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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정을 꾸려야 하는 것이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니까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아왔다.


 밝은 미래는 나에게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둡고 칙칙한 그늘이 내가 있을 자리니까.

전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는 세상과 나 사이에 거대한 벽을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치려고 해도 시간은 강제로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할 수 있는 건 숨 쉬기 밖에 없는 무가치하고 무 쓸모인 나를 세상은 어른으로 만들었다.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질러봐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

어른이 되었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작은 방 안에 가두었다. 

시간을 허비하고, 인생을 낭비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변할 수 있었던 나 자신의 가능성을 갉아먹으며 살았다.


 짧았던 머리가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길어지고

까끌까끌 했던 수염이 부드러워 졌을 때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날 밖으로 끌고 나온 건 부모님의 부름이었을까 동생의 말이었을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울부짖은 외침이었을까.

누구의 말이 날 이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까지고 날 지켜줄 거라고 믿던 작은 방에서 걸어 나왔다.


 세상이 너무 무섭다.

나에게 씌어진 역할들이 너무 무겁다.

하지만 도망쳐도 변하는 건 없으니까 밖으로 나왔다.

스스로를 가두어도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밖으로 나왔다.


 가끔 꿈을 꾼다.

훌륭한 어른이 되어있는 꿈을.

어린 시절의 내가 소망 하던 모습이 되어있는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