세단. 

녹색 슈퍼미니 차는 도로를 지나지 않고 집 앞 연석을 따라 멈췄다.

운전석 문에서 미니드레스와 가디건을 입은 금발 소녀가 나왔다. 머리를 느슨하게 뒤로 묶은 채 귀 뒤로 머리를 집어넣고 있었다.

데이지. 데이지다.

나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닦던 접시를 떨어뜨렸다.

서둘러 방으로 돌아와서 나는 헤이든에게 옷장에 숨으라고 말했다.

"누가 왔어? 경찰이야?" 그가 물었다.

"아니, 데이지야.' 내가 답했다. "소리 내지 마!"

그는 미닫이 옷장 안으로 들어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거실로 다시 달려갔고, 밖에서 데이지의 운동화 소리가 콘크리트 통로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데이지가 노크를 하기 전에 나는 문을 열었다.

"안녕!" 나는 그녀에게 인사했다.

"안녕." 그녀가 대답하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부모님 여기 계셔?"

"아니, 엄마는 징 보러 가셨어."

"지금 바빠?"

옷장 속에 숨어 있는 헤이든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어, 아니." 내가 답했다. "설거지를 하다 너가 앞에 주차하는 걸 봤어."

데이지가 문을 닫았다. 그녀는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오늘 제이미 봤어?"

"아니? 뭔 일 있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행동했다.

"하루 종일 내 메시지에 답장이 없어."

아마도 병원에 있어서 그렇겠지.

"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그녀는 계속 말했다.

"별일 아닐 거야."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마 집에 가서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있을 거야."

"아니, 여기 오기 전에 집에 갔었어, 하루 종일 집을 비웠더라고, 엄마가 스케이트장에 나갔다고 했어, 하지만 거기서도 그를 보지 못해서 너희 집에 왔어."

"남자애들이랑 놀고 있겠지."

제이미가 자신보다 남자 친구들과 더 어울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데이지의 얼굴이 뚱해졌다.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지난 주부터는 나랑 대화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거 아닐까?"

"시간? 시간? 나한테서 떨어져 있는 시간?"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닐 수도 있지." 나는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그냥 추측일 뿐이지."

"너라면 어떻게 할래?"

"나라면?"

"어, 남자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소파 옆에 앉았다.

"글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대답을 바란 건 아니였어." 그녀가 말했다. 나를 놀리는 건가?
"근데 남자 친구는 언제 사귀는 거야?" 그녀가 계속 물었다.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넌 예뻐서 만나기 쉬울 것 같아."

나는 그 칭찬에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하지만 너는 있고 나는 없잖아 그게 더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아."

"루카스 좋아하지 않았어?"

나는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움찔했다.

"아직도 좋아하지?" 내가 부끄러워하는 게 분명해 보였는지 그녀는 계속 물었다.

"아니, 그건 1학년 때였어, 알았지?"

"진심이야?" 그녀는 킥킥 웃었다. "아직도 그 사람 꿈 안 꿔?"

그녀는 내가 몇 년 전에 그 남자아이에 대한 꿈을 꾼다고 말했을 때 내가 했던 바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 얘기는 그만해!" 나는 징징댔다.

"알았어. 알았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로 옆에서 데이지의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제를 바꿀 무언가를 생각하며 눈을 동그랗게 굴렸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있잖아, 루카스한테 물어볼 수 있어."

"그만..."

그녀의 킥킥거리는 소리가 더 큰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나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복도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일까? 마커스일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전화기를 향해 뛰어갔다.

수화기를 들자 벨소리가 멈췄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여보세요?"라고 말했다."

"레일라?" 이사야의 목소리였다.

"그래, 나야. 어떻게 지내?"

"제이미는 병원에서 회복 중이야. 마커스나 헤이든도 같이 있어? 연락이 안돼. 전화를 받지도 않고 내 삐삐에도 답을 안 해."

마커스는 여기 없었지만 헤이든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여기 없어." 내가 대답했다. "너가 스케이트장을 떠난 후에 집에 갔어."

