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너 개못하잖아."

"...뭐라는 거야. 열 번도 안 돼서 깼는데."

작은 티비화면에 쓰러져있는 거대한 괴물을 가리킨 계화는 땀으로 잔뜩 젖은 손을 닦으며 소파 위에 드러누워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드렁한 얼굴로 감자칩을 와그작와그작 먹는 것이 거슬려 아까부터 저리 가라는 말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고 있던 계화는 '지금이라도 떨어트려버릴까.'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해보았다.

그래봤자 다시 슬금슬금 와서 뻔뻔하게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 계화는 얄미운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무시하고 패드를 손에 잡았다.

"하아... 간만에 쉬는 날이라서 한참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러면 나가 놀면 되잖아? 뭘 그렇게 앉아서 중얼중얼거리고있어?"

"으으! 말이나 못 하면 밉지라도 않지. 밖에 가면 이거 부순다 저거 부순다 하면서 난리칠거잖아."

"잘 아네. 그렇다고 여기 있는 거 손대면 화낼거잖아?"

"당연하지. 손 댈 생각도 하지 마."

단호한 계화의 목소리에 그녀는 투덜대며 길쭉한 통 깊숙하게 손을 집어넣었다.

말은 안했지만 계화가 게임하는 모습을 나름 재밌게 구경하는 사이 어느새 텅 비어버린 통 안을 탈탈 털어 남은 조각까지 먹은 그녀는 발끝으로 계화의 어깨를 툭툭 쳤다.

"마실거."

"야! 니가 스승님이야?! 니가 갖다 먹어!"

"쪼끄만 게 목소리만 커선. 라가라자한테도 그렇게 좀 말해봐라."

등으로 짜증을 내는 계화를 내버려두고 주방에 있는 작은 냉장고 안에서 콜라를 가져온 그녀는 치익 소리와 함께 뚜껑을 따더니 그대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탄산이 갑자기 들어가서인지 작게 트름까지 하는 그녀의 횡포에 계화는 이를 악 물뻔 했지만 크게 숨을 들이쉬고서 이내 개임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그렇게 계화의 정신이 게임에 팔리자 침대 위에 누운 그녀는 심심해졌는지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발을 까딱거렸다.

어떻게 된 건진 몰라도 자신의 몸이 생겨 많이 얌전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성질이 사나웠던 그녀는 집 안에 갇혀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지루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한 대화상대인 계화는 말도 하지 않고 패드만 까딱거리고 있으니 괜스레 배알이 꼬이고 마음이 답답해진 그녀는 계화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

처음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팔을 휘젓는 모습에 킬킬 웃던 그녀였지만 똑같은 걸 몇 번 당하고 난 계화는 말 한마디 없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런 계화의 단호한 모습에 한쪽 눈썹을 꿈틀거린 그녀는 계화가 등을 기대고 있는 소파 쪽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옮기더니 그녀가 보지 못 하게 손을 내밀었다.

숨까지 죽이고서 살며시 팔을 뻗던 그녀는 계화가 몸을 살짝 움찔이자 곧바로 손가락을 세워 계화의 입술 안으로 집어넣었다.

"...?!"

방금까지 감자칩을 먹고있어 짭짜름한 맛이 느껴지는 손가락에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눈을 깜빡이던 계화는 몸서리를 치며 소리질렀다.

"야! 당귀 너 뭐 하는거야!"

"니가 나 무시하고 게임만 하니까 이러지. 그러게 누가 나 무시하래?"

"씨이... 그러면 심심하니까 같이 놀자고 하든지!"

"내가? 내가 너랑 놀기는 왜 놀아?"

뻔뻔한 목소리로 히죽거리는 당귀를 뒤돌아본 계화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계화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소파위에서 치는 당귀의 장난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뺨을 쿡쿡 찌르고, 뒷덜미를 손끝으로 살짝살짝 긁기도 하며 옷 아래로 보이는 속옷 끈을 잡아당기는 당귀의 행동에 계화는 신경을 안 쓰는 척 했지만 몸이 절로 반응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더 과감해진 당귀는 장난스러웠던 마음이 진심이 됐는지 자세를 고쳐누워 계화의 작은 어깨 위에 턱을 올렸다.

"후우..."

"으읏..!"

귓볼을 타고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계화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사이 당귀는 팔을 내밀어 그녀의 겨드랑이 밑으로 집어넣었다.

앞으로 더 뻗기도 전에 손에 닿는 계화의 가슴을 밑에서부터 만지며 손 가득하게 쥔 당귀는 옆에 보이는 새하얀 목덜미로 분홍색 혀를 내밀어 느긋하게 핥았다.

이제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도 계화는 여전히 패드를 조작하고 있었지만 화면 안에 보이는 캐릭터는 의미없는 행동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어서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