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간 : 2017.01.29~2017.02.12 (우즈벡편), 2019.01.08~2019.01.19 (그 외)

우즈벡은 사실 여행으로 간 건 아니고 봉사활동으로 갔었는데, 일을 안 하는 주말에 잠깐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음

별 생각없이 갔었는데 그 때 중앙아시아+쏘련에 꽂혀서 2019년에 순수 관광 목적으로 한 번 더 다녀왔고

이 때는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러시아 이렇게 갔다

나중에 기회되면 우즈벡도 순수 관광 목적으로 다시 여행해 보고 싶다

여튼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하면서 보낸 게 아니라 일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다녀간 곳이 그리 많지는 않음

찍은 순서 상관없이 떠오르는 대로 썰 풀어 볼게

이번에도 최대한 열심히 쓰겠지만 냥붕이들 보기에 재미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 주면 진심으로 고마울 것 같다

설날 다음날? 다다음날이었나 출발해서 8시간 가량의 비행 끝에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국제공항에 도착

입국심사관들이 다들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이쪽 나라 공무원들 패시브니까 쫄지 말자

공항에서 나오면 택시 삐끼들이 엄청나게 들러붙는데 이쪽 나라들은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서 운영하는 택시는 별로 없고, 개인 승용차 차주들이 용돈벌이 겸 해서 '어디까지 가는 데 얼마' 이렇게 흥정을 해서 딜이 성사되면 그 순간 택시가 되는 거다

아물론 나는 봉사단에서 대절한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쿨하게 쌩까고 호다닥 버스에 탔다

타슈켄트 시내 한복판에는 정부청사가 있고, 그 앞에 광장이 있고, 광장의 중앙에는 티무르의 동상이 있다

원래는 마르크스의 동상이 있었지만 독립을 하고 민족정기를 세우는 과정에서 티무르의 동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티무르는 칭기즈 칸의 머나먼 후손으로 중앙아시아에 대제국을 세운 인물이다

자세한 건 꺼무위키 ㄱㄱ

그리고 그 앞에는 티무르 박물관이 있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가이드가 있으니 편하게 돌아보면 된다

이쪽 동네 사람들의 영어 구사율은 정말 절망적이다

어느 정도냐면 한국어 구사율보다 조금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번역기의 힘은 강력하지만 그래도 매번 핸드폰을 꺼낼 수는 없으니 간단한 우즈벡어 또는 러시아어 단어 몇 개는 외워서 가도록 하자

티무르 제국의 최전성기라는데 어느정도 우즈벡 국뽕을 감안하고 봐야겠다

민트색이 실제 영토였고 연두색은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역 정도가 되겠다

티무르는 말년에 명나라 원정을 준비하다가 병사했다는데, 티무르가 좀더 오래 살아서 명나라와 전쟁이 일어났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궁금하긴 하다

일단 먹는 거 얘기를 좀 해 보자

라그만이라고, 느그나라 칼국수와 비슷한 음식인데 중국의 라몐과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다

여담이지만 우즈벡족은 위구르족과 형제 민족이고 말도 대충 통한다고 한다

그래서 위구르족도 라그만 많이 먹는다

우즈벡 정부는 친러, 친중 성향이 강하지만 우즈벡 국민들은 중국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국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물론 공산국가였기 때문에 어느 쪽 한국이냐고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물만두

우즈벡 말로는 만트라고 한다

이거는 오쉬

쁠롭이라고도 한다

볶음밥...이 아니라 기름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혼식이 있을 때 신랑 집안 남자들이 다같이 모여서 오쉬를 만들고 신부네 식구들에게 대접한다고 한다

양꼬치 소꼬치 닭꼬치

이런 꼬치요리를 뭉뚱그려서 샤슬릭이라고 한다

중국식 양꼬치와는 다르게 고기 덩어리 크기가 큼지막한 게 마음에 들었다

우즈벡 요리 뭔가 생소하지만 느그나라에 이런 거 파는 데 생각보다 많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맞은편에 롯데피팅몰이 있는데, 그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골목마다 우즈벡 식당이 있다

지방 도시에도 하나쯤은 있으니 흥미가 생긴다면 초록창 검색 ㄱㄱ

샤슬릭에 피자

피자나 스테이크 같은 서양(?) 요리도 많이 판다

중식당에도 한 번 갔다

우즈벡은 이슬람 문화권이긴 하지만 투르크 민족 자체의 성향도 그렇고 공산정권 하에서 탄압받은 것도 그렇고 해서 사람들이 별로 종교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이슬람 국가라고 돼지고기 메뉴는 안 파는 것 같았다

중국 공산당은 싫지만 중국 요리는 언제나 옳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요리가 밥이 아니라 식빵이랑 같이 나온다

물론 밥 따로 시키면 주긴 준다

코리아타운에서 먹은 감자탕... ㅋㅋㅋ

돼지고기 먹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구해 와서 잘 먹는다

먹는 거 얘기는 이쯤 해 두고 보는 거 얘기를 해 보자

타슈켄트 외곽에 있는 모스크라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 이슬람은 소련 치하에서 많이 탄압을 받았고 독립 이후에도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슬람 카리모프에 의해 또 탄압을 받았다