"알았어. 병원에서 전화했어. 아마 밤까지 제이미랑 여기 있을 거야. 마커스나 헤이든을 다시 만나면 연락하라고 전해줘."

"어, 알았어." 그럴 일은 없었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이사야가 전화를 끊었다. 나는 수화기를 벽에 걸어두고 데이지가 기다리는 거실로 돌아갔다.

"누구야?" 내가 소파로 걸어가자 데이지가 물었다.

"이사야야." 내가 답했다.

"오늘 제이미를 못 봤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하지만 방금 스케이트장에 있었다고 했잖아?"

심장이 멈춘 것만 같았다. 젠장 전화로 스케이트장에 대해 큰 소리로 말했었다.

"저, 어..." 나는 말을 더듬었다.

"나한테 숨기는 게 있어?" 데이지의 목소리가 당황한 듯 높아졌다. "제이미 봤었지?"

"알았어, 데이지, 걱정시키기 싫었어."

"무슨 일이야!" 나는 그냥 사실을 말했다.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제이미가 오늘 아침에 싸웠어."

"뭐? 누구랑?"

"콜트" 그의 죽음을 알면서도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의 얼굴은 온통 멍투성이였고 이사야가 그를 페어웨이로 데려갔어. 이사야가 방금 전화해서 괜찮다고 했어."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내가 얼마나 아끼는지 알잖아?'

그래 좀 과했다.

"미안해." 내가 말했다 "걱정할까 해서."

"다시 전화해 줄수 있어? 제이미하고 얘기하고 싶어."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전화번호부를 찾으면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엄마는 보통 전화기 근처 어딘가에 두었다. 내가 전화기를 찾는 동안 데이지가 나를 따라다녔다.

식탁에서 전화번호부를 발견하자마자 나는 전화번호부를 펼쳐 페어웨이 클리닉의 전화번호가 적힌 페이지를 확인했다.

그러자 데이지가 내 손에서 책을 빼앗아 복도에 있는 전화기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헤이든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데이지를 지나 복도를 지나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옷장 문이 살짝 열리자 헤이든이 밖을 내다봤다.

"언제 가?" 그가 속삭였다.

"모르겠어, 아마 지금쯤이겠지." 내가 답했다.

"배고파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

"그래놀라 바를 가져다줄게, 알겠지?"

그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에게 또 뭘 주어야 했나?

나는 절대 식사를 준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데이지가 문을 두드리자 나는 재빨리 옷장 문을 닫았다.

"아!" 실수로 문이 손가락에 걸리자 헤이든이 조용히 비명을 질렀다.

"미안해." 나는 문을 완전히 닫기 전에 속삭였다.

"레일라!" 데이지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병원에 다녀올게. 안녕!"

"알겠어, 안녕!" 나는 소리쳤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IV: THE MOONFLOWER   (나팔꽃)

엄마는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시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셨다. 양손에 식재료와 식료품이 가득 담긴 가방 두 개를 들고 현관문이 활짝열였다.

아빠가 한 주 동안 먹을 식료품을 사러 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어떤 때는 내가 따라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내가 따라가지 않기도 했다.

나는 부엌에서 엄마를 도와 식료품 정리를 도왔다.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무,양파 같은 생 야채와 양념통 두어 개가 있었다. 

우유 두 팩, 얇게 썬 식빵 두 개, 페스토를 만들기 위한 마늘과 기타 재료, 모짜렐라 스트링 치즈 한 팩, 초콜릿 바, 그르나슈 레드 와인 한 병? 그루사에서 배송된 거라 꽤 비쌀거다

내 관심 밖의 다른 식료품과 여기저기 작은 간식도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뭐 했니?" 엄마가 물었다.

"데이지가 잠깐 왔었어요." 내가 답했다.

"다른건?"

"TV요."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냉장고를 열었다. "방학이 이틀째인데 벌써 지루해하는 것 같아."

"어제 돌리 부인의 울타리를 다듬어 드렸는데 기억나세요? 그 대가로 10달러를 받았어요."

"스케이트장 가는 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녀가 브로콜리 두 줄기를 꺼내며 물었다.

"그녀의 집안일을 더 해주고 싶은 것 같네,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마도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여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건 어떻니?"

