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언어와 방언을 구분할 때, 두 사람이 서로 말이 다르지만 통하면 같은 언어의 다른 방언을 쓴다고 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언어를 쓴다고 함. 


하지만, 말이 통한다, 통하지 않는다는 주관적인 기준이기에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수치를 가져와 예를 들어 50% 이상 이해하면 같은 언어라고 하더라도 정확히 50%인 건 어떻게 측정할 것이고, 거기서 단 1%만 부족하면 다른 언어로 규정된다면 이에 공감하지 못 할 사람들이 많을 것임.


여기서 한 가지 사고실험을 해 보자.


ㄱ, ㄴ, ㄷ, ..., ㅌ, ㅍ, ㅎ라는 14개의 마을이 서로 한 줄로 늘어서 있음. ㄱ 마을과 ㄴ 마을은 서로 거의 같은 말을 쓰고, ㄱ 마을과 ㄴ 마을이 같은 언어를 쓴다는 사실에 이견은 없다고 함. ㄴ 마을과 ㄷ 마을도 서로 거의 같은 말을 쓰고, 이렇게 쭈욱 이어가 ㅌ 마을과 ㅍ 마을도 서로 거의 같은 말을, ㅍ 마을과 ㅎ 마을도 서로 거의 같은 말을 씀. 이렇게 바로 옆에 있는 마을들은 서로 거의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하는 데 이견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고 하자.


그런데 여기서 ㄱ 마을과 ㅎ 마을은 서로의 말을 전혀 못 알아 듣는다고 함. 그래서 ㄱ 마을과 ㅎ 마을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는데, 두 언어를 각각 ㄱ어, ㅎ어라고 불러 보자.

ㄱ 마을과 ㄴ 마을은 같은 언어를 쓴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고 했으니 ㄴ 마을은 ㄱ어를 쓴다고 말할 수 있음. 같은 논리로 ㄴ 마을과 거의 같은 말을 쓰는 ㄷ 마을도 ㄱ어를 쓴다고 할 수 있겠지. 마찬가지로 ㅎ 마을과 ㅍ 마을이 거의 같은 말을 쓰니 ㅍ 마을도 ㅎ어를 쓴다고 할 수 있고, ㅌ 마을도 ㅎ어를 쓴다고 할 수 있을 것임.


이렇게 쭈욱 정리해 나갈 때, 가운데에 있는 ㅅ 마을과 ㅇ 마을을 한번 보자

분명 아까와 같은 논리대로라면 ㄱ어를 쓰는 ㅂ 마을과 거의 같은 말을 쓰는 ㅅ 마을은 ㄱ어를, ㅎ어를 쓰는 ㅈ 마을과 거의 같은 말을 쓰는 ㅇ 마을은 ㅎ어를 쓴다고 해야 할 것임. 그렇게 되면, ㅅ 마을과 ㅇ 마을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결론이 나오게 됨. 하지만 맨 처음의 가정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은 서로 같은 언어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는데, 여기서 나온 결론과 모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만약 인위적으로 ㅅ 마을과 ㅇ 마을 사이에 경계선을 긋고 경계선 왼쪽은 ㄱ어, 오른쪽은 ㅎ어를 쓴다고 하면, ㅅ 마을 주민과 ㅇ 마을 주민은 동의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이런 문제가 나타났을 때 경계선으로서 국경, 지역 경계, 강과 같은, 언어와 관련 없는 선을 그어 언어를 정의하는데, 이런 구분을 반대하는 학자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언어를 구분하는 문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