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티스의 생활은 언제나 비슷했다. 차일드는 먹거나 자는 일이 없다. 그런 것들은 개인적인 기호일 뿐이다. 적어도 메티스의 기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그저 조금 따사로운 햇살이 기분 좋았을 뿐이고, 그날따라 피곤해지는 생각만 하는 인간들을 자주 보았을 뿐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 노곤한 몸에 작은 피로감이 맴돌아 눈을 감았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세상인 옛날과는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하늘이 붉은색이 된 것도 아니고, 땅과 바다가 뒤바뀐 것도 아니다. 아주 작은 부분이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약 20cm 정도. 


 그녀가 일어났을 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의 느낌이 달라졌다.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위화감에 그녀는 발을 뗄 수 없었다. 이상야릇한 고양감과 질량, 촉감이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그곳에 가져가자 계약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느껴본 적 없는 미지의 감각과 함께 작은 탄성과 교성이 새어 나왔다.


"아앗..."


 그 기이한 감각 때문에 다리 사이에 힘을 주자 한층 강한 존재감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선명하게 남은 것은 손안의 느낌. 질량을 가진 긴 막대가 손에 잡혔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립감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내려가자 자신의 드레스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굵고 기다란 실루엣이 보였다. 그녀의 뇌는 이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크고 굵은 막대는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읏...!"


 경직된 손이 그 막대를 강하게 감싸자 생전 처음 느껴보는 자극이 찌릿하게 퍼져나갔다. 그 자극을 더 갈구하는 본능이 그녀의 손을 재촉했다. 메티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 뜨거운 막대를 위아래로 문질렀다. 더 강한 전류가 그녀의 등허리를 쏜살같이 지나가 간신히 자리를 잡으려는 이성을 헤집었다.


"하아, 하아...아, 윽!"


 어느샌가 양손이 자신의 다리 사이에 솟아난 막대에 봉사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거칠게 위아래로 흔들고 있을 뿐이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메티스에게는 차고 넘칠 정도의 쾌락이 끓어올랐다. 자신이 지금 야외의 공원에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땅에 엎드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신의 고간을 어루만지는 소녀의 모습은 추잡함 그 자체였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제지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은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그 덕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쾌락을 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쾌락은 그녀가 바라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육봉에 뇌를 지배당한 그녀는 더 큰 자극을 얻기 위해 자신의 드레스를 걷어냈다. 자신의 팔뚝만큼 굵은 그것이 껄떡거리며 눅진한 냄새를 풍기고 끝에서 맑은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수치심이나 자제심이 고개를 들이밀었지만 생전 처음 맛보는 강렬한 쾌락이 그것들을 모두 진압했다. 일말의 이성은 그 쾌락을 말리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의 노예가 되어 어떻게 하면 더 큰 자극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그녀도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녀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녀의 성욕을 마음껏 부딪칠 수 있는 존재가 형편 좋게 있을까.


 있었다. 자위에 열중하고 있던 메티스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언제부턴가 그녀의 곁에서 알 수 없는 미소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연보라색의 여인이 있었다. 메티스는 게거품을 물며 그녀를 밀어 넘어뜨렸다. 딱딱한 감촉에 위화감이 들었지만 그런 혼란을 잊게 해주는 라우페이의 손이 메티스의 분신을 어루만졌다.


"뜨겁네요. 아프진 않으신가요?"


 딱딱한 손이지만, 그만큼 더 강한 손아귀로 쓸어내는 감각에 메티스는 눈이 돌아갔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애태우는 일은 하지 않는답니다. 자, 어서 마음대로 해주세요."


 연보라색의 자동인형이 자신의 하복부와 그 아래를 감싸는 치마를 들어 올리자 구체 관절로 이어진 매끈한 다리와 고간 사이에 보이는 균열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보였다. 거기서 느껴지는 아찔한 향기가 다시 메티스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여기에요. 여기로 들어오세요."


 마디마디가 나뉜 인형의 손가락이 자신의 치부를 활짝 열자 분홍색의 오돌토돌한 돌기들이 강한 최음 효과를 가진 약품으로 번들거렸다.


=


"와아, 이거 진짜 걸작이야."


 화면 안에는 작은 소녀가 그 육체에 걸맞지 않은 거대한 남성기로 연보라색의 머릿결을 가진 자동인형에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 진짜 쓸모가 많구나?"


