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시판

난 유치원도 안 나와서 단체생활을 처음 해 본게 초1 때였다.


엄마가 환경 적응도 시키고 운동도 시키기 위해 초1 여름 쯤에 태권도장을 보냈다. (아마 내 세대 남자애들은 왠만하면 갔을 거임)

그때까지 해 본 운동은 초딩 친구들이랑 해 본 축구밖에 없었기 때문에 태권도 다니는 게 처음엔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노랑띠 초록띠 파랑띠 그런 걸 땄다. 점점 갈수록 재밌어 지기도 했다. 사범새끼가 뭐만 하면 엎드려뻗쳐 시키는 게 빡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9개월 정도가 지났다. 난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인맥도 점점 생겨서 지금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굳이 말하자면 평범한 애에서 인싸 사이 정도? 가 내 위치였던 것 같다. 당연히 태권도장에서도 당시 막 초1이 된,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왔다. 난 그 친구들, 즉 후배들 하고도 원만하게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여자애가 새로 들어왔다. 지금 얼굴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 되게 예뻤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9년간 당연히 모솔이고 '사랑한다' 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뭔가 그 애의 관심을 끌어보고 싶었다. ㄹ데! 정말 우연히도 걔랑 나랑 집이 같은 방향이여서 태권도 차량을 같이 타게 된 거다. 난 걔의 관심을 내게 더 집중시키기 위해 존나 노력했다. 친구들이랑 장난도 쳐 보고, 걔한테 말도 걸어 보고 했지만 처음엔 실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애는 츤데레 성격이었던 것 같다. 여자애들 앞에서는 걔도 중간 정도 위치에 있었던 것 같은데, 남자들만 있으면 부끄러움?을 타던 성격인 것으로 기억된다.


아무튼, 난 거의 3달 동안 걔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걔가 내 장난에 웃음으로 대답하고 '오빠' 라는 말을 들었다. 난 그 날 존나 신났다. 드디어 관심을 끌었구나! 하는 생각에 밤에도 설랬다. 아마 그 때가 내 인생에서 처음 느껴 본 사랑인 것 같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며 난 걔랑 더 친해졌다. 걔도 날 친한 오빠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 지금은 여자 후배들한테 말 걸면 씹아싸 취급 받겠지만 그 때는 현재 상황과 정반대였다. 걔는 내게 학교에서도 아는 척을 해 주고, 그 아는 척을 본 내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벌써 12월이다. 당시 우리 학교의 전교생이 1300명을 훌쩍 넘었다. (입학할 때만 해도 900명이었다.) 그래서 결국 학교를 하나 더 지어 분교시키기로 결정이 났다. 아쉽게도 그 여자애는 그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태권도장도 관두게 되었다. 난 내심 아쉬웠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무시했다. 그 때 '나 너 좋아했어' 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씹잼민이니깐 그런 생각도 못했겠지?


아무튼 그렇게 내 첫 짝사랑은 끝이 났다. 난 1품도 따고, 2품, 검은띠까지 따고 태권도를 관뒀다.


그로부터 몇 년 후다. (내 기억으론 초5~초6 쯤이다) 우연히 페북질을 하다가 그 여자애를 발견했다. 그 때보다 더 예뻐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추를 보냈다. 걔가 친추를 받아줬다. 아마 다들 '읽페' 라고 알 거다. 스토리 읽으면 페메 보내주는 거 말이다. 걔가 내 스토리를 읽었다. 그래서 내가 걔한테 '안녕하세요' 라고 페메를 보냈다. 근데 돌아온 반응은?
















'누구세요?'


씨발. 그 이후로 걔랑의 꿈은 접었다. 난 초6때 멀리 전학을 갔고, 걔는 잊혀만 갔는데 어제 밤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냥드립에 글 싸질러 본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내 얘기 들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