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분은 뭐지?


내가 요청한 게 아니야. 이해할 수 없어. 난 이런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어


무지한 까마귀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내고 있다.

모닥불의 빛의 그의 창백한 모습을 비추고, 나는 그의 황금빛 눈에 어린 희망에 이끌린다. 

내가 예상했던 절망에 빠진 아이는 어디에 있지?


그는 고스트의 만류에도 병을 들고 와인을 마신다. 수호자가 그를 격려하고,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축하하고 있다니, 정말 미칠 노릇이군. 

두 사람 다 이렇게 의기양양할 이유가 없을텐데. 

그들의 세계는 끝나 가고 있고, 그들은 붕괴하는 별의 마지막 빛에 사로잡혀 죽어가는 짐승들처럼 발버둥치고 있다. 

그들은 자기 존재가 얼마나 무가치한지 모른다. 

우주의 소멸 앞에서 자기들이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지 모르고 있다.


이제 수호자가 불에 가까이 선 채 마시고 있다. 그들의 고스트도 그러지 말라고 설득하는 중이다. 

그들은 그저 즐겁다는 이유로 스스로 독에 중독되고 있다.


자매들이 떠오른다. 

파도가 철썩이는 해안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끝없는 별을 올려다 보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동경하고 있다.


이 기분은 뭐지?


 이해할 수 없군. 난 이런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어.


그들은 굴복자에 대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까마귀는 한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다른 손으로는 거의 빈 와인 병을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수호자는 불가의 바위 위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그들이 지키는 비밀을 곰곰이 생각하는 모양이다. 

까마귀도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만, 따로 티는 내지는 않는다. 그는 수호자가 기운을 차리게 해주려 한다.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지지해 주려 한다.


동등한 존재로서.


고향이 떠오른다. 

태양과 내 가족의 품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떠오른다.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배신한 모든 이들이 떠오른다.

불멸이라는 이름 아래 흘렸던 모든 피. 

태양의 온기가 그 기억으로 나를 불태우고 있다.


이 기분은 뭐지?


 난 이런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불이 거의 꺼졌다. 까마귀는 쓰러졌다.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일어나지 못한다.

수호자는 칼끝으로 불씨를 뒤적이고 있다. 고스트들은 서로 이야기하며 조용히 음모를 꾸미고 있다. 

자축연은 종료되었지만, 그들의 감정이 복합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수많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은 단 하나의 단순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그들의 연대감이 커지고 있어. 그와 함께 내 판단력이 흐려져 가다니.


이 기분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