 로키가 바닥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마왕후보생 사이에서도 간사하고 강한 선배라고 알려진 바벨이 볼썽사납게 바닥에 퍼질러져 있었다. 입에서는 게거품과 침이 흐르며 눈동자에는 아무런 초점이 없었다. 그러나 로키의 앞에 서야 하는 이상 너무 더러워서는 곤란하다며 라우페이가 나르비를 시켜 씻겨주었기 때문에 그 의복과 신체는 깨끗하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바벨은 로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로키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을 계속했다.


"이렇게 쓸모있는 부하를 두고서도 제대로 써먹지도 못 하다니, 역시 쿠바바는 보는 눈이 없다니까?"


"쿠...바...바...님..."


 자신이 진정으로 경애하는 주인이자 연모하는 이의 이름이 들리자 바벨이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로키가 재밌다는 듯, 혹은 의외라는 듯한 목소리로 놀라워했다.


"말할 수 있어?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네. 아니면...그만큼 사랑한다는 걸까."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벨에게로 걸어갔다. 나르비들이 그의 의도를 깨닫고 땅에 쓰러져있는 바벨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물론 그는 아무런 힘도 없으므로 그녀들이 계속 받치고 있어야만 했다. 힘없이 땅에 늘어진 바벨의 고개를 로키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차갑고 난폭하기로 유명한 그녀를 사랑했지?"


"으으...쿠바, 읍."


 바벨이 다시 쿠바바의 이름을 부르려 하자 로키가 그의 입을 막았다.


"사랑을 하면 행복하다고 하던데. 넌 행복했어?"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게 된 바벨에게 로키가 일방적으로 물었다. 물론 대답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런데 쿠바바는 널 사랑하지 않아. 참 못됐지? 너도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로키의 눈빛이 요사스럽게 빛났다. 


"그러니까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친구'니까, 내 맘 알지?"


 거대한 스크린에는 여전히 금발의 소녀가 자신의 욕망을 힘껏 부딪치고 있었다. 화면 너머의 추잡한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운다. 나르비들이 바벨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는 나체가 되어 침대로 옮겨졌다. 킹 사이즈의 거대한 침대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또 새로운 손님이구려."


 짙은 청록색의 머릿결을 가진 가녀린 악마가 마찬가지로 실오가리 하나 걸치지 않은 매끈한 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아있다.


"손님이 아니야. 새로운 '친구'지."


"저의 불찰입니다. 마음 상했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버들 도령이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하자 로키가 유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안 그래?"


"감사드리옵니다. 그런데 '손님'이 아니라 친구입니까? 그럼 소인은 필요없는 것이...?"


 종종 야외로 나가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그의 미색을 눈여겨본 로키는 버들 도령에게 자신의 특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맡겼다. 여러 유력자를 납치한 뒤 정중하게 접대하는 것이 그의 주된 임무였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하며 난동을 피우는 악마들도 지금은 지하의 독방에서 각자 자신들이 불려나갈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틀렸어. 손님이 아니라 친구니까, 이번에는 다 같이 놀자."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나르비 둘이 침대에 올라와 인사불성 상태로 누워있는 바벨의 사지를 결박하고 재갈을 씌웠다. 차가우면서도 매끄러운 인형의 손들이 힘없이 늘어진 바벨의 성기를 섬세하게 애무하자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한 번 사정 시켜둘까요?"


"아니야. 너희는 이제 물러나 있어."


 어느새 크고 단단하게 발기한 바벨의 하체를 탐욕스럽게 내려다보는 로키가 나르비들을 물렸다.


"그거 가지고 있지?"


 버들 도령이 작은 물약을 꺼냈다. 그리고 익숙한 듯 자신이 그것을 입에 머금고 바벨의 입을 벌려 그것을 흘려 넣었다. 평범하게 마시게 할 수도 있었지만 로키는 항상 그가 직접 입으로 먹이라고 명령했다. 수많은 악마를 굴복시킨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마시고 있는 바벨 본인이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그것도 자신의 의지로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효과는 극적이었다. 자지만 발기한 채 정신을 잃고 늘어져 있던 바벨의 몸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성기의 크기도 부자연스럽게 점점 더 커져 버들 도령이나 로키의 팔뚝처럼 커진 채 껄떡거렸다.


