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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종교인이 아니라 걍 일반 신도 1이고, 내가 지닌 종교적 지식도 미사나 주일학교에서 주워들은 거, 혹은 관련 종사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배운 게 전부임. 게다가 본인 지식이랑 합쳐셔 뇌피셜로 해석한 것도 꽤 있음. 그러니 정확하지 않고 논리적 오류가 있을 가능성 100%니까 적당히 걸러 들으셈


그리고 이 글의 기본 전제는 일단 [유신론]임. 


무신론을 전제로 깔고 읽어버리면 이해가 안 될 내용이 많으니, 냥붕이들도 [이 글의 기본 입장은 유신론이다]라고 인식하고 읽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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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를 논할 때 제일 많이 지적되는 게 왜 신은 악의 존재를 방관하느냐, 인간이 타락하도록 놔두느냐 하는 문제임


전능한 존재라는 신이 자기한테 대적하는 존재를 방조하는 것도 그렇고, 신실한 사람들도 제대로 보호를 안 한다는 점에서 무능해 보이기 딱 좋지. 더 나가면 이걸 근거로 "그러니까 신이 없다!"라고 결론을 지을 수도 있음


근데 종교 쪽도 나름대로 입장은 있거든. 


기본적으로 야훼가 사랑의 신이라는 건 다들 알지? 예수가 지상에서 전파한 가르침의 핵심 논리가 바로 아가페, 즉 조건 없는 사랑과 나눔이다. 


물론 구약의 야훼를 기억하는 냥붕이들은 "뭔 개소리임?" 싶겠지만, 우선 종교계에서도(다 그러는 지는 모르겠다) 구약과 신약은 확실하게 구분한다는 걸 알아두자. 웬만큼 근본주의자들이 아니고서야, 구약은 역사보다는 유대계 신화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쪽이 많다. 


게다가 역사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하더라도, 구약과 신약의 야훼는 목적 의식부터가 다르다. 


1. 구약의 야훼는 자신의 전지전능함과 유일신성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게 목표고, 유태인이라는 특정한 민족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자신을 믿고 따르는 자는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이며 자신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자는 어떤 말로를 맞을 것인지를 공표하려는 것임. 결국 구약의 핵심은 야훼를 왜 따라야 하는가, 야훼가 얼마나 위대하고 전능한 존재인가를 증명하는 쪽에 쏠려있다고 보면 된다


2. 신약에 오면 이제 스케일이 달라진다. 예수라는 구세주를 내려보내 계약의 범위를 단순 유태인을 넘어 전 인류로 확산시키는 게 신약 야훼의 목적의식임. 그래서 예수가 끊임없이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으로 충만한 유태인들을 비판하는 거고. 이 때부터 야훼의 속성도 징벌과 분노가 아닌 사랑, 자비로 변환되지. 권능 자체는 구약에서 충분히 입증했으니 이제는 지배자로서의 자비를 선보이는 게 신약의 핵심 줄기라 할 수 있다


사족이 길었는데, 어쨌든 핵심은 야훼라는 존재의 핵심이 바로 사랑과 자비라는 거다. 구약의 무자비한 모습을 보고 그걸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상술했듯 구약과 신약을 통해 야훼가 이루려고 했던 일 자체가 다르니까.


그리고 왜 야훼가 악을 방조하는가, 이 문제도 바로 이 사랑과 자비라는 핵심 속성에서 출발한다


야훼라는 신을 인간을 강제하는 압제자, 인간을 괴롭히는 사디스트적인 이미지로 생각하는 냥붕이들이 많을 거다. 자기 안 믿으면 지옥 떨어지고, 자기 말 안 들으면 큰일 난다고 협박하니까


그런데 그런 것 치고 야훼는 인간에게 아주 기묘한 선물을 하나 주었다. 


[자유의지]라는 이름의 선물을 말이다.


야훼가 정말 압제자이거나 사디스트였다면 굳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줄 이유가 없다. 자기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도록 유전자를 입력하면 끝이니까. 그러면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도 선악과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계속 에덴 동산에서 잘 먹고 잘 살았겠지.


종교계에서는 이 자유의지를 야훼가 인간과 계약을 통해 얻은 일종의 트레이드물로 해석한다. 자신과 닮은 존재로서 가장 많은 특권을 부여받은 피조물에게 자신처럼 직접 머리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는 거지. 


문제는 이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는 부분에서 촉발된다.


웬만한 동물들은 신이 부여한 섭리에 맞추어 살아간다. 그게 잘못되었는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고민하지 않지. 하지만 인간은 그런 고민이 가능하다.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야훼가 부여한 섭리가 정말 옳은지 틀린지 고민할 능력이 있고,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을 내릴 능력도 있지


그리고 그 능력을 극대화시킨 결과물이 바로 선악과를 따 먹은 대사건이다. 뱀이 꼬드겨서 먹었네 어쨌네 하지만(그 뱀조차도 사탄이 둔갑했다는 말이 있지), 어쨌든 신이 먹지 말라고 한 걸 굳이 따 먹은 건 아담과 하와니까. 그리고 선악과를 먹은 순간부터 아담과 하와는 수치를 알게 되고, 결국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지


여기부터 이야기가 좀 많이 추상적으로 흐른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자마자 자기들이 벌거벗었다는 걸 알게 되고 수치를 알게 되었다는 대목에 대한 해석은 꽤 분분하다. 


