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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보고 와야 이해가 쉬울 거임



야발 야발 하면서 2시간만에 잡동사니로 얽혀있던

어지러운 물품창고를 분류에 선입선출로 정리해놓고 

팀장포함 팀원들이랑 내 차를 타고 점심밥 먹으러 나갔다


팀장년이 물품창고는 잘 정리했냐며 점심먹고 점검하러 갔을때

엉망으로 돼있으면 오늘 저녁밥은 지랑 먹을 생각 하랜다


입사 첫 날부터 지속적으로 팀원중에 막내인 나만 퇴근 안시키고

꼰대짓을 한 덕분에 이에 노이로제가 생겼는지

저 말 듣는데 진짜 눈 앞이 캄캄해지더라


"허허.. 저 열심히 했습니다"

씨발년 진짜 이때 귀싸대기 존나 마려웠다


선지해장국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고

맞선임이 농담으로 내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우유가 넘어지면 뭐게요???

아야 ㅋㅋㅋㅋㅋ"

하면서 손글씨로 설명해주더라.. 나빼고 3명이 깔깔깔 웃었다



디씨에서 몇 백만원어치 로또 사서 1등 당첨된 사례가 있었던 것 같은데

레버리지 풀로 땡겨서 로또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점심먹고 회사로 돌아와서 담배 한 대 태우는데

팀장년의 전화가 걸려왔다


"또 담배 태우냐? 빨리 담배 끄고 이닦고 물품창고로 오세요"

뚝.

지 할 말만 하고 끊더라..

싸갈쓰가 바갈쓰였던 것은 이전부터 잘 알고있었지만

오늘은 나한테 쳐맞기 전에 막판 스퍼트 달리나보다 했다



참고로 물품창고는 우리 팀만 쓰는 창고인데다가 도어락까지 걸려있고

내부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며 창문도 없는 컨테이너 박스라서 

문 잠궈놓고 안에서 뭔 짓을 하던 아무도 모르는 본관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이걸 이용해 창고 안에서 진심으로 팀장년한테 항의 하려고했다



"혹시.. 정리한게 맘에 안드시는 걸까요? 다시 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문 닫고 불 켜고 앉아 봐"


"무슨 일 있나요? 혹시.. 제가 뭐 더 잘못한게 있나요?"

어? 내가 생각한게 아닌데? 권고사직 당하는건가? ㅈ됐다 차 할부 갚아야하는데



"저번에 소개받는다고 떠들었던 그 사람이랑은 어떻게 됐어요?"


????????? 존나 당황했다

인생 첫 소개팅이라고 맞선임하고 맞맞선임한테 점심시간에

소개팅 꿀팁좀 달라며 도와달라고했던 것을 팀장이 엿들었나보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런 얘기를 할려고 나를 불렀다는게 맘에 안들었다


"네? 아.. 잘 안됐어요"


"왜? 네 스타일이 아니었나보죠?"


"네.. 뭐 그랬던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에 약속있냐?"


"왜요?"


"있냐고"


"아니요.. 없는데요?"


"술 한 잔 하지? 일 끝나고 남아요"

말이 끝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문이 닫히는 도어락 소리에 몇 주전 기억이 스쳐갔다


맞선임에게 소개팅 도와달라고 말했던 날

나보다 더 흥분한 맞선임과 맞맞선임이 목소리가 커져

팀장님에게까지 어그로가 끌렸고


"참나, 소개팅 걱정할 시간에 일 걱정이나 좀 해봐요"

"소개팅 걱정 때문에 일이 잘 안돼? 퇴근하기 싫어?"


"상대는 몇 살인데요? 한 살 연상? 참나, 연상이 뭐가 그리 좋아서 만난대요?"


이런 말을 했었다.

물론, 그 상대 여자분은 내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사람이었기에 포기했었다 



순간 머리는 새 하얀 안개가 가득찬 것 처럼

정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소개팅 받는다는 썰이 돌고나서 부터

내 업무량은 미친듯이 늘어갔고

최소 8시까지는 일 해야지 끝낼 수 있는 일들만 나에게 주어졌었으며

탕비실 정리, 물품창고 정리 등등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만 주며 나를 

일부러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였다



시발 그건 그렇고 지가 해야할 일을 6시간 치나 줘놓고선

저녁에 술이나 먹잰다 진짜 조커 가위춤 마려웠다



6시 20분 즈음 됐나

"OO씨(맞선임), 저랑 OO씨는 술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시발 왜 지랑 술 쳐먹는 것을 자랑한다는 듯이 쳐 떠벌리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존나 불쾌했다..