"우리도 이제 놀아볼까?"


 접대실의 스크린에도 라우페이와 메티스의 기이하기까지 한 행위를 비추고 있었다. 아름다웠을 메티스의 금발은 흙먼지를 써 탁해지고 있었고 얼굴은 눈물과 콧물, 침과 게거품으로 더러워져 본래의 미색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핏발이 선 채 광기를 머금고 비록 모조품일지라도 여체를 향한 집념을 뿜어내고 있었다.


 로키는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아이도 곧 우리의 친구가 될 거야. 그러니까 미리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지." 


=


 오르쿠스는 겁쟁이였다. 로키의 치세 아래에서 바짝 엎드린 채 노예처럼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주었다. 즉, 그녀는 현명하고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누구보다 로키에 대해 객관적으로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라우페이를 그런 방식을 개조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의아했었다.


 왜냐하면, 로키라는 존재는 평범한 것에 금방 실증내기 때문이다. 그가 평범한 섹스에 만족할 리 없었다. 적어도 라우페이에게 말이나 돼지의 성기를 2개 정도는 달아두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라우페이의 모조 성기에 들어갈 약품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는 무슨 사정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라우페이 마저도 로키에게 있어서 단순한 소모품으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상하던 일이었고, 또 두려운 일이었다. 로키는 라우페이를 쾌락의 함정으로 만들려 했다. 당연히 함정이란 자신에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포획하기 위해서, 적들에게 사용한다. 라우페이 마저도 로키에게 무가치하게 변하면 또 자신이 위험해진다. 다음에도 로키를 만족시킬마한 결과물을 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이었다. 


 자신의 작품인 라우페이가 그렇게 변태적으로 소모된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애초부터 그녀는 철저하게 로키를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라우페이가 로키의 관심을 더이상 끌지 못한다는 불안이 더 컸다.


"괜찮으십니까?"


 창백해진 오르쿠스의 안색을 보고 헬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 난 괜찮아."


 오로지 로키만을 사랑하게끔 설계된 라우페이와는 달리 헬라는 자신만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헬라도 라우페이에 대한 일을 어느정도 걱정하고 있었지만 가슴아파하지는 않았다. 그녀도 자신과 라우페이의 결정적인 차이를 인지하고 있다. 사실, 그녀의 걱정은 라우페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최근 로키가 자신을 자주 부르고 있는 것이 껄끄러웠다. 그것도 혐오스럽고 차마 말로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자신을 사용했다.


"너야말로 요즘 로키 님을 시중드느라 힘들지?"


 자신의 창조자가 걱정해주었지만, 그것이 딱히 고맙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헬라는 아직 썩지 않은 동앗줄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식처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한 도구의 안부를 걱정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그녀의 절망적인 처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동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도 괜찮습니다. 그게 저의 임무니까요."


"그래. 다행이다..."


 전혀 다행이 아니다. 차라리 복제 나르비 몇 대를 사용할 것이지, 어째서 자신을 그런 음탕하고 저속한 일에 끌어들이는 것일까. 그나마 자신을 라우페이처럼 개조하려는 기색은 없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헬라 님. 로키 님께서 부르십니다."


 나르비 하나가 찾아와 헬라를 찾아왔다. 헬라가 평범한 차일드였다면 무의식적으로 역겨워하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알았어요. 지금 간다고 전해드리세요."




"어서 와."


 로키가 실오가리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침대에서 헬라를 맞이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잠깐, 처음부터 그렇게 딱딱하게 굴기야? 나는 너랑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저는 로키 님의 소유물입니다."


 복종을 말하고 있지만, 완곡하게 그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을 깨달은 로키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그렇지? 그럼 내 부탁 하나 들어줄래?"


"무엇이든지요."


"네 생각을 말해줬으면 해."


"무엇에 대한 생각입니까?"


"지금 네가 보고 있는 모든 것."


 로키의 바로 옆에는 세 명의 남녀가 뒤엉켜 추잡한 소리로 헐떡이고 있었다. 바벨과 버들 도령, 그리고 그 사이에 금발의 소녀가 일열로 연결되어 있었다. 가장 뒤에 있는 바벨의 모습은 가려져 있었지만 가장 앞에 있는 버들 도령의 아래로 보이는 거대하고 우람한 메티스의 남근이 꽂혀있는 것이 생생하게 보였다.


