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빛 드는 야트막한 언덕 아래로 하루를 마칠 준비를 하는 동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매미소리가 잦아들즈음 그는 돌연 모습을 감추었다. 


' ......... '


죽은것인지 산것인지 모른채로 남은 그의 흔적중 하나가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그가 있던 동네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였다.

- 부스럭 부스럭

" 어라 판테온도 있었네 " 


풀들이 흔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워울프가 세상 고생을 홀로 다 한듯한 몰골로 그 자리에 생글거리며 다가왔다.


" 대체 무슨....... " 


더 뱉으려던 말은 차마 목젖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저 밑으로 삼켜들어갔다. 그도 알고 있다. 지금 남아있는 그의 모든 차일드들이 어떤 마음일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 여전히 예쁘구나 , 종종 나비군이랑도 같이 와서 보곤했는데 "


서녘이 젖어들어 노을이든 동네의 모습은 워울프의 말대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곧 밤이 찾아올것이다. 


" 에구구구 온 몸이 쑤시네 이렇게 차일드를 학대하다니 진짜 나쁜 주인이네 그치? "


' ........ '  


" 이제 그만 찾으려구 "


뭐라 마땅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담담히 비수로 창자를 끊어내는 듯한 그녀의 말에 감히 위안이나 동조 따위를 내비치기엔 자신은 너무나도 유약했다. 


" 이정도 까지 해줬는데도 안나타나는건 이쪽에서도 사절이거든 .... "


뒤이어 작게 읊조렸다


" 마력도........ " 

" 그럼 이제 끝이군요 " 

시선을 돌리지 않은채로 말했다. 왜인지 그녀를 마주하기 두려웠다.

" 그러게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끝인게 실감나네 이렇게까지 찾아다녔는데도 안보이면 혹 있어도 맘 떠났나봐 " 


워울프는 풀썩 풀밭으로 드러누웠다.


" 군을 처음으로 만났을때 참 많은것을 꿈꿨는데 뭐하나 제대로 이룬게 없군요. 허무하다고 해야할지 섭섭하다고 해야할지 모자란 제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 


판테온의 시선은 동네보다 저 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래? 그래도 나름 재밌지않았어? "


" 재미라....... 제가 군에게 폐를 끼친기억들만 생각나는군요 " 


" 괜찮아 나비군은 그런거 하나하나 기억할 정도로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 


" 그렇죠...... 군은 그런 사람이셨죠 " 


워울프를 바라보았지만 그녀 역시 어딘가 먼 곳에 시선을 두고있었다.


" 그러면 다음으로 뭔가 할 일이 있으신가요? " 


" 후후 끝인데 다음이라 농담이 많이 늘었네 "


" 하하..... "


곧바로 대답을 바라는듯한 멋쩍은 웃음과 함께 판테온은 침을 삼켰다. 


" 글쎄....... 아직은 생각해둔게 없는데 일단 살다보면 무슨 일이 생기겠지 "


" 살아간다라...... " 


" 그러면 언제 나비군이 마음이 바뀌어서 찾아올지 모르니까 "


" .......그런날이 오면 좋겠군요 "


" 있을거야 살다보면 ......... 갑자기 만났으니 갑자기 헤어지는거고 또 갑자기 만나는거지 " 


" 좋은 말이군요 " 


" 그치? 또 만날 수 있을거야........ "


어느새 어슴푸레해진 밤 하늘에 걸린 별 몇개가 반짝 하며 빛을 내다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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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있다가 워울프 대사 생각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