"어디서 구해야 하나요?"

"아마 신문에 광고가 있을 거야. 아버지는 거의  매일 아침 신문을 읽으셔." 그녀가 내게 말했다.

수도꼭지가 켜졌다. 물이 그녀의 손 위로 흘러 손에 들고 있던 브로콜리를 헹궜다.

"모르겠어요. 차라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취직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두고 봐야지, 취직하고 싶지 않다면 여름에 무슨 계획이 있니?"어머니는 채소를 씻으며 어깨 너머로 나를 바라보셨다.

"아직 고민 중이에요, 엄마." 내가 말했다. "아직 이틀밖에 안 됐으니 이번 주말까지는 뭔가 생각해낼 수 있을 거예요."

"알겠어." 그녀의 고개가 싱크대 쪽으로 돌아갔다. "아까 무슨 일 있었니? 아침부터 행동이 달라졌었어."

나는 불편한 마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움직였다. "'달라졌다'라는게 무슨 뜻이에요?"

"있잖아. 겉옷을 입고 자거나? 낮잠을 자도 여전히 피곤하다고 하거나? 늦잠을 자고 싶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것 같아."

사실이었다. 매일 밤 늦게 잠자리에 들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피곤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니?" 그녀가 계속 물었다.

나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항상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내가 거짓말을 하면 어머니는 항상 알아차리셨다.

"네." 내가 인정했다.

"뭔데?"

"스케이트장이요."

"그럴 줄 알았어."

"싸웠어요."

엄마는 나를 흘끗 쳐다보았다. "너 싸웠어? 괜찮니?"

"아뇨, 전 싸우지 않았어요. 싸우는걸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제이미랑 콜트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제이미가 심하게 맞아서 병원에 데려 가야 했어요."

"얼마나 심했니?"

"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코에서 피가 났는데 부러졌는지 안 부러졌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빨은 확실히 부러져 있었어요."

"가없어라, 뭐 때문에 싸운 거니?"

"트레쉬 토크요."

그녀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이때 그녀는 브로콜리, 당근 스틱 3개, 셀러리 줄기 2개를 씻어 놓았다.

싱크대 옆 카운터에 깔끔하게 정돈된 채로 엄마가 칼을 준비했다.

"그러고 보니 마트에서 들은 얘기가 생각나네." 엄마가 내게 말했다.

"오늘 아침 스케이트장 근처 창고에서 고등학생 한 명이 살해당했대. 경찰은 아직 범인을 찾고 있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너가 아까 스케이트장에 있어서 잠시 걱정이 됐어. 너나 네 친구들일 수도 있었어."

"무슨 말이에요?" 그녀가 우리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한 건가?"

"너나 네 친구 중 한 명이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어."

"아, 맞아요."

"그럼 집에 일찍 오길 잘했네." 칼이 도마에 부딪히면서 당근이 동전 크기의 작은 조각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누가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알지 못했다. 뉴스에서 자세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들은 확실히 알고 있고 마커스와 헤이든을 찾고 있다. 헤이든이 가능한 한 빨리 집에서 나가야 할 이유가 더 늘었다.

그들이 나를 찾으러 오지는 않겠지? 난 거기 없었어. 제이미나 이사야도 마찬가지였다. 

내 머릿속에는 경찰이 나를 찾을 다양한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한 가지 사례가 있었다. 누군가 헤이든이 우리 집으로 달려가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을 봤을수도 있다.

경찰이 헤이든의 인상착의를 알아냈을까? 짙은 갈색 머리에 키는 6피트(약 182cm) 정도? 그런 유형의 아이들은 주변에 많았다.

더 구제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이웃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제야 네가 왜 이상하게 행동했는지 알겠어." 엄마가 말씀하셨다.

"제이미가 멍투성이가 된 걸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구나."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헤이든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방법이 없었다.

"내일 우리 둘이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금요일이잖아."

"네."

"쇼핑몰이 새 푸드코드하고 새 공사를 마쳤어. 데이지도 같이 가자고 말 할 수 있어." 그녀가 계속 말했다.

