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미소녀로 ts 되어서 인생 날먹하고 싶다"


는 망상을 중얼거리던 김장붕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에 낯선 몸. 담배냄새 짙게 베인 어지러운 원룸에서 일어난다.


거울 보니 자기가 바라던 미녀가 자리하고 있지만 이런상황에서 우료~ 럭키다제! ts 미녀 겟또! 하면 정신병자지


주섬주섬 준비해서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자기 원래 집으로 가는데


마침 원래 집 아파트 입구에서 나오는 "나" 와 마주친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원래의 자신이라면 절대 지을 줄 몰랐던 알 듯 말듯한 의뭉스런 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살짝 훑는 "나"


뭐라 따질려고 힘이 풀리려는 다리를 억지로 끌며 다가가는데


어머니가 뒤따라와서 "어머, 장붕아 아는 분이니?"


하는 걸 보곤 무슨 말을 해도 미친 정신병자 취급만 당할 것이란걸 깨달고 비척비척 원룸으로 돌아감


집에 와서 고민해보는데


아무래도 서로 몸이 바뀐 것 같지만 불공평하게 바뀌었고, "나"는 내 기억과 인간관계를 흡수했지만 나는 이 몸의 기억도 없고 인간관계도 누군가가 잘라 내버린 듯 전화전호부도 카톡도 텅 텅, 이런 미녀라면 연락이 자주 올 법도 한데 하루종일 연락 하나 없다.


며칠간 충격에 집에 틀어박혀서 매트리스에 누워만 있다가


몇 개 안남았던 컵라면이 다 떨어지고 허기가 덥쳐오자 현실적 생존이 걸렸다는 자각이 또렷해진다.


내가 미녀로 ts만 되면~ 얼굴로 남자들 다 낚아서 등골 뽑아먹으면서 인생날먹해야지 ㅋㅋ 얼굴 팔면서 bj나 해도 되구


하던 김장붕, 이젠 김장순이었지만 정작 닥쳐보니 그리 녹록치 않다는걸 깨달는다.


적당한 물주를 꼬실려고 해도 남자를 다루는 스킬도 있어야 하고,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쌓아오던 관계 풀이 있어야 하는데 ts 당한 상황에선 이 모든게 거세된 상태고.


방송을 키면? 해봐도 컴퓨터도 필요하고 장비도 필요하고 입담도 필오하고, 무엇보다 방송은 환금이 느리다. 당장 지갑에 3만원, 다행히 비밀번호가 메모되어있던 통장의 20만원이 전재산인데 시청자를 기다리고, 또 그 시청자가 준 후원 환금을 기다릴 수도 없다.


그래도, 예쁜 얼굴인디 그냥 길거리에 가서 아무 남자나 잡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무작정 홍대 헌팅스팟으로 달려나가자 다시 한 번 깨달음.


나는 꾸밀 줄도, 가꿀 줄도, 돋보일 줄도 모르는구나. 남자 앞에 서는 것도 하나의 전쟁이고, 화장도 옷도 악세사리도 머리도 다 무기이며 생존경쟁을 위한 능력이었구나.


너무 어울리지 않지만, 온 이상 돌아가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잠시 서있으니


제법 괜찮아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슬쩍 말을 걸어서


약간 공황에 빠져있던 상태에서 이끌리듯 남자를 따라가는데


술집에 들어가서도, 남자일때 인싸들 자리에 끼었던 것 이상으로 불편하다.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에 맞장구쳐주거나, 적당한 타이밍에 추임새 넣거나, 웃어주거나, 비위를 어떨땐 맞춰주고 어떨 땐 밀어야 하는지도 하나도 모르고, 정신이 나가있으니 대화에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그런데도 어떻게 침묵을 만들지 않고 자리를 이러나가는 상대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잠시 든다.


