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nTJoCuQDe1A?si=ICSPn6J1GXTYv1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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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시오 코폴라(Horacio Coppola, 1906-2012)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에스 출신의 사진사로, 아르헨티나의 초창기 그래픽 아트 분야에서 주요한 활약을 한 모더니즘 활동가 중 하나다. 1906년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이민자이자 증기기관 공장을 소유한 부유한 집안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하였으나 아르헨티나 최초의 시네마 클럽을 조직하는 등, 전공 외적인 관심사에 몰두하다가 종래에는 전문적인 사진촬영 분야에 뛰어들자 하였고, 이러한 학구열은 1930년 코폴라의 유럽 이주로 이어진다. 

   유럽 체류 중 코폴라는 당시 독일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하던 바우하우스 학교의 사진 수업을 가르치던 발터 페터한스(Walter Peterhans, 1897-1960) 밑에서 사진술을 수학하였는데, 여기서 당시 자신의 동반자가 될 독일 여성주의 및 모더니스트 사진가 그레테 스턴(Grete Stern, 1904-1999)을 만나는 등 학적으로든 인적으로든 인생의 여러 중요한 계기들을 마련하게 된다. 

   1936년 코폴라 부부는 나치 독일의 집권과 그로 인한 바우하우스 운동에 대한 탄압을 계기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재이주하는데, 때마침 1936년은 부에노스아이레스시 건립 40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정부는 도시의 발전상을 과시하고자 코폴라에게 도시 홍보용 앨범을 위한 촬영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부에노스아이레스 1936, 비지온 포토그라피카(Buenos Aires 1936, visión fotográfica)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이 탄생하게 되었다. 

   코폴라는 당시 남아메리카 최대의 메트로폴리스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천루와 백화점, 캬바레와 아스팔트로 잘 닦인 차로, 그리고 이를 거니는 당대의 현대인들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의 모습을 바우하우스에서 수학한 모더니즘 특유의 사실주의적인 관점으로 담아냈으며, 이러한 이성적이고 차가운 접근은 어찌보면 당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당국이 원했던 도시의 선진성의 과시 만큼이나, 기술문명사회의 승리를 잘 표상해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수도의 영광스런 순간도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성을 담보할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나간 뒤로 보건대 이러한 사진이 풍기는 현대적인 아우라는 1936년 당시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한심한 꼬라지에 처해 있던 당대의 먹물이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의 말마따나, 코폴라가 담아낸 1936년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 도시의 번화가를 거니던 방랑자flâneur의 입장에서나 그걸 또 사진으로 살펴보는 또다른 현대인의 입장에서나 도시 그 자체로 비이성적인 감상에 매몰되게끔 하는 새로운 신화 그 자체이자 환상적인 공간, 즉 판타스마고리아로서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마수를 펼치며 실상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은폐하는 효과를 자아냈는데, 이런 벤야민의 입장이 좀 마르크스주의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 1929년 대공황 이래 심화된 아르헨티나의 불안정한 현실이나 향후 아르헨티나 정치지형에 변혁을 일으킨 후안 페론 장군의 집권 배경을 생각하면 꼭 틀린말도 아니긴 하다. 

   어쨌든 기술복제문명으로 탄생한 미디어의 혁신적 성과(1930년대에는 사진기술, 영상기술 등)가 더 많은 자본과 기술(예컨대 파시스트, 기업가)을 가진 이들에 의해 그걸 가지지 못하고 소비하는 처지의 이들을 농락하거나 소외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벤야민의 우려는 인공지능 사회의 목도를 눈앞에 둔 우리네 입장에도 꽤나 시사점은 있는 바긴 하지만, 그건 집어치우고 나는 소고기 팔아먹은 돈으로 마천루를 짓고 자동차를 사오거나 내수용 공장을 깔던 100년 전의 아르헨티나의 판타즈마고리아의 포로가 잠시나마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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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챈에서 썼던 글 복붙함.

이것도 디젤펑크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