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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었음. 할머니 나이가 80대 중반이고 전쟁을 경험한 세대인데, 원래 그 세대는 어려웠던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좀 아끼는 성향이 있잖아? 그런데 할머니가 성격이 좀 유별나게 이기적이고 남 배려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 아끼는 성향이 굉장히 안좋게 드러나더라고. 보통 할머니와의 뭉클한 에피소드 보면 '당신 쓰실 것 아껴서 나에게 이런걸 해줘서 감동받았다...'뭐 이런 스토리 잖아? 우리 할머니 같은 경우는 가족들 속여서 숨겨 놓고 몰래 혼자 먹었다거나 썼다거나...그런 식인거지. 같이 살다 보니 그런걸 너무 많이 겪었고 또 그로 인한 시집살이를 엄마가 하는걸 봐서 그런지 할머니에 대한 적개심이 차곡차곡 쌓여갔던거 같음.


또 아빠도 할머니 성격 때문에 자라면서 서러웠던 경험이 많았어서 (내가 왜 너한테 그걸 해주냐? 하는 식의 대우가 많았다 함) 할머니 감싸지 않고 냉정하게 대하고 있거든.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집안에서 주도권이 엄마한테 넘어가고 (아빠가 엄마편을 들어주니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약해지니까 자꾸 너그러운 할머니 행세를 하시는데.....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교활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더 감정이 안좋아지고. 


모르겠음. 요즘은 할머니 나이가 90에 가까워 져서 정신도 오락가락 하시는데, 념들에 있는 저런 할머니와 훈훈한 에피소드를 연출하고 싶은 맘은 전혀 들지 않는데 저런 에피소드들이 SNS 둘러보면 많이 나와서 내가 유별난건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