 헬라는 급격히 기분이 나빠졌다. 악취미도 정도가 있다.


"로키 님의 생각을 따라갈 만한 정보처리는 어렵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미약한 분노와 짜증을 느낀 로키는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괜찮아. 그냥 네가 느끼는 그대로 말하면 돼."


"...저는 자동 인형이기 때문에 저런 행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습니다만."


"달아주면 느낄 수 있어?"


 헬라는 자신의 등허리를 관통하는 연산 회로에 순간적인 부하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인간처럼 말하자면,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할 만 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건..."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재수없는 녀석.


"넌 그런 짓하면 싫어할 거 잖아. 친해지고 싶은 상대가 싫어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고?"


"...감사합니다."


"그럼, 그 대신이지만 거기서 내가 뭘 하는지 지켜봐줄래?"


 그녀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로키가 손가락을 튕기자 버들 도령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자기 온기와 압력을 잃은 메티스의 거근이 애처롭게 껄떡거렸다. 동시에 그녀의 항문에 꽂혀있는 바벨의 흉악한 물건이 잘 보이게 되었다. 그야말로 말처럼 크고 두꺼운 그것은 굵은 핏줄과 함께 강렬한 냄새로 자기 주장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 둘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바벨은 이미 뇌가 약에 절여져 이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다만 메티스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그녀에게는 정신을 무너뜨리는 종류의 약품은 사용되지 않았다. 물론 그것 또한 비극이었다.


"아, 빼지마. 제발, 더, 더...!"


 메티스가 애처롭게 흐느꼈다. 몸을 이리저리 뒤틀어보아도 뒤에서 붙잡고 있는 바벨의 힘은 정신상태와는 상관없이 무척이나 강했다.


 껄떡 거리는 메티스의 남근을 로키가 부드럽게 쓰다듬자 그녀가 교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고ㅡ헬라는 고개를 돌리고 싶어졌다.


 메티스는 당장 자지에서 다시 느껴지는 자극에 만족하며 불쌍하게 웃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직전 로키가 다시 입에서 그것을 빼내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질렀다.


"빼지마, 빼지마. 더 해주세요. 제발, 뭐든지 할 게요. 제발...!"


"뭐든지?"


"ㄴ, 네! 뭐든지! 그러니까 빨리...빨리...!"


"그럼 이제 너는 내 차일드가 되는 거야. 어때? 나랑 재계약해줄래?"


 로키가 그녀의 자지를 강하게 움켜쥐며 말하자 메티스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착하구나. 상이야."


 로키가 격렬하게 메티스의 남근을 흝기 시작했다. 메티스가 미친 듯 교성을 지르자 바벨도 허리를 더 강하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자, 버들 도령. 너도 어서 이리로 와."


 로키가 자신의 엉덩이를 내밀자 버들 도령이 로키의 뒤로 돌아섰다. 그들의 행위는 메티스가 기절할 때까지 이어졌다.


=


 메티스는 확실히 매력적인 차일드였다.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부족하지만, 상대의 생각을 읽는 능력은 모두가 탐을 내는 막강한 무기다.


 하지만 로키에게 있어서는 좀 더 재밌는 장난감일 뿐이었다. 로키도 그녀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정신인 그녀와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생각을 고작 차일드 따위에게 노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로키에게 생각을 읽는 차일드란 전력에서 논외였다. 부하를 통해 간접적으로 조종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역시 고작 차일드에게 그렇게까지 수고를 쏟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로키에게 있어서 메티스라는 차일드는 망가뜨리는 재미가 있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과연 그녀에게 광인의 생각을 온종일 읽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망가진 자기 자신의 생각을 읽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메티스의 정신은 지나치게 망가졌다. 생각을 읽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성욕에 미쳐버렸다. 계속 자신의 거근을 주무르며 자위에 빠져있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삽입하고 허리를 흔들 생각밖에 하지 않게 되었다. 로키의 관심은 금방 사라졌다.


"재미없네..."


