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일어날때마다 개운하지 않고 자꾸 피곤하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식욕이 생겨 이것저것 주워먹게 되고 결국 체중이 늘어서, "우움.... 살이 쪘나? 요즘 좀 많이 먹기는 했지" 하지만 결국 식욕을 참지 못하고 다시 뭔가 먹게 됬으면 좋겠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나서야 배 불러오는 형태가 이상하다는걸 알게되고 설마설마 하면서 편의점에서 임신테스트기 사다가 검사해보고 싶다.

 두 줄이 나오는걸 본 순간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같이 동거하던 친구놈 멱살 붙잡고 캐물으니 자는 동안 면간했다는 사실을, 최근까지도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면 좋겠다.

 시발시발 욕하면서 산모인과 찾아가보고 이것저것 알아봐보고 싶다. 산모인과 다녀와서 친구놈 무릎 꿇고 앉게 하고 시발 어쩔거냐고 책임지라고 줘패고 싶다.

 결국 생각에도 없는 애엄마가 되서 할 수 없이 친구놈이랑 결혼하기로 하면 좋겠다. 할 수 없이 이렇게 된 김에 잘해보자고 태교 관련 책 찾아보면서 공부도 해보고, 평소 즐겨듣던 힙합이나 락처럼 과격한 음악도 멀리하고 잔잔한 태교음악이나 듣고, 여자가 되고서도 남자일때처럼 말괄량이짓하고 다니던 것도 그만두고 집에서 얌전히 뜨개질하고 싶다.

 이제 완전히 불러서 육안으로 봐도 확연히 티가 나는 배를 쓰다듬으면서, "헤헤..... 엄마에요~ 엄마는 우리 천사 너무 보고 싶다~"하고 흐뭇한 미소 지어보고 싶다.

 친구 부르는 호칭도 언제부턴지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예전처럼 이름 부르는게 아니라 서방님이라고 하게 되고, 조신하게 존댓말 쓰게 됬으면 좋겠다.

 며칠 뒤 결국 산통이 시작되면서 병원으로 이송되보고 싶다. 엠뷸런스 안에서, 그 괴롭다던 출산의 고통에 벌벌 떨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넓은 골반에 맨날 놀림 받던 순산형 몸매 덕분에 그렇게 큰 고통 없이 애 낳으면 좋겠다.

 내 품에 안겨 조용히 눈감고 있는 천사를 보면 너무나 행복할거 같다. 잠시 뒤 헐레벌떡 들어온 친구놈 모습에 처음에는 눈 흘기면서, 늦었잖아 바보야. 하고 면박 주려다가, 애기 낳은건 난데 어찌나 쳐울어댔는지 훤히 보이는 눈물 자국에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어서와요 애기 아빠. 하고 웃어주고 싶다.

 산후 몸 좀 추스리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정작 임신은 면간으로 해버려서 기억도 하지 못하는 첫경험에 대한 두근거림을 느껴보고 싶다. 조신하게 누워서 팔 벌리고, 와줘..... 하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남성기를 두 눈으로 지켜보고 싶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달아오른 몸 탓에 붉게 물든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면서 사랑의 쾌감을 느껴보고 싶다. 그렇게 그 날 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면간에 이미 개발된 몸이 수없이 많은 절정에 정신 잃어보고 싶다.

 예전같으면 시발시발 거리면서 온갖 욕을 내뱉었겠지만 태교한다고 조신해진 탓에 입에선 얌전한 말들과 순종적인 아내로서의 말들만 나오면 좋겠다.

 아침에 깨어보니 알몸으로 친구 품에 꼬옥 안겨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 눈 감고 새근새근 자고 았는 친구의 얼굴에, 평생 순종할 서방님 얼굴에 수줍게 쪽 하고 뽀뽀하면서 깨워보고 싶다.

 그렇게 고삐뿔린 말처럼 몇달간 밤마다 관계를 가지다가 어느날부터 다시 느껴지는 입덧에 임신테스트기 사다가 써보고 싶다. 그 날 앞치마 두르고 열심히 진수성찬 차리면서 친구 돌아오는걸 기다려보고 싶다.

 친구 퇴근하고 돌아오면 맨발로 현관까지 마중나가서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 뜬거 보여주면서, 이제 돈 더 많이 벌어야겠네요. 책임져준다고 하셨죠? 서.방.님? 헤헤..... 사랑해요♥ 하고 행복한 미소 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