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존재했던 척추동물 중 가장 강력했던 포식동물을 꼽으라면 냥붕이 본인도 그렇고 많은 학자들도 그렇고, 망설임없이 티라노사우루스를 꼽을 것이다. 빠가 까를 만든다고, 티라노사우루스가 너무 뜨자 어떻게 해서든 티라노사우루스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학자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과연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떤 공룡이었길래 이렇게 유명해지고 이렇게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었을까. 한번 티라노사우루스의 스펙을 알아보자.



티라노사우루스는 1905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이후 수많은 화석이 발견되면서 적극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미국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의 미빠들이 쓸데없이 "공룡의 왕도 미국에 살았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티라노사우루스를 띄워준 것 아니냐(...)는 어처구니없는 반론이 등장했을 정도로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이렇게 크게 관심을 받은 까닭은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가운데 망간을 흡수하여 단아하고 아름다운 흑진주 같은 검은빛을 뿜어내는 블랙 뷰티(Black beauty)가 발굴되면서 연구가 급진되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스캐빈저(시체를 먹는 동물)라는 설도 나왔지만, 오늘날의 야생 맹수들도 스캐빈저와 프레데터 중 어느 하나만 고집하는 생물은 없다는 점(사자도 시체가 있으면 그것을 먹는 것을 망설이지 않으며, 하이에나나 콘도르도 괜찮은 사냥감이 보이면 사냥하기를 꺼리지 않음)이 고려되면서 논파되었다.



21세기 접어들어 티라노사우루스가 최강의 사냥꾼 반열이라는 것은 더 이상 논쟁할 수 없는 정설이 되었다. 대체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길래 최강의 사냥꾼이라고 칭송받는 것일까. 한번 알아보자.


주의: 해당 그림의 스피노사우루스는 2019년에 논파된 가설인 4족보행설을 채택하고 있음


흔히 기가노토사우루스(14미터),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14미터), 티라노티탄(14미터), 마푸사우루스(15미터), 스피노사우루스(17미터) 등이 거론되면서 12미터인 티라노사우루스는 이들보다 작기 때문에 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도는데, 정말 이들 중 누가 제일 강하냐를 알려면 아드레날린 주사하고 콜로세움에 같이 풀어놓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티라노사우루스의 사냥 능력이나 위력이 저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으며 만약 맞닥뜨릴 경우 티라노사우루스가 오히려 저들의 기피 대상일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일단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덩치가 큰 공룡들 대부분은 머리통이 가늘고 이빨이 칼처럼 날카롭다. 이들의 악력은 티라노사우루스의 것에 비해 훨씬 약했을 것이다(착각하지 말자. 사람은 어차피 일격사한다). 특히 스피노사우루스의 경우 물고기를 주로 사냥했으리라는 추측이 많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쟁 상대조차 될 수 없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 디자인은 마치 정밀하게 만들어 놓은 무기와 같다. 통상의 육식공룡들과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들의 두개골 디자인은 매우 다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들은 두껍고, 아래턱에 힘이 충분히 실릴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이빨이 칼보다는 못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전까지의 육식공룡들이 초식공룡을 여러 번 물어뜯어서 "베어"버림으로서 과다출혈로 죽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냥 덥석 물고 죽을 때까지 압박하는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치악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갑옷 공룡으로 유명한 안킬로사우루스 종류의 등딱지나, 트리케라톱스 같은 뿔공룡의 목 가리개와 뿔을 무식하게 물어서 박살낼 수 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치악력보다 강한 단위면적당 치악력을 가진 생명체는 지구 역사상 단 두 종, 메갈로돈과 데이노수쿠스 뿐이었다. 모사사우루스 같은 수장룡들도 전반적인 치악력이 근소하게 높을지언정 단위면적당 치악력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떨어졌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치악력은 육상의 모든 생명체 가운데 최강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티라노사우루스의 달리기 능력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을 실현시킬 수준이었다. 이쯤 되면 정말 무슨 장인이 작정하고 디자인한 괴물 같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시속 30~40킬로미터에 필적하는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었으며, 자체적인 덩치의 한계 때문에 이론상 최대 속력보다는 그냥 통상속력으로 달렸겠지만 보폭이 7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그것도 빠르다. 갈리미무스나 오르니토미무스처럼 작정하고 생존전략을 달리기로만 밀었던 공룡이 아니라면(이 새끼들은 시속 70킬로미터를 내는 미친 족속들이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빨리 달려서 달아나는 것이 가능한 생명체는 백악기 육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흔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약점으로 앞다리를 드는 경우가 있는데,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는 그 거대한 턱 덕분에 쓸 일이 없어서 퇴화되고 있었던 것 뿐 그 힘은 엄청나게 강했다. 만약 인간과 팔씨름을 한다면 인간 팔 따위는 그냥 뜯어내 버릴 정도로 강하다. 아니, 현실 아프리카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쯤은 앞다리 하나로 들어서 붕붕 돌리며 가지고 노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다. 0.2톤에 달하는 물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가능한데, 사자도 0.2톤쯤 나가는 개체면 대형이기 때문이다.


Long live the king


티라노사우루스는 북미 대륙에서 군림하는 공룡의 제왕이었다. 또한 공룡에 열광하는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공룡을 좋아한 지 한참 되었고 주변인들은 이미 그런게 있었는지조차 관심없는, 공룡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사람으로 남아버린 본인은, 오늘도 사랑하는 공룡들을 보기 위해 온라인박물관에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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