 메티스는 그렇게 무관심 속에서 버려졌다. 완전히 버리기는 아깝다며 목줄을 채워두고 구석진 곳에 방치되었다. 아주 가끔 짐승의 교미를 관람하기 위해 버들 도령이나 바벨 등의 상대를 시켰을 뿐이다. 그녀는 완전히 짐승이 되었다. 인간의 언어조차 잊어버리고 으르렁 거리거나 교성을 내지르는 것 이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로키는 다시 그녀를 불러들였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나중에서야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같은 느낌이었다. 메티스가 입은 고상한 드레스는 이미 넝마가 되었고 아름다웠던 금발은 지저분한 갈색에 가까웠다. 썩은 정액과 애액의 냄새가 코를 찔렀으며 침을 흘려댔다. 그러나 고간 사이에 찌르르 움찔거리는 팔뚝만한 남성기만은 오랜 애무를 통해 더 크고 흉악하게 부풀어 올랐다.


 일단 씻겨두고 새 옷을 입히라는 로키의 명령에 나르비들이 메티스를 새단장했다. 차가운 인형의 손길에도 흥분해서 날뛰었기 때문에, 나르비들의 손에 수십 번 이상 사정한 끝에야 겨우 옷을 갈아입힐 수 있었다.


 다시 깨끗해진 메티스가 로키의 앞에 섰다. 여전히 치마 아래에 불끈거리는 육봉 때문에 앞자락이 들어올려져 있었다.


"그러고 보면, 너도 그 녀석의 차일드였지?"


 한 때 자신에게 맞선 어리석은 자. 그리고 지금은 땅 밑에 쳐박혀 썩어가고 있는 가장 기억에 남은 적이 떠올랐기 때문에 그녀의 존재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운이 좋구나. 너 말고 다른 모든 차일드는 죽었는데, 혼자 살아남다니 대단한데?"


 그자의 차일드도 모두 죽었다. 마지막 전투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도륙내었다. 그 서큐버스들에게 했던 실수를 교훈 삼아 확인사살을 위해 일일이 시체도 모두 정성스럽게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러니까 너에겐 자격이 있어. 축하해."


 분명 그녀에겐 자격이 있었다. 세상의 종말을 목도할 자격이.


=


 모든 것을 마무리짓기 위해 로키는 일어섰다. 그를 막아섰던 분수를 모르는 오만한 잡것들은 모두 시체가 되었고 원하는 것은 전부 그의 손에 들어왔다. 이 세상은 이미 기름 먹인 장작더미로 변했고 남은 것은 작은 성냥불을 피우는 것 뿐이다. 지구상의 모든 것을, 마계의 모든 것을 좀비라는 이름의 장작으로 만든다.


"정말, 정말 재밌을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어두운 구석에서 목줄이 채워진 채 게거품을 물고 자신의 남근을 흝고 있는 금발의 소녀에게 말했다. 이성의 한 조각도 남지 않았고 이제 와서 다시 고칠 생각도 없다. 바벨도, 버들 도령도, 세멜레조차 이미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남은 것은 이제 자의식 따위는 없는 인형뿐. 


 로키는 적분홍에 인자한 표정의 인형을 떠올렸다. 그것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주었다. 잠들 때는 자장가를 불러주었고 심심할 때는 놀아주었으며 악몽에 시달렸을 때는 차갑지만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연달아 녹색 머리에 항상 불만을 겨우 감추고 있는 인형도 떠올랐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명령하는 일에만 겨우 따라올 정도였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매우 싫어했다. 그의 사적인 즐거움에 부르려고 하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려고만 했다. 어째선지 그 인형보다 헬라가 더 보고 싶어졌다. 오르쿠스도 죽어버려서 헬라를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나르비. 지금 그것들의 주임무는 메티스의 성욕을 조금이나마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곧 끝난다.


"아, 그렇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기념으로 네가 할래?"


 로키가 그녀에게 온전한 친타마니를 내밀었다. 이제 그가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이 세상은 불의 종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로키는 그 순간을 온전하게 관람하고 싶었다. 자신의 손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자신은 너무 많은 일을 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순간은 편하게 보기만 하고 싶었다.


"이걸 해본 적도 오랜만이네."


 그가 메티스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자신의 눈을 마주보게 하고 암시를 걸었다. 이 세상을 멸망시켜라, 라는 짧은 명령. 정신이 나간 성욕의 덩어리일 뿐이지만 자신이 암시를 건다면 성욕보단 명령을 우선시할 것이다...그렇게 생각했다.


