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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완벽하게 분석된 시 한 편

일종의 미라, 즉 박제인 셈이다.

명확히 분석하고 보존하기 위해 핀을 날개에 꽂으며

완벽히 고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비로소 철새의 박제가 완료되듯, 시도 그러하다.


시를 배우는 학생들은 시를 느끼지 않고 읽으며

몇십 년을 걸친 작가의 생애가 5분 안에 이해되지 않으니 투정을 부린다

그래서 획일화된 해석과 표현 방식만을 철저히 이해하고 암기하며

골치 아픈 시 한 편이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을 뺏지 않기를 바란다


시는 이렇게 여운을 잃고 시험지 안에 갇혀

누군가의 영혼 속으로 날아 보지도 못하고 문학을 박탈당한 셈이다


철새가 오고 가듯 시도 놓아주자

이제 우리는 새의 표본은 그저 새의 시체일 뿐,

창 밖에 퍼덕이는 새가 살아 있는 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생동감이 죽은 박제보다도

철새 무리가 더욱 새의 본질에 가깝다는 것도 

진정으로 새를 사랑한다면 새를 미라로 만들어 여럿 보관하는 것 보다

그저 놓아주어 내년에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는 것도 안다


이제 시를 놓아주자

교과서에서 해방된 시가 어느 도서관의 시집까지 날아가서

누군가의 손으로 다시 햇살을 맞을 때까지 기다리자

시의 본질이 그런 것 아니냐

기억되는 것 보다도 영혼을 울리는 것

박제된 연과 행의 뭉치가 다시 시가 되도록,

이제, 시를 놓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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