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에서만 소문난 작은 빵집이 있었다.



먼저 소문난 것은 빵집 사장의 기이한 행보였다.


어느 날에는 그 빵집의 사장이 일하기 싫다며 가게를 열지 않았다.

또 다른 날에는, 어차피 사먹을 것 아니냐며 빵의 가격을 잔뜩 올려 받는 일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따지기도, 불매 운동을 하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빵집은 계속 유지되었다.

그 빵집의 빵은 비록 모양은 투박하고 평범하지만, 그 마을 사람들의 조금은 독특한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특이한 빵이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에게만큼은 그 빵집의 빵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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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빵집 사장은 빵집 건물의 주인으로부터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건물 주인은 자신의 사업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매각할 것이라고 하였다.


갑작스러운 통보였기에 빵집 사장은 끝내 빵집의 문을 닫기로 결정하였고, 빵집 내부에 안내문을 써서 영업 종료를 알렸다.


어느덧 단골이 된 마을 사람들은 이를 알게 되자, 지금까지 빵집 사장에게 가졌던 불만들은 잠시 접어두고,

빵집 사장의 안부를 묻고, 일련의 사정에 대해 함께 아쉬워 하였으며, 그동안 맛있는 빵을 팔아온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이는 빵집 사장에게도 큰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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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사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함과 함께 미안함을 느꼈다.


더 열심히 빵을 만들어서 빵을 사지 못하고 돌아가는 마을 사람이 없었더라면,

제빵 기술을 갈고 닦아서 마을 사람들에게 더 맛있는 빵을 대접했더라면,

성실히 일하고 그 수익을 모아 자신이 빵집 건물을 살 수 있었더라면...


빵집 사장은 크고 작은 후회를 한가득 했지만, 폐점을 앞두고 뒤늦게 알아차린 마을 사람들의 사랑에 보답하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빵을 만들고 안내문을 붙였다.


"여러분들의 사랑에 너무 감사해서, 폐점 전까지 빵의 가격을 90% 할인해서 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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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지만 여행을 온 한 일가족이 있었다.

근(斤)씨 성을 가진 부부와 아들이었는데, 지금은 대도시에 살고 있지만 부부의 고향이 그 마을이었다.


아들인 근 군은 마을 거리를 지나다 그 빵집의 안내문을 보게 되었고, 이를 대도시 커뮤니티 SNS에 올렸다.


"대박 ㅋㅋ 여기 빵집 90% 할인함 존나 싸노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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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을 붙인 다음 날, 빵집 사장은 출근을 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을 옆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와 이른 아침부터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만 빵을 팔 수는 없었다.


90% 할인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대한 대도시 사람들의 광기,

그들 역시도 나의 빵을 구입해주는 손님들이라는 미련,

내 제빵 실력이 아직 녹슬진 않았다는 뿌듯함,

어차피 곧 가게 문을 닫을 거라는 자포자기...


빵집 사장은 폐점을 앞두고 있어 직원들마저 해고했었기에 혼자 빵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빵은 결국 순식간에 동나고 말았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빵이 못생겼다, 맛이 이상하다 등 구매 여부와는 상관없이 저마다 혹평을 하며 빵집을 떠났다.

심지어는, 이런 빵을 만들고 사 먹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악담을 퍼붓기도 하였다.


빵집 사장은 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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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사지 못하게 된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되어 근(斤)씨 부부 아들의 잘못된 행동을 비난했고,

일부는 직접 부부에게 SNS를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빵집 사장이 가격을 90% 할인해 빵을 파는 것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함이지,

폐점을 앞두고 남은 재료를 땡처리할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부는 자신들의 아들만이 SNS에 올린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미 다 알게 되었을 것이니

본인들의 잘못은 없다고 하였다.


그들은 없던 일인 것처럼 홀연히 마을을 떠났고, 분노한 마을 사람들만이 남아 그들을 욕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