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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늦은 대학 강의가 끝난 카카.

그녀는 햇볕이 눈을 따갑게 하는 여름하늘 아래에서

사람이 꽉 차있을 지하철 칸을 생각하며 피곤한 걸음을 옮겼다.

낡은 건물들이 즐비해있는 거리 사이 관리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은 카카는

금요일이기도 하고 집에 가기 전에 뭐라도 사갈까 생각하며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갔다.

번화가가 아니어서 통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는 적막한 개찰구에 띡 하는 소리와 함께 교통카드를 찍고,

자판기에서 뭐라도 하나 뽑아먹고 싶다 생각이 들었지만 캔음료 하나에 14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카카는 무료하게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두 정거장만 가면 도착하는 종점이 카카의 목적지었지만

환승역이 있는 곳이여서인지 카카는 단 한 번도 붐비지 않는 열차를 본 적이 없었다.

여러 사람들 속에 낑겨서 갈 생각에 한숨을 내쉰 카카는 멀리서 환한 불을 뿜는 열차의 앞을 보고 눈을 찌푸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잠시 후, 귀를 찣는 굉음과 함께 열린 지하철 안은 딱 발을 디딜 틈만큼만 공간이 있었고

등에 맨 가방을 내려 앞에 내려둔 카카는 최대한 몸을 웅크려 문 앞쪽에 섰다.

'으..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네.'

그 와중에 스피커로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있어 속으로 한숨을 내쉰 카카는 조심럽게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그러자 외부의 소리가 차단되고 위에서 부는 에어컨 바람에 기분이 살짝 나아진 카카는 유리창문에 비추는 스스로를 바라보았다.

'안경을 바꿔야 하나.'

썩 마음에 드는 안경이었지만 갑작스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터널의 빛이 비추는 창문 안의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카카는

열차가 멈추고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오늘 학식 참 별로였지.. 사람 없을 거 같아서 갔는데 사람도 많았고.'

'그런데 내가 강의 때 졸았나? 잠깐 졸린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시험이 A관에서 있었던가. 그 건물 낡아서 별론데.'

'참, 자판기 하나 더 들어왔던데 그것도 봐둬야겠다.'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카카는 문득 열차가 종점에서 멈출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

그러고보니 생각을 하던 도중에 열차가 몇 번 멈춰선 것도 같았다.

다만 종점역에서는 이 쪽에서 문이 열리니 무의식적으로 내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종점에 도착했다면 사람들은 전부 내렸을텐데, 탔을 때도 꽉 차있던 열차는 여전히 꽉 찬 상태였다.

무언가 이상한 걸 느끼고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카카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검은 그림자의 형태로 변한 사람들의 눈에서 하얀 빛이 빛나고있었고,

그들은 모두 카카를 바라보고있었다.

그 기괴한 상황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은 카카는

카쿠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언니, 불 키고 자지 말라니까!"

"......카쿠스?"

침대에서 몸을 벌떡 세운 카카는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젖소잠옷을 입고있는 카쿠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잘 거면 그냥 자면 되지. 왜 불을 키고 자고 그래? 나는 불 켜져 있어서 잠든 줄 알고... 엥?"

평소 자신에게 잔소리가 심한 카카에게 복수도 할 겸 목소리를 높이던 카쿠스는

자신의 허리를 감으며 안겨오는 카카를 어이없게 내려다보았다.

"왜 이래? 언니, 악몽이라도 꿨어?"

"...응."

카쿠스는 비꼬려고 한 말이었지만 울먹이는 카카의 목소리에 그만 마음이 누그러져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잠시 후, 떨리던 카카의 몸이 진정되자 카쿠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게 왜 불을 키고 자? 전기세 나가고 눈에도 안 좋고....."




실화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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