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탭 활성화가 저조해서 그동안 읽었던 책 리뷰나 한번 비정기적으로 올려보려 함 그냥 생각나면 쓸 거라 자주는 못 쓸지도 모름 책 리뷰인만큼 본문 내용이 상당할테니 긴 글 잘 못 읽는 챈럼들은 살포시 뒤로가기 부탁함

책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오늘 소개할 책은 영국 청소년소설 작가 팀 보울러의 장편소설 '블레이드'다. 책을 잘 안 보는 사람들에겐 생소할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메달을 수상한 뛰어난 작가이다.
 팀 보울러의 성장소설에는 공통된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등장인물들에게 초현실적인 능력 혹은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점인데, '리버보이'에서는 주인공 할아버지의 옛 환각을 보았고 '스타시커'에선 정체모를 음률을 듣는 재능이 있었으며 본 작에서 주인공 소년은 뛰어난 관찰력과 지능을 지니고있다. 팀 보울러의 작품속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이 '비현실적인 재능'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에게 내려진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본 작품에서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작품이 전개되는 시점이다. 기본적인 서사는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주인공 소년은 꾸준히 '구경꾼 양반'이란 인물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 구경꾼은 다시말해 독자를 지칭하며, 직접 부여된 대사나 역할은 존재하지 않지만 소년은 작중 내내 독자의 궁금증과 의혹을 풀어주는 해설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잊을만하면 소년의 입에서 불리우는 구경꾼이란 이름은 작품 내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사건속에 독자인 내가 '구경꾼'이란 입장으로 참여한다는 현실감을 더해준다.

 본 작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칼이다. 범죄조직에 소속되어있던 당시 소년의 별명이며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소년의 죄를 상징한다. 자신의 죄로부터 벗어나길 바라지만, 막상 그 수단은 또 다시 폭력으로 회귀하는 소년의 모순적인 모습은 유년시절 학대받던 상처를 극복하기위한 어린아이의 발버둥이다. 어떻게든 칼을 버리려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주머니속에 들어와있는 칼은 소년에겐 과거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는 절망으로 다가온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년은 자신의 죄의 무게를 실감하여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끝내는 자신의 손으로 칼을 놓아 죄와 과거를 받아들이며 성장하게된다. 소년에게 있어 '블레이드'는 자신이 살아남은 수단이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이자 씻을 수 없는 죄였다. 작품 말미에 스스로 칼을 버리는 장면은 마침내 소년의 내면에서 이 세가지 상징이 하나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사건이 해결된 후에 교도소에서 조각을 배우는 소년은 이내 자신의 기술을 폭력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익힌다. 이는 작품 내내 벗어나고자 했던 칼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만큼 소년이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깊은 장면이기도 하다.

 소년은 또한 작품 내내 '타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다. 독자를 대변하는 구경꾼에게도 예외는 아니기에 소년은 꾸준히 구경꾼에게 거부감을 드러낸다. 조직의 눈을 피해 숨어살던 시골마을에서부터 또래 모두를 피해다녔고 작 중 커다란 조력자 역할을 하는 메리 할멈과의 조우도 결코 순탄치않았다. 소년의 타자에 대한 거리감과 인간불신의 원인은 조직에게 쫒기고 있다는 위기감과 험난한 어린시절로 인해 생긴 공격성이다. 이 문제는 소년을 도주시키려다 죽은 베키라는 소녀의 할머니를 만나며 해소되는데 이후 작품 내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던 소년은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조직에 대한 복수를 성공시킨다. 교도소 내에서의 독백에서 소년은 끝내 자신을 지탱해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쌓아올린 울타리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다.

 빼어난 필력과 사실성을 바탕으로 쓰인 이 소설은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어서 그만큼 성장소설의 기본인 고난과 극복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보여준다. 성장소설이란 장르를 떼어놓고 생각해도 상당히 흥미로운 소설이니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