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누나는 잘 있지?"

 그게 울드렌이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오래 전, 사바툰이 수정 감옥에 있을 적에, 그녀가 마라에게 보여준 기억이었다.

 그때는 입장 때문에 표현하진 못했지만,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마라는 안심하는 동시에 감사했다.

 사바툰 또한 마라가 느끼던 감정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흐으으으으음 흐으음 흠 흐음 흠...."

 사바툰은 자신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왕좌 세계를 둘러보고 있었다.

 "흠 흐음...흠 흐음....흠 흐음...흐흐흠...."

 지나가던 군체 빛의 운반자가 그 노래를 듣고 오릭스 따라간 것 같다만, 사바툰은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예전 빛을 연구하던 장소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이군 각성자 여왕."

 "오랜만이다...기만의 여왕이여."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오시리스와 세인트가 그러했듯, 그들은 서로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지 알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군체의 딱딱한 껍질과 각성자 특유의 블루베리맛 피부가 겹치기 시작한다.

 "으윽...실력이 비상하군. 여왕."

 "내가...읏...테키언들을 어떻게 모았다 생각하나?"

 "대장님, 수호자 개씨발년들이 자기들 형광 몽둥이를 저한테 처 비비려...애미씨발"

 어떻게든 탑에서 도망쳐나온 임마루가 다시 탑으로 통신을 시작했다.

 "잘 들어라 네온 얼간이들아, 여긴 첫 번째 고스트 임마루다. 긴급 구조를 요청한다. 여긴 사바툰의 왕좌 세계의 약재상 구역이다. 또 지원도 요청한다. 모든 타이탄, 모든 워록, 모든 헌터가 힘을 합쳐 리프를 쳐야 한다. 아 물론 왕좌 세계도 마찬가지지."

 벽을 등지고 임마루의 정조를 바칠 각오의 통신이 전해지는 동안, 서로는 더욱 필사적으로, 마치 수호자를 보고 달려가는 스크립이 되어가고 있었다.

 구조 요청을 받고 가장 먼저 온 헌터 김복래는 그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씨발 차라리 오시를 돌고 말지."

 그리고 그의 고스트가 촬영한(이후 고스트는 6개월간 김복래의 배낭 속에서 식음을 전폐하였다.) 자료를 본 선봉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 역시 사바툰과 마라 소프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왕좌 세계가 불타올라 여기가 사바툰의 왕좌 세계인지 화성의 사막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행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의 사랑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아니, 둘만의 사랑이 되지 못했다.

 마라 소프의 각성자 마법 발사대 속으로 사바툰의 군체 마법 지팡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군체와 각성자의 마법이 융합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방해한 것은 다름아닌 일전 수호자와의 검논에서 처참히 발리고 타이탄 지하 깁숙한 곳에서 심무마와 함께 음반을 제작하고 있던 오릭스였다.

 "조임이 대단하구나 여왕이여."

 오빠를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에 앞서, 자신이 오스뮴 왕좌에서 나온 이후로 처음 겪는 감정을 방해한 것이 그 누구도 아닌 오릭스라는 사실에 사바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바툰은 마라 소프의 각성자 마법 발사대가 오릭스의 검의 논리 케이스가 되기 전에 재빨리 그를 밀어냈다.

 하지만 오릭스가 누구인가. 사바툰이 기만의 군체 여신이라면, 오릭스는 검논의 군체 신이다.

 "사바툰! 너에게 검논을 신청한다!"

 사바툰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오릭스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사바툰에게 달려들었다.

 사바툰의 비늘 날개보다 훨씬 질기고 거대한 오릭스의 날개가 둘의 몸을 완전히 덮었으며, 마라 소프는 사바툰의 손아귀에서 멀리 날아가 지나가던 시종에게 부딫혀 힘의 보주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사바툰은 있는 힘껏 저항했으나, 오릭스의 거친 손길에 사바툰의 껍질은 종잇자락처럼 떨어져나갔으며, 그 누구도 탐한 적 없는 부드럽고 여린 속살이 드러났다.

 사바툰이 뭐라 말하려 했으나, 오릭스의 검의 논리 몽둥이가 먼저 사바툰의 마법 주머니를 통해 마법 디스펜서로 돌격했다.

 뒤에서 마라 소프가 각성자 마법을 시전하려고 했다.

 "앰부쉬...기열! 검의 논리다!"

 한 마리의 닌자처럼, 오릭스는 순식간에 둘을 자신의 승천 차원으로 끌어당겼다.

 그 속에서 사바툰은 가족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 배웠으며, 마라 소프는 누군가에게 의지 받는 것이 아닌, 이끄는 것이 아닌, 이끌리고 의지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후 셋이 다시 모습을 보였을 때, 오릭스의 양 어깨 위에는 사바툰이 마치 어린 시절 처럼 그에게 매달려 있었으며, 마라 소프는 각성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편안하게 기대어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순애. 종족을 초월한, 가족이라는 벽을 넘어선! 순애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지고의 순애였던 것이다!

 이를 지켜본 목격자는 지고의 순애가 있다면 최후의 형체는 아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여행자와 원만한 협의를 거쳐 선봉대와 평화 조약을 맺고 다시 자신들의 행성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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