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춥다.


바람이 우리를 지나간다.


그 바람도 이제는 그리운것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춥고 추울 그 바람이


누군가에겐 아니다.


''팡''


누군가에게 시끄러울 그 총소리도,


''으헉... 크흐흙....''


누군가에겐 섬뜩할 비명소리도,


누군가에겐 한없이 익숙하고, 그리운것이 되었다.


누가 말했는가.


고통보다 힘든건 고요라고.


먹을것이라고는 풀밖에 없는 산속에서


우리는 18달간 버텨왔다.


적들은 볼때마다 죽였고


사슴이란 사슴은 다 잡아 먹었으며


언제는 또 적을 기습하여 총알을 뺏었고


언제는 장군을 암살하기도 했다.


그렇게 잘도 버텨온 우리 대원들은


이제 더이상은 이 세상에서 볼 수 없을것이고,


그들이 남긴 영웅담은


더 이상 뻗어나가지 않을것이며


저항정신은 더더욱 우리 밖으로


퍼지지 못할것이다.


지금 버티고 있는 이 순간도,


누군가에겐 행복한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죽음의 공포를 맛보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요,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최후에 시간이다.


오호통제라, 과연 누가 우리를 기억하겠나?


우리는 누가 시켜서 한것도,


이윤을 위해서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도 아닌


"조국"이라는 그 소중한것을 위해


이 더럽고 고통스러운 삶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좋은 성과를 냈다.


적들은 우리를 두려워 했고


많은 청년들이 우리를 우러러 보았으며


가끔 외국 기자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를 기억하던 이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사실, 우리를 기억하던 사람은


우리 스스로밖에 없지 않았을까?


극한의 상황과 전투에서도 끈질기던


우리 콜룸바의 굳건한 정신은


고작 추위 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여러번 겪어본 혹한이지만


더이상 우리를 감싸주던 동료, 가족, 벽난로등은


이제 우리에게 없다.


우리라고 적는것도 포기한다.


나는 고립된지 5달만에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다.


처음 먹던 딱딱한 빵도


추위속에 나눠먹던 사슴 고기도


생존자들과 함께 찾던 풀때기도


그리고 지난 몆주간 먹어온  인육


이제 얻을 수 없는것이다.


사실 나를 본다면 나를 사람이라고 믿을 일은 없을것이다.


어느새 패인 한쪽눈


발가락 없는 발


상처 가득한 손.


그리고 내가 지난 몆주간 무슨짓을 했는지 안다면


그 누구도 날 품을 수 없을것이다.


그리고 }


''저거 뭐야?''


''콜룸바 저항군 시신인것 같습니다!''


''뭐야 이 노트는''


*촤르륵


''...!''


''이 노트, 챙겨간다. 혹시 모른다. 어딘가 쓰일지...''


(그리고 그 책은 1970년대 [어느 콜룸바인의 일기]라는 명칭으로 범 포르마적으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챙겨간 안타레스 군인은 전쟁 후에도 살아남아 부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