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심심해서 써보는 대만 여행기 1부 - 냥드립 채널 (arca.live)

2부 : 심심해서 써보는 대만 여행기 2부 - 냥드립 채널 (arca.live) 

3부 : 심심해서 써보는 대만 여행기 3부 - 냥드립 채널 (arca.live) 


꾸준히 읽어 주고 댓글 달아 주는 냥붕이들 진심으로 고맙다

다들 명절 잘 보내고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래



호텔에서 조식을 안 줘서 근처 가게에서 사먹었다



타이베이 가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빠를 거 같다

느그나라 대부분의 지하철역은 환승을 하려면 층을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되는데, 금정역이랑 김포공항역은 서로 다른 호선의 승강장이 마주보고 있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된다

타이베이의 시먼역, 중정기념당역, 구팅역, 둥먼역이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짤은 시먼역)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편리하고 좋아 보인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거 때문에 지하철 노선이 최단직선거리가 아니라 빙 둘러서 가게 되고, 종각역 드리프트가 일상다반사라서 소음도 심해지는 등의 단점이 있더라



타이베이역 승강장

타이베이 시내의 모든 승강장과 선로는 80년대에 지하화가 되었다

여기서 고속철도를 타고 타오위안으로 간다

시간은 약 30분 소요



타오위안에서 내려서 또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간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버스에 3명밖에 없었는데, 기사양반과 동네주민 그리고 나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장제스 총통의 무덤이 있는 츠후(慈湖)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장제스라는 인물에 관심이 많아서, 이거 하나 때문에 두 번째 대만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해도 사실상 무방함



츠후 앞에는 장제스 동상을 모아 놓은 공원이 있다

국민당 장기집권 시절에 대만 전국의 학교와 관공서, 공원에는 장제스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다 2004년에 정권이 민진당으로 바뀌고 이 동상들이 대부분 철거가 되었는데, 이 때 일부 동상들을 철거하지 않고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여기도 장제스 저기도 장제스 보고 있으면 살짝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중간중간에 쑨원 선생이나 장징궈 총통 동상이 꼽사리 끼어 있기도 함



이 호수가 바로 츠후 되겠다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이곳의 경치는 장제스의 고향 마을과 비슷하여, 살아 생전에 이곳에 별장을 짓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관광객이 별로 없기는 했는데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온 현지인들이었고 외국인은 아마 나 혼자였던 것 같다



츠후 옆에는 이렇게 산책로가 나 있다

여기로 5분 정도 걸어가면



그의 무덤인 츠후능침이 있다

원래는 장제스의 별장이었고, 여기서 대륙 수복 작전인 국광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자세한 건 꺼무위키 ㄱㄱ

장제스는 죽는 그 순간까지 '대륙을 공격해 동포를 구하고 나라를 구하라'라고 할 만큼 대륙 수복에 대한 집념이 강했는데, 이 때문에 패배자인 자신을 땅 속에 묻지 말고 중화민국이 대륙을 수복하게 되면 수도 난징에 자신을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래서 관을 매장하지 않고 대리석 위에 얹어 놨는데, 이런 무덤을 토관묘라고 부른다네

중국에서 자기 고향 땅에 묻히지 못한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인데, 장제스는 아예 땅 속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런 수치를 감내할 만큼 대륙 수복의 염원이 간절했던 게 아닐까



여기도 국부기념관이나 중정기념당처럼 의장대가 지키고 있고, 매시 정각에 의장대 교대식을 한다

관광객이 얼마 없는 곳이라서 꿀무지인지, 반대로 교통이 개똥망이라서 헬무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 의장대는 2004년에 민진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철수되었던 적도 있는데, 2008년에 국민당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되돌려졌다

지금은 다시 민진당이 여당인데, 그 당시에 비하면 중도적 성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굳이 철수시키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름 관광지로 유명해진 것도 있고 ㅇㅇ

원래는 안에 들어가서 참배도 할 수 있었다는데 몇 년 전에 운동권 대학생들이 관에다 페인트를 던지는 바람에 지금은 안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국공내전에서 패배하고 겨우 대만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 대만에서의 자리도 점차 흔들리는 그를 보니 이것이 패배자의 숙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제스 총통은 오늘도 차디찬 토관묘 속에 쓸쓸히 누워, 언제 찾아올 지 기약이 없는 중화민국 대륙 수복의 그 날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다

그래도 나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츠후능침 앞에는 장제스와 그의 아들 장징궈의 삶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었다

다만 장징궈는 기념관이 아예 따로 있어서 장제스의 비중이 더 높다

관람료는 없다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사진

마오쩌둥 개새끼

모가놈에게 주먹감자를 날리고 싶었지만 장제스에게 날리는 걸로 오해받을까봐 참았다



츠후 근처에는 장징궈의 무덤인 다시능침도 있다

아까 타고 왔던 버스를 타고 가면 편하게 갈 수 있는데, 앞에서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라고 한 데에서 눈치챘겠지만 이 동네도 버스간격이 개똥망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30분 정도 걸어감

츠후능침에는 그래도 관광객이 좀 있었는데 여기는 진짜 나밖에 없었다



대만 원주민과 춤을 추고 있는 장징궈의 모습이다

장제스는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중국인'으로만 생각했고, 그에게 대만은 어디까지나 대륙 수복을 위한 병참기지였다

