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플래시 게임이 있다.


2013년, 한 의료행사에서 유니티 3D엔진으로 제작되었다며 공개한 게임이 오늘 글에서 설명할 게임이다.


짧은 플레이타임과 뚜렷하지 않은 목적, 불친절한 게임내용 등. 아마추어가 만든게 아닌가 싶을정도의 떨어지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게임은,


'그것을 한 번 체험하고 나니 더이상 하고싶지 않다.'며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당시 개발자들이 한 말 또한 이 게임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한다.


"우리 게임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여러 플레이 후기에서 헤드폰을 착용하는것을 권장하고있는 이 게임을 실행시켜본다.


메인화면 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게임을 구동시키면 나오는 어느 화창한 날의 놀이터가 플레이어를 반겨준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면 놀이터의 크기가 생각보다 큰 것을 알 수 있으며, 어린아이로 생각되는 캐릭터들이 놀이터에 서있다.


다만 어째선지 복장이 모두 빨간색으로 통일되어있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또한 플레이어의 시야가 굉장히 뿌옇다.


단순히 날씨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플레이어는 이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보기로한다.













캐릭터들은 얼굴이 존재하지않았다.


다만 이것은 의도적이라기보단 급조된 게임이란 느낌을 강조되어 보이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노는 듣기좋은 소리가 들려와 가까이 다가가본다.











그리고 갑자기 플레이어의 시야에 엄청난 노이즈가 낀다.


앞서 아이들에게서 들렸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끔찍한 비명소리로 바뀌면서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어디선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웅얼거리던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하게 들려 귀를 기울여보니 알파벳을 a부터 순서대로 읉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 소리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내고있는 소리였다. 누가 봐도 불안해보이는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노이즈는 점점 더 심해지고 귀를 찢는듯한 소음이 엄청나게 들려온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려고 제작한 게임인가? 스피커를 꺼버려야 할정도로 이 게임은 도가 지나쳤다.













어떤 장소나 캐릭터들만 저런 기분나쁜 소리를 내는건가 싶어 자리를 떠본다. 노이즈와 비명소리가 사라졌다.


놀이터를 돌아다니던 중 이번엔 혼자 놀이기구를 타고있는 소년이 보인다.


다만 마네킹을 회전판에 본드로 붙여놓은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회전판만 돌아가고 있었다.


괜찮은건가 싶은 마음에 놀이기구위에 올라타는 플레이어.










그것이 다시 시작됐다.


화면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하고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떨리는목소리로 다시한번 a부터 알파벳을 세기 시작한다.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캐릭터의 웃음소리가 점점 귀를 찢는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로 바뀌어 들려온다.














회전판이 점점 더 빠르게 돌기 시작하고 노이즈가 엄청나게 끼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더 듣는다면 미쳐버릴것만 같은 이 분위기에서



플레이어는 '그것을 한 번 체험하고 나니 더이상 하고싶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플레이어는 결국 놀이기구를 박차고 나가 아이들이 없는곳으로 도망간다.


다만 이 놀이터에서 나가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건 오직 사람이 없는 구석진 곳을 돌아다니는 것 뿐.


한가지 다행인것은 아이들은 플레이어를 쫓아오지않고 마치 마네킹처럼 그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점이었다.














점점 이 얼굴없는 캐릭터들이 공포스럽게 느껴지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불쾌한 감정을 견뎌내지 못한 플레이어는 결국 게임을 껐다.


이 게임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개발된건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체.


다만 모든 캐릭터가 마치 사물처럼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는것은 꽤나 뇌리에 남았을 것이다.







게임의 플레이영상(스피커 소리를 충분히 줄이고 재생할것 경고했음)
















이 게임은 방대한 세계관도, 중독적인 사운드 트랙도, 좋은 그래픽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이름 Auti-sim의 Auti는 자폐증을 뜻하는 Autism의 줄임말이다.


sim은 시뮬레이터의 줄임말, 즉 이 게임은 자폐 시뮬레이터라는 뜻이 된다.


현직 의사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들이 협력하여 의료 문제의 이해와 발전을 도모하는 행사 '해킹 헬스'에 출품된 게임이 오늘 다룬 Auti-sim이다.


청각 과민성 자폐 질환이 무엇인지 일반인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경험하기위해 개발되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자폐증 아동들에게서 보이는 첫번째 특성은 "사람이 다 똑같이 생겼다". "똑같은 옷을 입고 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이다.


자폐증 아동들은 사람들을 사물과 구별하지 못하여 사물의 한 종류로 의식하기 때문에,


사람을 '아주 특수한 사물'로 인식하고 미지에서 나오는 공포감을 느낀다.


보통 사물들과는 다르게 패턴을 예상하지 못하는 움직임과 소리를 내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공포감을 주는 대상인 것이다.


그 공포감을 주는 대상 중에서도 예측불가능한 돌발행동을 자주 일삼는 어린나이의 사람이라면?


말안해도 알 것이다. 다들 체험해보았으니까


이 사실로 인해 게임 내 캐릭터들이 왜 전부 빨간색옷을입고, 얼굴이 없었는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사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소리만 냈던 이유또한.









두번째 특성으로는 사람들의 속삭임에도 시끄러운 소리를 지르는 듯한 상태가 반복된다.


연필을 사각거리는 소리,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등의 백색소음도 귀를 찢어버리는듯한 소음으로 변해 계속 맴돈다.


이에 따라 인간들이 내는 불규칙한 소리들은 반응하기 어려운 공포감을 주는것이다.








세번째 특성은 계속 A, B, C, D... 하면서 기계적이고 상동적으로 외우는 알파벳인데,


이는 공포감을 이기고 안정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기자극행동을 하듯이 반복적으로 알파벳을 소리내서 말하는 것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제각각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꼈을 수도 있고 측은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게임은 이토록 효과적으로 플레이어에게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이다.







우리가 이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는 한가지 확실한점은 


누군가는 이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