"모...모두...타..."


 말. 메티스가 말했다. 그녀의 입에서 흥분해서 내지르는 교성 외에 구체적인 문장이 나온 것은 마지막으로 언제였을까. 


"모, 두...타버려...모두...타버려..."

 

 로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여전히 실력은 녹슬지 않을 것 같다. 메티스의 껄떡이는 자신의 성기를 문지르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는 고장난 축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가 눈짓하자 나르비가 그녀의 구속을 풀었다. 에전처럼 흥분해서 난리를 치는 일 없이 얌전하게 로키가 건넨 종말의 열쇠를 받았다.


"자, 해야할 일은 알고 있지? 세팅은 내가 다 해뒀으니까 너는 그냥 말하기만 하면 돼."


 로키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고대하던 순간, 최고로 재밌는 일이 벌어지는 순간이다.


"모두 타버려...모두 타버려..."


[게스트 계정을 확인. 접근을 허용합니다.]


 친타마니가 메티스의 정신으로 들어와 말했다. 이제 몇 초 후 세상은 끝난다.


 그러나 로키가 생각하던 결말은 아니었다.


[명령대기 중.]


 즉흥적으로 그녀에게 세상의 멸망을 일임했지만,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이미 모든 장애물을 손수 치웠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다. 모든 것은 끝났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도 거의 그러했다. 


"모두..."


 하지만 그가 모르는 말이 하나 있었다.


"가버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뭐?"


 로키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그때까지도 그는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잠깐 말을 절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오랜만에 하는 말일테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메티스의 말에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가고 말았다.


"모두 섹스해. 섹스. 섹스. 교미. 교미."


[명령을 재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저 원숭이가 뭐라고 말한거지?


"자지 기분 좋게 해줘. 모두 섹스해. 모두 자지 기분 좋아져."


 그제야 로키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 그녀의 머리는 망가졌지만 자신이 잠깐 그녀의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시켰다. 최소한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 거기까지 그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친타마니가 그녀의 정신에 간섭하는 순간, 로키가 걸어둔 암시가 어중간하게 풀렸다. 


"...하, 하하하!"


 예상치 못한 촌극에 로키는 세상이 떠나라 웃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그가 실컷 웃는 동안 메티스는 친타마니를 양손으로 붙잡고 자신의 팔뚝만한 자지를 거기에 밀어넣고 흔들었다. 로키는 죽을 것처럼 웃었다.


"기분 좋아...자지 기분 좋아..."


[...명령 확인]


 너무 웃어서 로키는 친타마니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세상 마지막 웃음이 되었다.


 친타마니는 소유주의 바람을 이루어주었다. 메티스의 소원은 자지 기분 좋아. 모두 섹스해. 이 두가지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렵다. 세상의 반은 자지가 없는 여자다. 그래서 친타마니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거기에 드는 마력은 전부 로키에게서 가져왔다. 단순히 좀비로 바꾸는 것도 아슬아슬한 수준이었지만, 신체까지 변형시키는 것은 그가 부담할 수 있는 한계치였다. 로키는 웃고 있었기 때문에 방심했고, 그 기막힌 타이밍에 친타마니는 그의 마력을 모두 가져갔다.


 모두 다 가져갔다. 그래서 로키는 죽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죽었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거름삼아 세상은 변화한다. 모든 이들에게 자지가 돋아났고 모두가 그것을 기분 좋게만드는 일만 반복하는 세상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메티스의 오나홀로 사용되는 친타마니는 생각했다. 아, 세상은 너무 아름답다. 모두가 기분 좋은 세상이다. 이런 대업을 이루었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 이룬 것이다.


 ...아니다. 자신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의 경애하는 주인, 세상을 기쁨으로 이끈 위대한 그녀는 아직도 더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자. 이 낙원이 끝나지 않도록 지켜내자. 보라, 기쁨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그리고 메티스는 친타마니에 안에 사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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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한두편씩 썼던건데 너무 텀이 길다보니 글이 너무 투박함


원래 팬픽 쓸 때도 그냥 내가 따로 쓰는 글 쓰기 전에 가볍게 워밍업하듯이 쓰는거라


퇴고고 뭐고 암것도 안하고 바로 쓰고 말아서 퀄이 낮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건 좀 심하게 날려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