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임.


챈에 올라오는 주메구 회사원 시리즈 보고

그 팬만화의 팬픽? 같은 걸 써봤음.


클로토랑 제피로스는 외모랑 목소리만 듣고

내 딴에 어울릴 것 같은 성격 재창조했음

원본에 충실하지 않으니까 그건 감안 좀.

   

, 대회 참여는 아님.

세계관이 다른 사람 회사원 만화 시리즈를 기반으로 해서.

딴 사람 꺼 베낀 걸로 대회 참여할 순 없잖아.

근데 떠오른 게 아까워서 그냥 써봄.

   

   

@신입사원 클로토와 가르치는 구미호

   

최고의 도박사 클로토! 잘 지냈어?”

그 칭호는 오랜만이네요.”

   

유노와 티와즈가 꽁냥대는 걸 꼴 보기도 싫고

더 이상 도박에서 적수도 없다보니

회의감이 들어 떠난 지 벌써 몇 개월.


클로토는 찬란했던 카지노의 영광을 뒤로하고

작은 바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물론 도박은 여전히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이기기 위한 도박은 하지 않았다.


바에 찾아오는 손님들 수준에 맞춰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승리보다는 손님들과 웃고 떠드는 분위기를 더 즐기며

소소한 웃음을 찾아가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제피로스님이 남을 최고라고 말하는 것도 의외네요.”

이제 은퇴했으니까.

  최고의 레이서란 칭호는 더는 내 거가 아니거든.

  뭐, 지금은 최속의 배달부라는 새 타이틀이 있고, 그걸로 만족해.”

많이 유해지셨네요.”

꼭 그렇지도 않아.

  배달하는 동안에도 꽤 재밌는 경주를 여러 번 했거든.

  여기 오는 길에도 이겼지.”

   

클로토는 피식 웃었다.

   

그래요, 최속의 배달부님. 무슨 일로 오셨죠?

  곧 가게 개장할 때라서 금방 끝내주셨으면 하는데요.”

, 퀵 서비스를 의뢰받았어.”

   

그녀가 갈색 서류봉투를 하나 건넨다.

클로토는 봉투 안을 본다.

서류가 몇 장 들어 있었다.

   

이게 뭐예요?”

최근 단기로 해줄 사람을 구하고 있데.

  그쪽에서 널 고용하고 싶어 해.

  여기 곧 문 닫는다고 했지?”

여전히 말하는 데 거침이 없으시군요.

  네, 맞아요. 곧 문을 닫아요.”

그럼 이 기회에 회사에 다니는 거 어때?”

회사라고요?”

   

클로토는 서류를 꺼내본다.

데스티니 오피스 사.

   

뭔가요, 이 회사는?”

이름 그대로야. 최근 인력이 부족한가 봐.

  각 부서 별로 새 인원을 구하고 있던데.”

그렇군요. 굳이 찾아와주셔서 고마워요.”

, 반응이 영 별로네. 아무튼 난 전해줬다. 그럼 안녕.”

   

그녀는 떠났고, 클로토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클로토는 한참 동안이나 서류를 바라보았다.

   

가게가 문 닫는 건 확정된 일이었다.

가게 주인이 이제 너무 늙어 더 이상 가게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몇 개월간은 클로토가 도왔지만,

한계가 왔는지 지난주에 아주 못을 박았다.

   

그래서 클로토는 또다시 방황한다는 생각에 최근 아주 우울했다.

그녀가 카지노를 떠난 건

혼자 남았을 때의 적막함과 공허함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노님은 티와즈와만 어울렸으며,

도박도 어느 순간 도전자가 사라졌다.

그녀가 너무 강했던 탓이다.

그녀는 넘볼 수 없는 강자였지만……

그래서 외로웠다.

   

* * * * *

   

2주 뒤.

클로토는 정장을 차려입고 첫 출근을 나섰다.

그녀는 영업2팀으로 들어가, 과장 주피터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클로토입니다.”

   

미간을 찡그린 채 그녀를 위아래로 훑는 주피터.

그가 사무실 한쪽, 메티스를 본다.

   

메티스 경리한테 부탁해서 교육을……

이건 누구냐는 것이다.”

   

아홉 개의 꼬리를 살랑이며 다가온 그녀.

그녀가 다가오자 주피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구미호 대리. 이쪽은……

! 저번에 온다던 신입이냐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클로토입니다.”

부장! 내 후배가 맞느냐는 것이다!”

맞네, 맞는데……

드디어 내게도 후배가! 이리 오라는 것이다!”

   

구미호가 클로토의 손목을 잡고 이끈다.

   

아니, 구미호 대리 잠깐……

하나부터 구까지 구미호가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주피터는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구미호는 이미 심취해 있었다.

   

그날부터 구미호의 혹독한 수련이 시작됐다.

   

너는 왜 버티기밖에 없냐는 것이다!”

   

클로토는 탕비실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구미호는 그녀의 등에 앉은 채 조교 행세를 했다.

   

버티기 밖에 없다면 버티기라도 잘 하란 것이다!”

!”

하나란 것이다!”

영업은!”

   

클로토는 팔을 굽히며 구호를 외쳤다.

구미호의 아홉 개의 꼬리 때문에 더 무거웠다.

   

둘이라는 것이다!”

버티기다!”

   

이번에는 팔을 편다.

하지만 구미호가 꽤나 무거워서 버거웠다.

그녀가 힘에 부치자, 구미호가 꼬리로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

   

버티란 것이다! 다시 하나란 것이다!”

영업은!”

둘이란 것이다!”

버티기다!”

   

그리고 또 다른 날.