대화가 제대로 맞추어지질 않으니 말도적어서 술만 금방 축나고, 술병만 빠르게 늘린 채 술자리도 파하고, 취기에 엉거주춤 일어나던 사이 남자가 계산도 마치고


이상하게 정문으로 안나가고 후문으로 나가는걸 부축당한채 끌려나가니깐


1분만 걸으니깐 나오는 모텔


당연하지만 아직 이 몸을 받아들이지도 못한 상황에서 섹스까진 절대절대 할 생각이 없었으니 퍼뜩 정신이 들어서 몸을 일으키고 발을 돌리려고 하는데


가는 팔목을 붙잡는 억센 손. 이어지는 실강이


아니 가긴 어딜 가냐. 병신은 꼴로 병신년마냥 서있던거 불쌍해서 픽업해주니깐 진짜 다른 언니들처럼 뭐라도 된거같냐. 앵무새보다도 말 못하는걸 억지로 데리고 있다가 나도 질려서 일어난거다. 술만 그렇게 들이켜서 그냥 빨리 애프터 가자는줄 알고 즈찬았는데 그것도 아니면 나를 뭐 병신 호구로 보는거냐


정상적인 여자였다면 당연히 이렇게 휘둘리지도 않겠지만 장순이는 정상적인 여자가 아니고, 상대 남자도 그걸 캐치하고 몰아붙이는 거기에 순식간에 뒷골목 벽까지 몰아붙여진다.


벽치기 비스무리하게 밀어붙이며 으르렁대는 남자를 비참하게 올려다보는 순간


자신의 몸과 남자의 물리적 격차를 비로소 자각하고 그 비참한 간극에 울음을 터뜨리고


다행히 남자가 아예 인간 말종은 아니어서 욕을 지껄이며 침 뱉고 돌아가고


장순이는 그 자리에서 반시간을 충격먹은채로 훌쩍이다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선, 손목에 남은 빨간 손자국을 보며 ts되면 남자 꼬셔서 편하게 산다는건 정말 망상에 불과했고


어찌 됐건 일을 해야하는구나… 는걸 깨달고



가불 사정사정 하면서 카페알바 접객알바 이런 알바 저런 알바 다 하다가


원룸 보증금 사기당하고 직장 동료라고 만났던 언니한테 돈 떼먹히고선


역으로 자기 남친이랑 짜고 남친 꼬시려한 불여시라면서 공공장소에서 뺨 쳐맞는데 ts되2고 첫 헌팅남 트라우마 생각나서 따지지고 못하고


방도 없어서 오갈데 없이 피시방 구석에서 소리죽여 훌쩍이다가


옆자리에 누가 남기고 간 담배 한 까치 켁켁거리면서 피우고


급전 필요한 사람? 하는 인터넷 글 보고 처음 만난 아저씨랑 식사 한 번 하고선 20만원 받아서


와, 이 돈 받아도 되나 돈 벌기 이렇게 쉬운가, 현탐 느끼면서도


당장 보증금 모아야지 병원도 가야지 폰 정지당한거 뚫어야지


이렇게 원조교제 시작하고


식사가 술자리가 되고 술자리가 모텔이 되고


이러다가 알게된 저질 인맥들이랑 클럽가고


클럽에서 테이블자리 불러갔다가 물뽕먹고 강간당하고


강간당한줄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페북 알림 떴는데


자기 돈 떼먹었던 언니가 페북으로 "ㅋㅋ 내 남친한테 꼬리친년 진짜 걸레였네 ㅋㅋ 이것좀 봐" 하면서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온 자기 강간영상 썸네일 올린게 알람떠서


충격먹으면서 공황발작 와서 숨막혀 죽을라 하고


전에 알바했던 카페 사장, 만났던 동생 등등 하나하나 은근슬쩍 나한테도 대줘라 연락오는거 보면서 토하고


밧줄 묶어서 의자에 올라가서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살아간다"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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틋챈 펌소설란에 올릴까 했는데, 소설이라기보단 망상글 같아서 여기에다 올림.


출처 - 이미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