"하지만 제이미는 못 올지도 몰라요. 그가 못 오면 데이지도 못 오겠죠."

내 방에서 삐삐가 울렸다. 나는 고개를 복도로 돌렸고, 헤이든이 소리를 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엄마를 돌아보니 여전히 음식 준비로 바쁘셨다. 엄마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거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셨던 것 같았다.

"그럼 우리 둘이 가야 할 것 같네." 그녀가 말했다. "이제 학교가 쉬니까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

"여름에 하고 싶은 일 몇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친구들 과 같이요."

"어떤 거?"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하이킹, 캠핑, 로드 트립 등 몇 가지요."

"그런 것 들은 우리도 할 수 있는 거잖니."

"알아요..."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죄책감이 들었다.

"휴가 어때요?"

"휴가? 어디로?"

"센타우라. 아니면 아우리가요. 하지만 그루사에 뭐가 있는지 꼭 가보고 싶어요."

엄마는 오랫동안 그루사 문화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앞서 시장에서 구입한 와인도 그곳에서 수입한 것이었죠.

몇 년 전에 그녀가 언어를 배우려고 했을 때가 기억난다. 하지만 실제로 배울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서 포기했었다.

"아버지하고 나는 휴가를 낼 수 있어." 그녀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비행기 표를 살 돈도 충분해."

이제 야채가 냄비에서 끓고 있었다.

"재밌겠네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그곳이 얼마나 더울지 상상해 보세요. 특히 여름에는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그들의 가족은 대대로 그곳에서 살아왔으니까."

"그루사 사람들은 자기네 언어를 쓰지 않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요?"

"오, 아니야. 그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고정관념일 뿐이지. 그루사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 살고 있잖아."

"글쎄요. 그들이 그렇게 안 하면 고정관념이 아니겠죠."

엄마가 웃었다. "그럴지도..." 그녀는 내가 아까 반쯤 설거지한 설거지를 계속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그루사계-오리온 사람들은 친절해, 카밀라 알지?"

엄마의 친구이자 회사의 동료였다. 몇 번 본 적이 있는대 매번 커다란 플로피 선모자와 선글라스,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다녔다.

다른 동네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옷을 입은 사람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훌륭해.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그렇지 않지. 심술궂은 할머니고 그루사어만 쓰셨어. 한 번은 나를 나쁜 년이라고 불렀던 것 같아." 내 입에서 킥킥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짓을 해서 화를 내셨어요?"

"집에 들어올 때 신발을 벗는 걸 깜빡했어. 카밀라가 몇 주 전에 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었잖아, 기억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여자는 내가 거기 있는 내내 나를 계속 쳐다봤어. 분명 카밀라에게 나에 대해 몇 가지 할 말이 있었을 거야."

그 후 30분 동안은 엄마가 요리하는 동안 나와 엄마가 이야기를 나누며 마늘 다지기 등 몇 가지 일을 도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헤이든이 우연히 들킬까 걱정했다. 헤이든이 어두운 벽장 안에 있는 것이 매우 불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는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그는 평생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닐 수는 없었다.

열일곱 살에 직업도, 차도 없었고,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부모님도 있었으니까.

경찰은 콜트를 죽인 범인이 헤이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지금쯤이면 헤이든의 정확한 인상착의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경보를 보냈을 거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그를 봤을거다.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걱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 했는데 괜히 불안해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고의로 숨겨주면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도망자를 숨겨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누군가를 숨겨주는 행위 자체가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V: THE PRIMROSE   (앵초)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셨을 때 엄마는 아까 하던 서류 작업을 모두 정리하고 있었다.

아빠의 근무는 오후 5시에 끝나고 보통 30분 후에 집에 도착했다. 엄마의 교대 근무는 한 시간 뒤인 오후 6시에 시작된다.

평일에는 아침과 교대 근무 사이에만 서로를 볼 정도로 두 사람 사이에는 교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에는 둘 다 쉬었다.

하지만 오늘은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내일과 일요일은 나와 함께 집에 있을 것이다.