이번에는 의자에 앉은 채로 묶였다.

   

지금부터 주피스 부장님의 정신공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끝까지 버티라는 것이다!”

!”

   

그때부터 구미호가 퍼붓는 온갖 악담은

클로토로써는 처음 듣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정신을 잃었던 것이 벌써 여러 번.


특히, 구미호가 주피스 부장 역할에 심취하면

마치 강제로 침묵당한 것처럼 입이 막힐 정도였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그 광경을 보는 주피스와 메티스.

두 사람은 의외의 광경에 놀라고 있었다.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잘 하시네요?”

그렇군.”

   

주피스는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 다음날부터, 그는 구미호를 감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웬만한 정신공격에는 버티게 된 클로토.

두 사람은 여느 날처럼 혹독한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문득, 구미호가 팔굽혀 펴기를 멈추고 질문했다.

   

너는 어째서 피해반사가 없냐는 것이다.”

……?”

영업에서는 버티기만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상대 영업팀의 말을 받아치는, 피해반사의 혀를 가지지 못했다면

  이 업계에서 생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하나요?”

   

그러자 구미호가 다시 꼬리로 엉덩이를 매질했다.

   

더 혹독한 수련으로 최강의 버티기가 되는 것이다! 하나!”

영업은!”

   

그날은 역대 최고의 강도의 훈련이었다.

그 다음 날, 금요일의 야심한 밤.

메티스와 클로토가 둘이 남아 야근하고 있었다.

   

저기, 클로토.”

, 경리님.”

   

가림판 위로 클로토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눈 밑에 기미가 가득한 몰골의 클로토.

하지만 메티스도 만만치 않은 좀비 몰골이었다.

   

나 30분만 자다가 올게.”

.”

나 다음엔 너도 좀 자. 30분 후에 깨워줘.”

.”

   

그러나 메티스가 깨어난 건 오전 6시 알림이 울렸을 때였다.

   

세상에, 대체 얼마나 잔 거야?”

   

그녀는 허겁지겁 사무실로 돌아간다.

   

클로토! 30분 후에 깨워달라니까……!”

   

클로토는 책상에 엎드린 채 반 죽어 있었다.

메티스가 흠칫하며 놀랄 정도로.

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의 생사를 확인했다.

   

구미호 대리의 훈련이 많이 고됐구나.’

   

모니터 화면이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오고곡션 창과 생수 결제창이 띄워져 있다.

모니터에 붙어 있는 쪽지를 보니, 생수 60개를 주문해야 했다.

   

, 내일 아니, 오늘 오전에 등산이 있었지.’

   

힘든 주말에 쉬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등산까지.

하지만 하라면 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이 정도 주문 해주는 거쯤이야. 간단하지.’

   

그녀는 흐뭇한 마음으로 주문을 대신 해주었다.

생수 60. 완벽해.

배달은 제피로스가 해주니 걱정할 것 없다.

주문만 받으면 몇 시간이면 배달이 되니까.

주말에도 해주는 건 당연하고.

   

저기, 클로토. 클로토?”

으응……

   

클로토가 슬슬 눈을 뜬다.

메티스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많이 당황했는지 입도 뻐끔거리지 못했다.

   

누워서 자. 곧 등산갈 시간이지만.

  조금 시간이 남아. 허리랑 목 아프지?”

, , 아직 결제 할 게 남았어요.”

내가 했어, 어서 가서 눈 붙여.”

하지만

   

메티스는 그녀를 억지로 보내고 씻으러 갔다.

생수 60.

   

요즘 세상에 누가 생수병 하나씩 팔까.

그것도 인터넷 주문으로.

하지만 메티스도 잠결이라 그 점을 까먹었다.

   

* * * * *

   

오전 10.

메티스와 클로토가 산 입구에 도착했다.

   

등산을 주최한 분들을 포함,

회사원 쉰 몇 명이 와글와글 모여 있는데

거기에는 제피로스의 회사 트럭이 와 있고

생수박스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제피로스가 주피스 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잘 안 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주피스도 당황한 표정이고.

   

, 클로토!”

제피로스님. 무슨 일이에요?”

, 너희 회사에서 생수 주문했잖아. 60상자.”

?”

   

클로토가 메티스를 본다.

그러자 주피스와 제피로스도 메티스를 본다.

   

?”

   

당황한 메티스.

60개가 아니라 60상자?

그럼 대체 몇 개가……

   

짧은 정적이 흐르는 순간.

   

차가 막혀서 늦었다는 것이다!”

   

구미호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달려왔다.

그녀가 산처럼 쌓인 상자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저 상자들은 다 뭐냐는 것이다.

  내가 다 먹어도 되는 것이냔 것이다?”

구미호 대리!”

   

주피스가 버럭 외치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 왜 화를 내냐는 것이다.”

자네가 책임지고 가르친다 하지 않았나!”

, 잘 가르쳤단 것이다! 뭐가 문제냔 것이다!”

   

그날.

클로토는 구미호가 흉내 냈던 주피스 부장의 정신공격을 직접 보았다.

구미호가 처참하게 당하는 와중,

메티스가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 클로토. 나중에 내가 다 책임질게.”

아니에요. 졸았던 제 잘못이에요.”

   

결국 두 사람이 가서 주피스에게 사실을 말한다.

셋이 사이좋게 혼났고,

제피로스는 그런 그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어때 클로토, 새 보금자리는 마음에 들어?’

   

.

   





솔직히 좀 대충 쓰긴 했어

클로토에 대해 잘 모르니까 쓰는 내가 몰입이 안 되더라.

너무 날림으로 써서 재미 있을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