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시판

본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 안에서건, 집 밖에서건 엄청 겉돌았었는데, 초등학교 다닐 적 이전 기억은 남아있는 것이 전혀 없어서 그 전엔 어땠는지 모르겠음.

좌우지간, 본인 기억엔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졸업할 때까지 학급 내에 그다지 적응도 못하고, 집 안에 있는 시간도 아득히 끔찍해서, 학교 주변을 지칠 때까지 서성이거나, 학교 운동장 구석이나 계단에 앉아서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거나 하는 것들이 일상이었는데

5학년 때쯤인가, 갑자기 학교에 교내 보안관인가 무언가 하는 것으로, 퇴임한 전직 경찰관 한 분이 들어왔음.

처음에는 나는 그런 사람이 학교에 들어오는지조차 몰랐고, 관심이 없었고, 신경도 쓰지 않았음.

그러던 어느 때부턴가, 갑자기 그 전직 경찰관이 나한테 다가오더니 어째서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있느냐고 물어 보았고, 본인은 그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크게 도움 받을 수 없을 게 뻔하다 생각해서, "그냥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라고 얼버무렸음.

그 전직 경찰관은 그러냐 그러며 더 시시콜콜하게 캐묻지도 않았고, 대신에 내가 운동장을 떠날 때까지 그냥 같이 있다가, 시간이 너무 늦자 자가용에 태워서 바래다 주었음. 그리고 그 후로도 매번,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라면을 사주거나, 떡볶이를 사주거나, 그러고, 저녁이 지나 어둑해질 때까지 같이 있다 차로 태워 바래다 주었음. 초등학교를 졸업할때 까지 계속.

아마 그 분이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본인 인생에서 겪었던 유일하다 싶은 보호자다운 어른, 어른 다운 어른이었음.

그때 경험때문이었는지, 본인 인생에서 가장 양보하기 싫고, 거의 마지막 남은 목표가 어른 다운 어른되기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