헤이든은 아침이면 외출할 테니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 문제 없이 여름의 시작을 즐길 수 있었다.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셨을 때 가장 먼저 아빠를 안아드리고 싶었다. 

아침 식사 때 뵙긴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정신적으로 매우 지친 하루를 보낸 후 내게 필요한 것은 포옹이었다. 

그가 곁에 있을 때마다 편안하고 안전한 기운이 방 안을 감쌌다.

그는 내 등을 쓰다듬으며 공기 냄새를 맡았다. "뭐 요리했어?" 그가 물었다.

"치킨?" 그는 짐작했다.

맞았다. 엄마는 닭 육수를 사용했다. "어느 정도로요." 나는 그를 놓아주며 대답했다. "서류 가방은 어디 있어요?"

"차에 두고 왔어." 그는 검은색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꺼내 입어야지. 지금은 준비됐어."

"무슨 준비요?"

"길고 아름다운 숙면을 취하기 위해!"

엄마의 목소리가 엄마와 아빠의 방에서 복도를 통해 울려 퍼졌다.

"토스터기 고치기 전에는 안 돼!"

아빠는 껄껄 웃었다. "저기서 내 말을 어떻게 들었지?"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발이 그를 소파로 데려가더니 푹신한 쿠션 위에 엎드려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풀기 시작했다. "지금 여름방학이지?"

"네." 내가 대답했다.

"좋아,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넥타이가 풀리면서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에게 물어 보았던 그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아, 그게 무슨 차이가 있니? 여전히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잖아. 다만 엄마랑 나랑 같이 한다는 것만 빼고!"

"같은 게 아니에요." 나는 팔짱을 끼었다.

"그래, 미성년자 음주나 마약, 장난치는 등 다른 10대들이 하는 멍청한 짓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거구나?"

"아니, 뭐요?"

"나도 너와 같은 십대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아." 그가 신발을 벗으며 말을 이어간다.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분명 내 친구들과 놀고 싶었어.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그 모든 시간이 가치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지."

"제가 친구를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세요?"

"그런 말은 안 했어. 물론 친구를 사귀었으면 좋겠어! 다만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가 곤경에 처하는 걸 원치 않으시잖아요. 알아요. 알아요."

"알면서 왜 아직도 나와 논쟁을 벌이는 거니?"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 아빠보다 그들을 더 잘 알기 때문이죠 음주 운전이나 그 밖의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거에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니? 십대들은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 일을 시도할 기회가 생기면 바로 뛰어들 거야. 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고, 또래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파티에서 맥주를 마시고 취해서 집에 왔을 때는 어땠니? 친구들도 모두 취해서 택시가 집까지 태워다 줬잖아."

1년 전의 그 파티가 생각났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은 저에게 매우 실망하셨다.

나는 똑바로 걷지도 못했고, 눈이 침침했으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절반 정도는 몰랐다.

다음날 아침, 나에게 한 달간 외출금지를 내렸다.

"그게 또래의 압력이 아니라면 뭐가 뭔지 모르겠어." 아빠가 계속 말했다.

"그리고 그건 너를 바보처럼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부모인 나를 무책임 하게 보이게 만들지.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레일라. 

네가 저지를 모든 실수는 너 자신뿐만 아니라 나와 네 엄마의 책임이기도 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는 그의 말이 100%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인생 수업을 계속하기 전에 엄마가 거실로 들어왔다. 엄마는 출근 복장을 하고 어깨에 슬링백을 메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현관문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그녀가 나를 지나칠 때 나는 은은한 꽃향기 향수 냄새를 맡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는 딸의 마음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듯 대답했다. "레일라와 여름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

그녀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뭘 하고 싶은지 말했어?" 그녀가 말했다.

"어, 지금 알아보고 있어."

"알겠어, 그럼 이만 가볼게. 나 늦었어." 그녀는 문 손잡이를 잡았다.

"안녕, 여보."

"나중에 봐." 그녀가 문이 열리자 손을 흔들었다.

나는 삐삐를 내려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39분. 해가 지기 시작했고 창밖 하늘에는 주황색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어쩄든, 내 말 이해하지?" 아빠가 말했다.