그래도 이런 회유책으로써 모스크 몇 개는 새로 짓게 허락을 했는데,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카리모프는 악명 높은 독재자로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해먹었고, 총리였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가 다음 대통령을 해먹고 있는데 다행히 조금씩 정치개혁을 해가고 있다고 한다

자세한 건 역시나 꺼무위키 ㄱㄱ

그나저나 이름도 이슬람인데 왜 이슬람을 탄압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스크 내부

딱봐도 신삥 냄새가 난다

심플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구경하고 나오니까 날이 어두워졌는데 불이 들어온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비가 오고 있었고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임

타슈켄트의 가로수길...이라는데 다들 브로드웨이라고 부르더라

횡단보도 따위는 없고 눈치껏 건너야 한다

타슈켄트 기차역

대부분의 시간을 타슈켄트에서 보내긴 했는데, 일요일에 여기서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로 사마르칸트에 다녀왔다

얘네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어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기차역에서도 여권 검사와 보안검색을 한다

현지인한테 물어봤는데 국내용 여권과 해외용 여권이 따로 있다고 한다

다른 동네에 가서 자려고 해도 거주등록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관광객이라면 호텔에서 알아서 거주등록을 해 주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된다

친구 집, 친척 집에서 술먹고 퍼질러 자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에 감사하도록 하자...

사마르칸트는 현재 중앙아시아에 남아있는 도시 중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데, 약 4천년 전에 건설된 것으로 보이고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

티무르 제국의 수도이기도 했고

위에 짤은 왕복 기차표인데, 우즈벡의 고속철도인 아프로시욥을 타고 갔다 왔다

물론 최고속도는 시속 180km로 KTX에 비하면 많이 느리긴 하다

참고로 아프로시욥은 사마르칸트의 옛날 이름이라고 한다

티무르 영묘

티무르는 죽기 전에 '나의 무덤을 건드리는 자에게는 그 나라에 전쟁의 악마가 찾아올 것이다'라는 중2병 넘치는 유언을 남겼다는데, 소련이 이를 무시하고 1941년에 발굴을 하니까 나치 독일이 쳐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허둥지둥 무덤을 덮고 열심히 나치랑 싸웠다는데... 사실은 나치가 쳐들어온 게 발굴보다 먼저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정확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티무르의 무덤

스승들, 자손들이랑 무덤을 같이 쓰고 있다

내부가 상당히 삐까뻔쩍하다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이렇게 화려한 무늬를 그려넣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사마르칸트의 중심 레기스탄 광장

원래는 시장터였는데 17세기에 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건물이 3개 있는데 모두 학교였고 서로 라이벌이었다고 한다

대문 옆으로 첨탑이 보이는데 2년에 한 번씩 죄수를 떨어뜨려 사형시키는 곳이었다나...

학교 내부

2층이 기숙사 1층이 교실이었다고 한다

ㅈㄴ 부럽다

일부 교실은 이렇게 상점으로 쓰이고 있다

저 도자기 보기는 좋은데 잘 깨지니까 조심하도록 하자...

교실만 있는 게 아니고 이렇게 예배당도 있다

예배당은 성지 메카를 향하게 지어져 있다

여기는 비비아늠 사원

비비아늠은 티무르의 첫 왕비이자 가장 사랑했던 왕비, 즉 조강지처라 할 수 있겠는데 원래는 티무르의 친구의 아내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티무르를 배신 때리니까 빡친 티무르는 친구는 죽이고 그 아내는 NTR했다

그리고 비비아늠 역시 칭기즈 칸의 후손이었다

티무르도 후손이긴 했는데 외가 쪽이라서 정통성이 떨어졌고 비비아늠은 친가 쪽이라서 정통성이 더 높았다

그렇게 자신의 권위도 높일 겸, 일석이조로 NTR해버렸다는 이야기다

무튼 이 사원은 사랑에 빠진 티무르가 아내를 위해 지은 사원이고 길 건너편에는 그녀의 무덤이 있다

겉에서 보면 와 ㅈㄴ 잘 지었구나 싶은데...

속은 이따구다

사랑이 부족했던 건 아니고... 공사 자체가 티무르와 비비아늠의 말년에 진행되었다 보니까 자기들이 죽기 전에 사원을 완공시키라고 닦달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사 자체가 부실공사가 되었는데, 그들이 죽고 몇백 년 동안 인근 주민들이 자기들 집 짓는답시고 여기서 벽돌을 빼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복원을 하려고 해도 난이도가 만만치 않았고, 그래서 소련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구리를 발라 버렸다

지금도 우즈벡 정부에서 그러고 있고

사원 옆에는 이렇게 전통시장이 있다

사마르칸트에서 마지막으로 간 곳은 울루그벡 왕의 천문대

지금은 이렇게 터만 남아 있다

원래는 저것마저도 땅 속에 묻혀 있었는데, 지나가던 러시아 고고학자가 시장에서 굴러다니는 포장지를 보고 그 존재를 알아내 발굴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나마 똥휴지가 아니라 포장지였으니 다행이다

울루그벡은 티무르의 손자로, 과학과 예술을 장려한 왕이었으나 일찍 죽어버려서 많은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다고 하다

우즈벡에는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말고도 관광지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중앙아시아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동네이기도 하고 ㅇㅇ

다른 동네도 나중에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다녀온 순서대로가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서 보기에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읽어줘서 다들 고맙다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로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