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내와 헤어지고
5년정도 떨어져 있다가 다시 합친지 1년쯤 되었습니다.
헤어질 당시 아이는 8살 딸 6살 아들.
제가 이후로 5년간 혼자 키웠구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엄마의 빈자리를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의논 끝에 다시 합치기로 하고
아내는 당시 교제하던 남자를 정리하고
와주었습니다.

이후로 아내의 친구들과 모임에도
종종 나가곤 했는데

거기에 끼어 있던 한 남자가
아내의 전 남친이란 사실을 최근에
다른 경로로 알게 되었죠.

다른 관계로 포장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관계라는게
저는 참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구요.

둘을 모아 자리를 마련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게 맞냐 물으니
맞답니다.

그 남자는 저에게 본인이 더 먼저였다면서
니가 빼았아간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전남편이라는 건 몰랐던 모양입니다.

아내는 묵묵부답으로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정리를 하고 어쨌든 공식적으로
저를 택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은 있으나
너희 둘이 그렇게 사랑하면
내가 물러나마.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으니
아내가 미안하다고 하덥디다.

둘을 그대로 놔두고
차디차게 얼어붙은 가슴을 부여잡고
혼자 일어서서 나왔지요.

세상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중1이 된 딸아이와
초5 아들의 얼굴이었습니다.

불쌍한 내새끼들
아픔을 여러번 겪게 해서 아빠가 미안해..

집에 돌아와서 혼자 식탁에 앉아
멍하니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린 것 같아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떠보니
 
누군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듯한 소리와 냄새..

아내였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면서 뒤에서 껴안고

당신.. 돌아와줘서 고마워
라고 했더니

아내는 뒤를 돌아 저를 보며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뭔 개소리냐고 이혼하고 싶은거냐고
술처먹었으면 곱게 잘 것이지
왜 식탁에 누워 자고 있냐고
헛소리 고만하고
수트 안주머니에 있는 공기밥
식당에 다시 갖다주고 오라고..

네.. 모든게 ㅅㅂ 꿈이었던거죠.
이혼한 것까지 ㅎㅎㅎ

정말 기뻤는데
그 슬펐던 감정은 오후가 된 지금도
아직도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