그런데 장징궈는 무력으로 대륙을 수복하겠다는 아버지의 생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인정했고, 어느 정도는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대만 자체의 문화와 발전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 계엄령을 해제하고 국민당 독재를 끝내겠다고 약속했고(정작 자신은 죽을 때까지 해먹었던 게 함정이긴 하지만), 중공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을 많이 했음

그래서 똑같은 독재자지만 아버지보다는 욕을 덜 먹는 편이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는 장제스를 좀더 좋아하긴 하지만 정치가로서는 장제스보다 장징궈 쪽을 더 높게 친다

진영을 넘어서, 눈앞의 이득을 넘어서, 진정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기가 장징궈의 무덤이다

여기는 특이하게 정각이 아니라 30분에 교대식을 함



버스를 타고 타오위안역에 돌아오니 점심시간인데, 마침 옆에 아울렛이 있었다

여기 있는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파이(치킨)와 공완탕(완자를 넣은 탕)

가성비 굿굿



다음 목적지는 장제스의 관저였던 스린 관저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원산대반점이 보인다

장제스의 부인인 쑹메이링 여사가 국빈을 맞이하기 위해 세운 국영 호텔 되겠다

지금도 국영이라 유명세에 비해 숙박비가 저렴한데, 다만 내부 시설이 조금 오래되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한다

골때리는 거는 지금 대만의 여당이자 당시에는 불법 야당이었던 민진당이 이 호텔에서 창당되었다고 함

창당지도부가 본래 목적을 숨기고 예약을 했다가 담당자한테 들켰는데, 장징궈가 계엄령 해제를 검토하던 시절이기도 했고 호텔 담당자가 눈감아 줘서 무사히 지나갔다고 함



스린관저공원

근처에 스린 야시장도 있는데 예전에 가보기도 했고, 또 아직 낮시간이라서 굳이 가보지는 않음



튤립 축제가 한창이더라



공원 내부에 이렇게 정자도 있다



공원 맨 안쪽에 관저 건물이 있다

공원은 입장료가 따로 없는데 관저는 돈을 내야 한다

얼마였는지는 기억안남 ㅈㅅ

아쉽게도 내부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되어 있음



공원 한쪽에서는 이렇게 춤 공연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실내화원도 있다

이날 비가 와서 아쉬웠음 ㅠㅠ



공원 안에 교회도 있다

장제스와 쑹메이링은 개신교 신자였고 여기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국민당 수뇌부에 기독교 신자가 많았고, 또 기독교 신앙이 서구의 계몽주의와 민주주의 이념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오늘도 중국 공산당은 기독교를 열심히 탄압하고 있다

참고로 대만 인구에서 기독교 신자는 개신교, 천주교 합쳐서 5% 정도 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대륙에서 건너온 높으신 분들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주걸륜도 기독교 신자인데 이 사람은 대만 토박이임



무튼 그렇게 스린관저공원 구경을 마쳤다

지금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



전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가려 하는데 타이베이 시장이 마스크 쓰고 다니라고 공익광고를 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분도 전직 의사양반임 ㅋㅋㅋ



호텔방에서 잠깐 뒹굴다 저녁 먹으러 나왔는데 이런 걸 발견했다

이 주변에서 대만 독립주의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위? 행진을 자주 한다고 한다

대만은 이미 독립국인데 뭔 대만 독립이냐 할 수도 있겠는데, 대만의 정식 국호는 중화민국이고 원래는 중국 대륙에서 세워진 나라였다

대만에서 보수 진보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이 '정통 중국으로서의 중화민국'이냐, '대만과 그 주변 섬을 다스리는 나라로서의 중화민국이냐'인데 전자가 보수고 후자가 진보임

한마디로 대만 사람한테 '넌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생각하냐'라고 물어보면 딱 견적이 나옴

근데 이 사람들은 그 중화민국 자체도 싫다는 거야 ㅇㅇ 어쨌든 대륙에서 건너온 정권이고, 지배자가 일본에서 중국(중화민국)으로 바뀌었을 뿐 대만은 아직 식민지 상태라는 거지

물론 이런 사람들은 소수이긴 한데, 자세한 건 꺼무위키 ㄱㄱ

여하튼 장제스하고는 정치적으로 상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뭔가 기분이 묘했음



저녁 먹으러 가는데 저 멀리 총통부 건물이 보인다



까르푸 4층에 1인 훠궈집이 있어서 갔는데 웨이팅이 ㅈㄴ 길더라...

1시간 20분 동안 시발시발거리면서 기다렸다



아 물론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저렇게 시키니까 점원이 다 먹을 수 있겠냐고 놀라던데 나는 파워후니까 쌉가능했다

지금은 살 빼면서 위가 줄어가지고 저만큼 못 먹을 거 같다

마라훠궈가 아니라 백탕이었지만 그만큼 부담 없고 안정적인 맛이었다

가격도 2만원 정도밖에 안 했던 거 같다



호텔 주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걸로 일정을 마무으리

전날은 개더웠는데 이날은 비도 오고 해서 날씨가 꽤 쌀쌀했음

겨울에 대만 여행가게 되면 여름 옷이랑 가을 옷을 같이 챙겨가야 한다

그나저나 금방 쓰겠지 했는데 쓰다 보니까 3시가 다 되어가네... 내일도 당직근무라서 9시 출근인데 ㅈ된거 같다...

항상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되는 거 같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 준다면 정말 고마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