"네." 나는 의욕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하품을 하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신발을 집어 들고 양말을 신고 침실로 걸어갔다.

나는 그를 따라 복도를 내려가다가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선풍기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옷장에 다가가기 전에 선풍기를 끄고 문을 반쯤 밀어서 열었다.

헤이든은 불안해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가 무슨 생을 하고 있는지 상상만 할 수 있었다. 그의 옆에는 빈 그래놀라 바 포장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괜찮아?" 내가 물었다.

그는 손가락을 안절부절못해 했다. "아까 창문을 쳐서 미안해." 그가 중얼거렸다.

"괜찮아. 적어도 부수진 않았잖아."

그의 입에서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일하러 나갔지만 아빠는 지금 집에 계셔. 넌 여전히 조용히 있어야 해." 내가 그에게 말했다.

그는 완전히 비참한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옷장 문을 닫았다. 

나는 아빠를 혼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한 시간 동안 아빠는 부엌에서 토스터기를 고치고 계셨다.

토스터기를 거꾸로 돌리면서 탄 부스러기 더미가 주방 카운터에 널려 있었다.

나는 그가 드라이버로 바닥 판을 분리하여 내부 스프링과 배선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포았다.

그의 카세트에서 "Jump In The Fire"(역주: 실존하는 곡,메탈리카 작사,작곡)가 흘러나오자 그의 발이 올무의 박자에 맞춰 두드렸다.

"My disciples all shout, to search you out!" 그의 입술이 가사에 맞춰 떨렸다. "They always shall obe-ey!"

메탈은 내 음악 취향이 아니었다. 듣기에는 너무 강렬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반면에 록은 그 장르의 더 차분한 형제였다. 하지만 나는 아빠를 판단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어린 시절 때문에 메탈 음악을 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약한 고리였을 거다.

할아버지는 전쟁 참전 용사였는데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되셨다.

아버지가 집에 오셨을 때. 항상 저에게 과거 할아버지에게 맞았던 자신과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와 학대하는 부모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이야기를 하셨다.

아버지의 인생의 전환점은 할아버지가 아내의 목을 졸라 죽인 사건이었다.

의도치 않은 일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전쟁 플래시백으로 아내를 적군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아버지와 형제들은 각자의 길을 떠났다. 

우울한 역사였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버지는 맥주를 싫어하셨고 친구들과도 술을 마시지 않으셨다.

시장에서 파는 그루사산 와인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물론 엄마는 예외였다. 아빠의 술에 대한 혐오감은 엄마에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고, 가끔식은 엄마가 술을 사는 것을 허락하셨다.

"So come on!" 그는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Jump in the fi-yah!" 

웃음이 터져 나왔다. 

토스터를 다시 조립하고 콘센트에 꽂았다. "고장나지 않았어." 그는 손에 묻은 검은 먼지를 닦으며 말했다.

"그냥 녹은 부스러기 덩어리들이 스프링에 붙어 있었어."

"그럼 고친 거에요?" 내가 물었다.

"어" 그는 검은 부스러기 더미가 놓여 있는 카운터를 돌아보았다.

"내가 치울게." 그는 손을 씻기 위해 싱크대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때마침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끝났다.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저게 누구일까?

천천히 걸어가서 문을 열자마자 심장이 멈췄다.

내 앞 현관에는 남자 세 명이 서 있었는데, 두 명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 뒤에 서 있던 세 번째 사람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었다.

집 앞 연석에 경찰차가 주차되어 있었지만 사이렌 불빛은 꺼져 있었다.

문이 열리자 그들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레일라 헌팅턴이신가요?"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물었다. 40대로 보이는 검은 머리의 남자였다.

"네, 저에요." 나는 거의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빠르게 들리면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저들이 여기서 뭐 하는 걸까? 다른 정장 차림의 남자가 말을 시작하자 내 눈은 세 남자 사이를 오갔다.

그는 짙은 갈색 머리에 서른이 넘지 않은 젊은 얼굴이었다.

젊은 남자가 "VPD"라고 소개했다. 

