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0/12/27/DRXABB6JRFEWZI4LXO3GSCRIY4/


004년 12월 미 미주리주 스키드모어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출산을 두 달 앞둔 스물 세살의 임신부가 질식사당했고, 복중 태아까지 없어졌다. 용의자로 당시 33세였던 여성 리사 몽고메리가 체포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납치됐던 아이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아버지 품에 안겼다. 몽고메리는 임신부를 살해하고 탈취한 아이를 자신의 아이인 양 속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2008년 4월 사형이 최종 확정된 몽고메리에 대한 형 집행 여부가 미국 사회 논쟁의 중심에 섰다. 범행의 잔혹성에 대한 사법당국의 판단과, 그가 처해졌던 상황을 감안하면 사형은 가혹하다는 일각의 주장 속에 당초 이달초 예정됐던 형 집행이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두 차례 연기됐다. 25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 연방지법의 랜디 모스 판사는 법무부가 리사 몽고메리에 대한 사형 집행일을 내년 1월 12일로 잡은 것은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앞서 이달 8일 형 집행 예정이었던 몽고메리는 변호인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내년 1월 12일로 연기됐지만, 법원은 형 집행이 유예된 상태에서 날짜를 잡는 것은 절차적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몽고메리에 대한 형 집행 날짜는 내년 1월 1일에 다시 잡히게 된다.

지난해 7월 여성과 노약자를 상대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장기 사형수에 한하여 연방 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을 재개 방침을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0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지난 10월 법무부가 형 집행 계획을 발표한 몽고메리는 그는 어느 사형수보다도 주목받았다. 67년만에 형장에 서게 되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구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까지 나섰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 3일 미국 정부에 “몽고메리에 대한 관대한 처분을 요구한다”는 인권전문가들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유엔이 제3세계 독재국가가 아닌, 인권선진국을 자처하는 미국을 상대로 사형 집행 취소를 요구한 것이다.


리사몽고메리에 대한 사형 집행에 반대하며 미 당국에 관대한 처분을 요구한 유엔 인권당국의 트위터 /유엔 홈페이지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일생을 통해 몽고메리는 끔찍한 신체적·성적 학대를 겪었지만, 이에 상응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던 피해자”라며 미 정부의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미 정부가 몽고메리를 사형에 처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그녀를 또 다시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에 따르면 몽고메리는 열한살 때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열 다섯살 때에는 억지로 성매매를 하도록 내몰렸다. 결혼 한 뒤에도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으며, 아이 넷을 낳은 뒤에는 강제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 서른 네살이 될때까지 그는 61차례나 거처를 옮겼다.

이렇게 폭력피해와 학대가 누적되면서 신체·정신적으로 극도로 피폐한 상황이 됐지만, 그가 겪은 피해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보호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미 당국은 몽고메리에 대한 학대가 중단될 수 있도록 개입할 수 있었던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힘든 개인사와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못하고 사형 집행을 확정한 것은 특히 끔찍하다”고 했다. 몽고메리가 어린 시절에 성적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정보가 있었음에도, 경찰관, 판사, 학교 교사 등 어느 누구도 도와주러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몽고메리가 임신부 살인 및 태아 탈취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행 직전 몽고메리는 전 배우자로부터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었고, 새 배우자에게는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몽고메리가 사형에 이르게 된 과정에는 부끄럽게도 수년간 받았던 성적 학대와 국가의 태만,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도 몽고메리에 대한 사형 집행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가정 폭력 문제를 다른 책 ‘눈에 보이는 멍은 없다(No Visible Bruises)’를 쓴 작가 레이철 루이스 스이더는 지난 18일 뉴욕타임스에 ‘구타에 이은 구타, 강간에 이은 강간이 살인범을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리사 몽고메리에 대한 사형 집행은 정의롭지 못한 것 중에서도 가장 정의롭지 못한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차례 형 집행이 연기된 몽고메리에 대한 형 집행 방침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사형수는 최소 20일 이전에 형 집행 날짜를 통보받아야 하기 때문에 몽고 메리의 집행 날짜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1월 20일 이후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개한 연방정부의 사형은 물론 주 정부 차원의 사형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세줄요약

1. 가해자 리사 몽고메리는 어릴 적부터 성폭행을 받았고, 15살엔 강제로 성매매를 하게 됐다. 결혼 후에도 폭행과 학대는 계속 됐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강제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

2. 그런 상황에서 리사는 그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고 이에 미국 내에서도 사형 찬반 논란이 거세다

3. 기사에는 안 나왔지만 리사는 결국 사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