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로 많이 시끄럽지?

확률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임 측과 알려주지 않으면 확률을 모르고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유저 측이 대립을 하고 있어. 

확률을 몰랐다가 알게 된 게임 유저 사이에서도 말이 많고,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게임 유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그런데 이건 업계에서는 왕왕 있는 일이야. 경제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정보 비대칭이라고 해.

정보 비대칭이란, 거래 주체의 정보의 차이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이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해.



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요-공급 곡선. 이 두 곡선이 잘 만나서 거래가 잘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거래하는 양쪽 다 물건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거야.


만약 썩은 사과를 싱싱한 사과로 속여팔 수 있다면? 도의적, 법적 책임을 일단 접어두고 경제학적으로만 볼 때, 딱 한 번 거래가 일어난다고 한다면 속여파는 것이 이득이니 속여파는 상황이 나오게 되지.


소위 말하는 월급 루팡. 만약 고용주가 피고용인이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얼마를 벌어다 주는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겠지.


이렇듯, 주체 간의 정보의 차이가 발생하면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측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거래를 하는 게 가능해. 이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 정보의 우위는 그 자체로도 돈이 되는 경우가 많아.


지금 체제는 자본주의 국가고 정보 공개를 통한 자유 거래를 하나의 목표로 보고 있어서, 정보 비대칭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해.


원산지 표기도 소비자가 원산지를 알고 사게 해서 원산지를 속여 파는 사람들의 불합리한 이익을 줄이고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장치이고 말이야.


이번에 터진 확률 논란도 이런 정보 비대칭에서 나오는 이득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오는 성토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게임, 아니 더 나아가서 창작물은 정보 비대칭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야.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 그림, 음악과 같은 창작물은 이제까지 없던 물건이야. 기존의 것과 비슷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대중에게 나왔을 때에는 비슷한지도 모르는 미지의 상태라는 뜻이야.

그렇다는 건 창작물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재미를 줘. 사람은 새로운 것에 즐거워하니까.


게임 또한 이런 창작물에 속하고, 게임에 있어 모험적 요소, 즉 처음 경험할 때의 재미는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 중에 하나야. 보스를 처음 잡았을 때, 가보지 못한 지역을 갔을 때, 가지고 있지 않던 아이템을 먹어서 써봤을 때, 이런 재미들 말이야.


근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해. 창작물은 이런 재미 때문에 사려는 쪽의 사람이 기본적으로 정보를 덜 가지려고 해. 그렇기 때문에, 파는 쪽은 정보에서 반드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거지.

이걸 게임계에서 악용했던 사건 중에 유명한 게 하나 있어.



아타리 쇼크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미국 게임계를 한 번 강타해버려서 닌텐도가 미국에서 득세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야.

이 때, 퀄리티 수준이 낮은 게임들이 판을 쳤다고 하지. 게임을 복제해서 파는 것도 서슴지 않았고. 이 저질스러운 게임들이 판을 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정보 비대칭이라고 할 수 있어.

당시 소비자는 팩에 어떤 게임이 들었는지 알 수 있는 수단이 없었어. 인터넷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팩을 사서 그 게임이 재미가 있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그 점을 이용한 장사꾼들이 팩에 들어갈 게임을 점점 부실한 상태로 내놓았거든.


재밌는 게임을 찾기 위해 일단 이 게임 저 게임을 사는 것도 모험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소비자가 지쳐버려서 한 번 산업계가 파토난 적이 있던 걸 보자면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야.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게임은 스스로 퀄리티를 높이는 한편,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 지를 간접적으로라도 알리고자 노력했어. 게임 리뷰 시스템도 이렇게 탄생했고. 영화 평론은 평론가와 그에 평론이 있고 별점이 추가적으로 달리는 반면에, 게임 리뷰는 리뷰 회사와 점수로 운영되는 것도 이 때문이야. "적어도 이건 게임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서 시작했거든. 


어떤 게임을 할 사람이,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이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세세하게 알 수록 그 게임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은 줄어들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일단 점수만 참고하고 게임을 사는 거지. 취향에 안 맞는 게임을 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점수가 낮은 쓰레기 게임을 피할 수는 있잖아.




자, 그럼 다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볼까?


이 랜덤 박스의 확률은 과연 게임의 모험적 요소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정보 비대칭을 통한 불합리한 이득을 취하려는 게임 회사 측의 농간일까?



출처 - 메이플 인벤/2299/6522974


적어도 이 답변을 보면 메이플 운영 측은 모험적 요소로 보고 있었던 것 같아. 


위에서 창작물에 대해서는 사는 쪽이 정보를 거부한다고 했지? 정보를 왜 거부할까?

바로 '스포일러 당하면 재미 없으니까'야. 미리 알면 재미가 없는 것에 대해서 그 정보를 거부하는 거지.

하지만 스포일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거야. 누군가는 영화의 장르나 출연 배우조차도 모르고 봐야 재밌다고 말할 수도 있잖아. 


그럼 우리가 확률형 아이템에게 던질 질문은 이거야.


"우리가 게임 내의 확률을 알게 되었을 때 모험적인 재미를 잃는가?"











아니 씨발, 어떻게 확률 공개가 게임을 망치는 스포일러가 될 수가 있냐? 제정신인 건지.

확률을 알면 갑자기 게임을 하고 싶던 마음이 막 짜게 식나? 

낚시로 빈티나가 나오냐 안 나오냐는 스포일러일 수 있지. 하지만 빈티나가 나올 확률이 5퍼센트인 걸 알면 포켓몬 스포일러 당한 건가?

대체 뭔 개소리인지 모르겠다.

돈 안 쓰는 것도 확률은 까든 안 까든 별 거 없어보이는데, 심지어 돈까지 받아먹으면서 그 소리가 나오나?


게임도 창작물인데 대개 창작물을 다루는 놈들 마인드가 진짜 그럴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느그들 점심 국밥엔 랜덤으로 고기 안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국밥에 국이랑 밥만 있으면 됐지, 안 그러냐? 

고기 안 들어가 있을 확률도 알려줘서 더 좆같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