"저는 토렐 형사입니다. 이쪽은 가느시 형사입니다." 그의 손이 검은 머리의 남자를 향해 움직였다.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몇 가지 질문을 하러 온 것 뿐입니다." 가느시가 말했다.

목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숨쉬기가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 집에 계시니?" 그가 물었다.

나는 뒤에서 씻은 손을 바지에 닦고 부엌에서 다가오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아빠가 물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하여 따님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가느시가 대답했다

"그저 몇 분이면 됩니다."

아빠의 눈이 나를 노려보았다. "뭔 짓 했니?" 그는 화를 내며 속삭였다.

"현관에서 얘기할 수 있게 밖으로 나와 줄수 있으십니까?" 그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면서 나에게 물었다.

온몸이 떨렸다. 너무 긴장했다. 평정심을 유지해야만 했다.

문 밖으로 발을 내딛으며 숨을 고르려고 저녁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울고 싶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할 수는 없었다.

"헤이든 코프먼을 아십니까?" 한 사람이 물었다. 나는 누가 질문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네." 나는 겨우 내뱉었다.

"지난 24시간 동안 그와 접촉한 적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나는 거짓말을 했다. 피부가 뜨거워졌다. 그들이 질문할 때 마다 내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

형사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에 스케이트장에 있던 아이들이 몇 시간 전에 구금한 다른 소년과 함께 당신이 그와 대화하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토렐이 말했다.

마커스였다. 마커스가 체포됐나? 오, 안돼 오, 안돼, 안돼, 안돼. 나는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레일라, 뭔가 알고 있다면 우리에게 말해야 합니다." 가느시가 압박했다. 그들은 내가 거짓말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그가 물었다.

나는 구두로 말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너무 떨렸다.

내 손은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형사들이 계속 질문을 쏟아내는 동안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나를 쳐다보았다.

"모르겠어요."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 귀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너무 컸다. "오늘 아침부터 그와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왜 오늘 아침에 그를 봤다고 거짓말 했습니까?" 그들은 계속 물었다.

"저..." 내 목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각도 기억도 안 났어요."

무너지지 말자, 나는 내 자신에게 계속 말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헤이든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를 너무 많이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인정할 수는 없었다. 나 자신이나 가족을 곤경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고 헤이든을 배신하고 싶지도 않았다.

"형사님들, 다른 건 없나요? 아빠는 여전히 현관에 서 있는 토렐의 말을 가로 막았다.

토렐은 엉덩이에 손을 얹었다. 가느시는 코트 안으로 손을 뻗어 명함를 꺼냈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은 여전히 커다란 금속 손전등을 들고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를 보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해 주세요." 가느시가 아버지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왜, 왜 그를 찾는 거죠?" 나는 숨을 몰아쉬며 어떻게든 의심을 거두게 하려고 애썼다.

"동급생 콜트 러든을 찔러 살해했습니다. 피해자가 누군지 알고 계셨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런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거기 서!"라고 소리쳤다.

이웃집 울타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관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있던 헤이든이 그 자리에 멈춰 서있었다.

"칼 버려!" 경찰관이 소리쳤다. 형사들은 현관에서 내려와 경찰관 옆 길에 섰다.

"헤이든, 칼 버려!" 토렐이 소리쳤다. 그의 손이 숨겨진 권총을 향해 움직였다. "내 말대로 해, 칼 버려!"

소년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서 있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콜트를 죽인 바로 그 칼,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움켜쥐었다.

"날 봐, 헤이든!" 형사가 계속 외쳤다. "칼 버려!"

헤이든은 단숨에 칼을 들고 경찰관에게 돌진했다.


총성이 울렸다.




                                                                     VI: THE LILY    (백합)

켈리 씨는 어때?" 데이지가 물었다.

"피곤해 보여." 나는 배낭 지퍼를 내리며 답했다. "수업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그럼 쉬운 선생님 같네. 레븐스 선생님은 사악해. 에세이 과제를 내줬어, 이제 겨우 첫날인데!"

고개가 올라간다. "정말? 언제까지?"

"수요일까지." 제이미가 끼어들었다. 그의 입에는 점심 도시락에 싸온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가 묻어 있었다. "말도 안 돼."