내가 좋아하는 여직원한테 들리게끔 크게 말해서 내가 더 불쾌했나보다


"OO씨는 5분안에 정리하고 OOOOO으로 오세요. 난 먼저 가 있을게요"



맞선임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OO씨 무슨 일이야? 크흐흐흐흐흫ㅎ흫ㅎ"


"아 그런거 아니에요"

기분 나쁜 티를 팍팍내며 서류 대충 집어 쳐넣고 회사를 나왔다


아니 시발 차 있고 집까지 운전해서 30분 걸리는 것도 아는 사람이

왜 술을 먹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소주 한 병이랑 삼겹살 2인분이요"


"팀장님.. 저는 그냥 분위기만 맞춰도 될까요? 저.. 아시다싶이 자가용을 타고 다녀서..

술은 못먹을 것 같습니다"


"대리비 주면 되는거 아니야?"

존나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들었는지

"옆 팀에 OO씨랑 술 약속 잡았던거 맞죠? 내가 OO씨랑 잘 얘기해서 다음으로 약속 미루라고했어"


맞다. 옆 팀에 OO씨는 내가 좋아하는 선배다


진짜 어떻게 해야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옆 팀에 OO씨랑 술 먹는지는 어떻게 알았는지

진짜 알 수가 없다


시발 오늘 저녁에 좋아하는 선배랑 술 약속 잡아보려고

일주일 동안을 별 개지랄을 다 떨었는데

이게 팀장년 말 한마디에 이렇게 나가리 되니


어쩌면 난 팀장년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찰나


소주 2병을 비웠다


평소,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고, 취한다는 것을 알고있던 팀장은

이 것을 악용한 것만 같았다..


심장은 요동쳤고 머리는 울렸다

얼굴은 홍익인간 저리가라 였으며 속은 매스꺼웠다

갑자기 팀장님이 이뻐보이기 시작했다



1병을 비웠을 때

"OO씨 의외로 잘먹네? 이렇게 잘먹으면서 왜 나랑은 술 안먹은 거야?"


2병을 끝냈을 때

"OO씨 얼굴 되게 빨갛네? 괜찮아? 생각보다 잘 취하네? 눈 풀린 것봐 ㅋㅎ 귀엽네"



3병째 절반을 비워 갈 때

"OO씨.. 사실 나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있는데"

시발.. 제발 그러지마세요


"나 사실 OO씨 처음엔 일도 못하고 실력도 별로여서 싫었는데 되게 성실하고 열심히하는 모습이 이뻐보이더라?"


"저 일 되게 못해요 무슨 말씀이세요"


"나 너 좋아해"

"너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나 너 좋아해.. 사회적 지위로 널 고꾸라트리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팀장님.. 저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에서 토 존나했디 사발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고백해서 혼내주기인가?

그게 맞다면 난 지금 호되게 당했다 아주 호되게

씨게 혼났다


아니 애초에 내가 20대 중후반인데 

팀장은 나랑 크게 차이나는 나이는 아니었지만

앞자리가 다르다 그리고,.. 히스테리 부리는거 봤을때

난 이 사람이랑 연애했을때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냥

상상하기 싫다



"OO씨 괜찮아? 내가 너무 큰 부담을 준 것 같은데 천천히 대답해줘도 돼"


"네ㅔ 제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런데 여기까지만 마시고 가도 될까요??"


지금은 집이다


아까 까지만 해도 팀장 때문에 하루종일 기분 ㅈ같았고

이 기분이 며칠동안이나 유지됐는데


나한테 쓸때없이 쿠사리넣고 싸가지없게 굴었던게

소개팅 받는 것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진짜 제정신 아닌 사람 같고

근데 또 한 편으로는 


아 모르겠다



퇴사말린다 시발..

팀장년... 오늘 저녁에 이쁜 선배랑 술 자리 가지려고 별 개지랄을 다떨었는데

그걸 입김 한 번에 없애버렸다는게 전설이다 진짜


가족들한테 생활비 보내고 차 할부금 갚아야하는데


퇴사마렵다


취해서 횡설수설 쓰긴했는데

취해서 그렇다

자러갈거니까 찾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