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행중인 게임인 동물의 숲.


한적한 분위기에서 평화로운 캐릭터들과의 상호작용, 낚시, 수집, 창작 등 폭력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힐링이 되는 게임.


이 게임이 이렇게 대성을 했다는건 이런 장르의 게임도 대중들에게 먹힌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 먼 옛날 일본에서 출시된 '나의 여름방학' 이라는 게임 시리즈가 있다.


시리즈 누계 100만장을 돌파할 정도로 나름 인지도 있고 매니아층도 확실했지만


너무나도 뚜렷한 일본만의 색채때문에 해외로는 수출되지 못한 게임이다.










게임의 시작화면


이 게임과 동물의 숲은 닮은점이 많다.


폭력성이 전혀 없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는등..








인게임또한 동물의 숲과 비슷하다.


화면 중앙에 있는 주황색 옷을 입은 캐릭터는 게임의 주인공 '나'. 


이름은 설정가능하나 인게임에선 무조건 '나'로 호칭되는 특징이 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인 내가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에 있는 고모의 집에서 1개월간의 여름방학을 보내는 내용이다.


게임의 시간은 8월 1일부터 시작되어서 8월 31일에 어떤 꼼수없이 무조건 엔딩을 봐야하는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는셈이다.










시골에 도착한 나를 반겨주는 친척과 사촌들.


지금에서야 웃음이 나오는 엉성한 그래픽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겹다.










안쓰는 2층방에서 지내게 되는 나









확실히 낡은 방이고 분위기가 으스스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공포게임이 아니다.

















나의 바로 옆방은 친척누나의 방이다.


함부로 들어갈 순 없어보인다. 사춘기가 온 걸까?








게임의 시간은 엄청나게 빨리 흘러간다.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등의 장소이동만해도 시간이 훌쩍훌쩍 지나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


첫날에는 식구들과 대화를 하고 조금만 돌아다녀도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온다.








잠을자러 2층으로 올라가는 나.


신기하게도 컷씬이 재생된다.









게임에서 1일이 지나려면 일기장을 작성해야한다.


처음에 일기장을 작성하지 않고 돌아갈것이냐는 버튼이 존재하고, 그대로 진행할 경우 자동으로 그림일기가 작성된다.


그림일기가 작성 된 후 왼쪽 위의 밧줄을 당겨서 등불을 끄면 하루가 지나는 셈이다.










하루가 지난 후 아침체조를 시작하는 나


아침체조와 식사는 매일매일 발생하는 이벤트이기때문에 스킵 할 수 없는 장면이다.










게임의 내용은 정말 평화롭고 심심하다.


곤충 채집








낚시등, 정해진 공략없이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알찬 여름방학을 보내면 되는 시스템이다.








어릴적 남자아이라면 한번쯤은 해봤을 곤충끼리 싸움붙이기








연날리기 등. 게임속 나는 정말 즐겁고 알찬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다.












알차게 여름 방학을 보내 8월 31일의 밤까지 마친 나는, 이제 엔딩을 보기위해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려한다.


다만 게임이 뭔가 이상해졌음을 느끼게된다.










의심은 이내 확신이 되었다.


게임을 다시 켜도 그대로인 게임화면. 내가 뭔가를 잘못 건드렸거나 게임이 망가졌거나.. 등의 다양한 이유가 생각난다.


진행 자체는 되기 때문에 나는 억지로라도 세이브파일을 불러와 게임을 시작한다.












화면에 살짝 불량화소가 있는 것 같지만... 시작되었다.


엔딩 화면이 아닌, 8월 32일의 아침이










나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아예 게임이 망가진거라면 다른 가구나 등불같은것도 깨졌어야 할 것이 정상인데 오직 나만.









집 근처 창고를 돌아다니다가 나타난 이상한 NPC


페이드인 효과처럼 나타나는 모습과 비정상적인 위치, 알 수 없는 대화내용 등. 불쾌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올라온다.


본래 아무것도 등장하지 않았어야할 장소일텐데 왜 등장한걸까?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보지만 이젠 더이상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전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게임에서, 나는 혹시나 싶어 그림일기를 써보려고 시도한다.










성공했다.


8월 33일이 시작되었다.










이젠 친척들마저 나와 같은 변화를 보였다.


친척들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귀신같이 사라져버렸다. 집안 곳곳을 뒤져보아도 그들의 흔적은 절대로 찾을 수 없었다.









밖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사람.


두명이 합쳐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래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한번 방으로 돌아와 8월 31일에서 엔딩을 보려는 나.


허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게임이 플레이어를 놔주지 않는다.


'플레이어'와 계속해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싶다는 뜻일까?









8월 34일.


곤충채집함의 모습마저 뒤틀려버리고 말았다.












8월 37일.


체조 후 다같이 아침식사를 하는 컷씬이 발생되지 않았다.


친척들이 사라졌다.













8월 40일.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모두 사라진 듯 보이지 않는다.


이제 게임내 사운드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기 시작한다.









8월 43일


나는 낚시를 시도해보지만 낚시대를 들자마자 기형적으로 뒤틀리는 내 모습을 보고 그만두게 된다.









8월 46일


나는 누구랑 대화를 하고 있는걸까?









나는 다시한번 그림일기를 쓰러 올라간다.


그림일기를 쓰고. 나는 더이상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다.










꿈만같고, 너무나도 짧게만 느껴질 터였던 나의 여름방학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여름방학이 되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보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속의 나는 이 영원한 여름방학속에서 매일매일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