"운이 좋았지." 내가 말한다. "이번 주에는 숙제가 전혀 없어."

제이미가 눈썹을 치켜뜬다 "뭐, 나를 레벤스랑 남겨 놓는다고? 절대 안 돼."

"넌 괜찮을 거야."

"아닐 것 같아. 이틀 안에 에세이를 끝내지도 못할 것 같아."

"고3 첫날인데 벌써 포기하는 거야?" 나는 웃었다.

"어차피 그 수업은 다 들을 필요도 없잖아. 수강 중인 다른 과목에서 학점 받을 수 있어."

나는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알루미늄 호일에 싸여 있고 정사각형 모양이다. 호일을 벗겨서 살펴보니 칠면조 페스토 샌드위치다.

고마워요 엄마.

이사야가 우리 테이블로 걸어오더니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늦어서 미안해." 그가 말한다.
"농구 게임 좀 뛰고 오느라 너무 바빴어."

"누구를 상대로? 신입생?" 제이미가 비웃었다. "우리 둘 다 네가 슛도 못 쏘는 거 알잖아"

"그만 떠들어. 넌 나보다 나은 게 없어."

"그래? 증명해볼까?"

이사야가 손을 들어 펼쳤다가 닫았다. "다들 말이 많네." 그가 웃으며 말한다.

"코트에서 한 게임해? 일대일로?"

주고 받는 농담이 계속된다. 제이미는 평소처럼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할지 모른다.


새 학기가 막 시작되었다. 마커스와 헤이든을 잃은 여름은 이상한 3개월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넘어갔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그날 밤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헤이든이 총에 맞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가 달려들기 시작하는 순간 눈을 감았다.

아니면 아버지가 내 눈을 가려주가나 돌아서서 보셨을지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안 난다.

그냥 잊어버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건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두들 잊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헤이든은 총을 맞고도 살아 남았다. 구급차가 와서 수갑을 채운 채 들것에 실려 갔다.

경찰은 범죄자를 은닉한 혐의로 나를 체포하려 했지만 형사들은 나를 풀어줬다. 

아버지는 나에게 화를 내셨지만 내가 모든 것을 말씀드린 후 진정하시고 이해해 주셨다.

아빠는 자기 친구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날 밤 침실로 돌아왔을 때 창문이 열려 있고 책상위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헤이든이 창문으로 나가면서 떨리는 글씨로 적은 메모를 남겼다.

유서였다. 그는 나에게 머물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사과를 했다.

나는 그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그가 그 경찰관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었다.


몇 주가 지나서야 나는 헤이든이 35년 형을 선고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성인으로서 2급 살인, 특수 폭행, 불법 도검류 소지, 체포 회피, 경찰관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종신형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긴 시간이었다. 

그가 출소했을 때 쯤이면 우리 친구 그룹은 그가 없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갔을 가능성이 크다.

마커스는 공범이라는 이유로 더 가벼운 형을 선고 받고 체포를 피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남은 여름방학은 그렇게 우울하지는 않았다. 아빠는 내가 엄마를 내 편으로 설득한 후 데이지, 제이미, 이사야와 함께 여행을가도록 허락 해주셨다.

우리는 보우스트링 지협으로 차를 몰고 가서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음주 운전자에게 기름을 뺏기고, 싸구려 식당에서 인생 최악의 아침 식사를 먹었다. 

여행이 끝난 후 부모님은 휴가를 내셔서 센타우라로 여행을 가셨고, 나는 몇 주 동안 집에 혼자 남겨졌다. 

부모님이 나를 데리고 가지 않으셨다고 해서 너무 슬프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집 전체를 혼자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거의 매일 집에 와서 잤다.

그리고 나는 일종의 기념으로 헤이든의 메모를 내 방에 보관했다. 몇십 년 동안 그를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는 여전히 내 친구였다. 우리 모두 그와 마커스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나이가 들며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일은 일어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헤이든을 잊을 것이다. 


원문:https://docs.google.com/document/d/16XIGR-1ptSONtpBBRx6boFX_9PeDdTFtjrIG7pzuTeQ/edit?usp=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