다만 내가 아는 해석은,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그 둘이 더 이상 야훼의 제시한 틀 내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이 가르쳐주는 대로 판단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선악을 분별하게 됨으로써, 더는 에덴 동산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을 살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냥붕이들도 성장하고 독립하기 전에는 스스로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지만, 막상 독립을 해보면 더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던 애송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 


그래서 야훼가 아담과 하와를 에덴 동산에서 쫓아낸 것이고, 다양한 종류의 고통과 책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들은 홀로서기를 선택한 셈이니까, 그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를 메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대신 더는 에덴 동산이라는 정형화된 질서에 얽매일 필요도 없어졌다. 


즉, 에덴 동산을 나온 것은 추방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탈출에 가깝다고 봐야할 지도 모른다. 다 자란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싶어하고 부모의 품을 벗어나고 싶어하듯 말이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가 자손을 남기고 인간이라는 종을 시작하면서 그 [자유의지]라는 선물은 계속 계승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야훼는 인간의 선택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선하게 살건 악하게 살건, 그들이 죽어 내세로 오기 전까지 야훼는 팔짱 끼고 보고만 있다. 그저 경전과 가르침을 통해 어떤 길이 옳고 어떤 선택이 맞다는 언질만 줄 뿐이지. 


왜 간섭하지 않을까? 간섭하면 자신이 부여한 자유의지를 빼앗는 꼴이 되니까 그런 것이다. 야훼는 이미 구약과 신약을 통해 성경에 충실한 자는 현세에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내세에 보상받을 거라고 선언을 했다. 그 말을 믿고 말고는 인간에게 달렸으며, 삶을 어떻게 살지도 인간에게 달렸다. 야훼는 그저 자신이 약속한 내용만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결국 역설적이게도, 야훼가 인간에게 전혀 간섭하지 않고 악조차 방조하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지가 입증되는 것이다. 


선을 택하든 악을 택하든 난 널 놔두겠다고 야훼는 자유의지를 주면서 약속했다. 다만 선하게 살면 육신을 벗고 내세로 왔을 때 내가 보상해주겠다고 하는 거지. 어차피 종교적으로 볼 때 물리적인 세계는 일시적이고 덧없는 가짜에 불과하며, 영혼이 승천하는 세계가 바로 진짜 세계니까. 


야훼에게 저항하는 사탄의 무리도 동일 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막말로 사탄이 맘에 안 들면 그냥 쓸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야훼는 사탄의 원형인 천사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판단할 자유의지를 선물했다. 그리고 그 자유의지에 따라 일부는 탈주해서 나락으로 떨어졌고, 나머지는 자기 선택으로 신을 충실하게 섬겼다. 


"야훼는 사탄조차도 사랑한다"는 구절도 같은 선상에 있다. 야훼가 바로 사랑의 신이기 때문에 사탄 무리마저도 힘으로 굽히는 게 아니라 철저히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자기 의지로 복종하기를 원해서 가르침만 주며 방조하는 것이다. 


자,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면 대홍수나 소돔을 멸망시킨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야훼는 분명히 인간세상에 간섭을 했다!"라는 점을 지적하는 냥붕이들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 명분도 [세상이 너무 타락해서]라는 것이었으니, 아까 말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한다는 부분과 정면으로 상충하지. 


하지만 잘 보면 여전히 인간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는 전혀 깨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야훼는 인간이 타락하는 과정에서 전혀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던 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살라는 가르침 자체는 계속 주었다. 그러니까 유일하게 징벌을 피해간 노아나 롯 같은 사람들이 있었던 거지.


무엇보다 구약 시절의 야훼는 왜 나를 믿어야 하는지, 내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일단 인류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에 올인한 존재였다. 고로 자유의지를 어찌 쓰든 니들 자유지만, 잘못 쓰면 무슨 꼴이 난다는 걸 보여주는 이벤트로서 인간을 벌하고 예언자를 점지하는 과정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리고 입증이 끝난 신약 후부터는 아예 징벌조차 내리지 않지. 내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보여주었고, 내 가르침이 무슨 내용인가도 충분히 인지시켰으며, 계약을 확장시킬 구세주까지 보내주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정말 알아서 잘 해보아라, 이게 신약 이후 야훼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인권 측면을 논하면서 여전히 야훼에 대한 불쾌함을 토로하는 냥붕이들도 많을 것이다. 왜 인간을 그리 멋대로 대하면서 가르침을 주겠다고 하는지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야훼가 굳이 인간을 배려하거나 인권을 챙겨줄 이유는 없다는 점도 한번 생각하고 넘어가자. 야훼 입장에서는 손가락질 한번으로 만들고 부숴버릴 수 있는 한갓 피조물이다. 말 안 들으면 걍 밟아죽여도 무방한, 인간과 개미와의 격차보다 못한 게 신과 인간의 격차이다. 


오히려 다르게 보면 저 정도만 해도 상당히 인류를 배려해 준 결과물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끊기지는 않았으며, 구약과 신약을 통해 인간에게 어떻게 살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제시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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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 적어보는데, 아까도 말했듯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순도 많고 이상한 부분도 많을 거다. 게다가 신자 입장에서는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비신자 입장에서는 "저딴 개소리가 어디 있어?"라고 읽힐 수도 있지. 그런 부분은 좀 이해해 줬으면 함


그리고 좀 더 제대로 된 설명을 원한다면 진짜 전문가들한테 듣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