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나비?"

"......"

이름을 불러보아도 아무 말이 없는 나비의 반응에 악마는 머리를 긁적였다.

기껏 준비한 근사한 점심식사에도 나비는 평소와 같이 무감정한 표정과 텅 빈 눈을 하고 창문 바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얼 그렇게 열심히 쳐다보나싶어 그녀와 같은 곳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에는 산아래의 나무와 마을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만 있으려 하는 나비를 끌고 나온것 까지는 좋았지만 밖으로 나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 악마는 혹시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스테이크와 곁들임으로 나온 샐러드, 빵, 구운 감자가 올라와있는 식탁에서 목을 큼큼 가다듬은 악마는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나비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먹어봐. 여, 여기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해서 온 곳인데..."

"..."

포크에 자그마한 스테이크 조각을 꽂아 내밀고 나서야 비로소 나비는 악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힘은 없지만 반짝이는 눈동자와 밖에 나와서인지 발그레해져있는 뺨. 불규칙하게 내려와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천천히 깜빡이는 눈동자.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있던 악마는 나비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포크를 무는 감촉에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포크 채로 나비에게 건네줄 생각이었던 악마가 잠시 당황해있는 사이 스테이크를 입 안에 넣은 나비는 몸을 뒤로 빼 천천히 입을 오물거렸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고기를 맛보는 나비의 뺨이 부풀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고, 목으로 천천히 삼킨 그녀는 들릴듯말듯한 작은 숨소리를 내쉬며 악마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바라보는 그 눈빛과 스테이크를 먹여준 방금의 행동에 괜히 부끄러워진 악마는 우왕좌왕하며 테이블을 가리켰다.

"마, 맛있어?"

"응..."

"다행이네. ...그런데 왜 안 먹고 있는 거야?"

"..."

악마의 질문에도 나비는 대답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식은땀이 날 지경이던 악마는 그녀의 시선이 포크에 닿아있는 걸 보고서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먹여달라고?"

"..."

대답은 없었지만 부정을 하지도 않는 나비의 모습에 악마는 긴장한 동작으로 다시 스테이크를 썰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뺨에 닿아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얼굴을 내민 그녀는 작게 입을 벌려 고기를 삼켰다.

그러면서 살짝 보이는 입 안의 모습에 왠지 잘못을 하는 기분이 든 악마는 시선을 위로 올려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비의 눈동자에 사로잡힌 그는 도망도 치지 못 한 채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는 표정을 지을 줄 알았지만 그런 것 없이 똑같은 얼굴을 한 나비는 아까처럼 입을 떼고 고기를 오물거렸다.

또 똑같이 고기를 삼키고난 나비는 악마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제서야 자신의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었다.

이제야 스스로 먹는구나 싶어 안심한 악마는 나비가 조심스럽게 스테이크를 써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힘도 잘 들어가지 않는지 서툴렀지만 작게 한 조각을 썬 그녀는 포크로 고기를 집어 자신의 입에 가져가는 대신 악마에게 내밀었다.

당연히 나비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던 악마는 불의의 기습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자신을 가리켰다.

"나... 먹으라고?"

"...응."

작게 나온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그녀의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고 있었다.

먹여주는 것 만큼이나 부끄러워 악마는 차마 그 고기를 받아먹지 못 하고 한참이나 망설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 들고 있었는지 나비의 팔이 살짝 떨리자 걱정이 된 악마는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그 고기를 받아먹었다.

악마가 고기가 아닌 철을 씹어먹는 것처럼 괴로운 표정으로 우물거리는 걸 바라보던 나비는 꿀꺽 하는 소리를 들은 후에 작게 물었다.

"맛있어...?"

"어... 맛있네."

"나, 저것도 먹고 싶어."

악마의 반응을 본 뒤이번엔 감자를 가리킨 나비는 포크를 드는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점심식사는 이렇게 불편하게 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한 악마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감자의 속살을 떠 나비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점심식사가 끝난 후.

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차일드와의 유대감을 늘리기 위한 시간.

모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비와의 데이트의 첫 코스로 식사를 마치고 난 악마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옆에서 따라걷는 나비를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눈과 신비한 분위기를 하고 있는 옆얼굴.

자신보다 키가 약간 작아 내려다보게 되는 자세 때문인지 나비는 그 시선을 알아채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입을 꾹 다문 채 쳐다보는 눈동자에 급하게 할 말을 찾던 악마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영화표를 만지작거렸다.

"아, 나비. 오후에는 영화관 갈 건데 괜찮지?"

"...응."

"괜찮은 거 맞아?"

나비가 의욕이 없는 것이야 평소와 다를 게 없었지만 왠지 눈치가 보였던 악마는 재차 그렇게 물어보았다.

두 번은 대답하지 않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인 나비는 다시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며 걸었다.

"..."
"..."

높은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나와 영화관으로 가는 길.

평일 오후라는 시간 때문인지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나비와 악마 사이의 침묵은 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고, 악마는 그 침묵이 불편하다 못 해 짓눌러질 지경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보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를 나비는 가끔 주변을 둘러보며 악마를 따라가기만 했다.










(반응 좋으면 다음편 써온다 는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