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S9SUmAyK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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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여느 때와 다를게 없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날이었다.


그저 아침부터 청연광장에서 산책을 하다 마침 청연광장에 나온 에를리히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오후 2시의 햇살이 가져다주는 나른함을 만끽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단어가 에를리히의 입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에를리히. 루톤 어르신께서 네가 어렸을 때 이불에 실수로 오줌을 쌌는데... 그걸 펄시의 탓으로 돌렸다고..."


"앗! 그, 그건.... 우으......."


"괜찮아, 에를리히. 어렸을 땐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실수를 하잖아. 나도 어렸을 때 그랬던 적이 있었어."


"아, 아니... 그, 그건.... 정말로 펄시가... 모험가님은 전혀 '에를뾰이' 하지 않군요......"




"......뭐?"


부끄러워하는 에를리히의 표정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내 머릿속에 한 가지 물음표가 새겨졌다.


'에를뾰이' 라.....


요즘 청연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유행어이기라도 한 걸까?


이내 그 뜻이 궁금해진 나는 에를리히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하...... '에를뾰이' 란 건 어떤 뜻이길래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거랑 정반대라는 거야?"




한 순간 훈훈했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는다.


냉기의 근원은 바로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경멸의 눈초리를 나에게 보내는 에를리히.


당황한 나는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 혹시 조금 이상한 말로 들렸을까? 난 그냥 '에를뾰이'가 뭔지 궁금해서......."


"모험가님."


에를리히가 냉룡 스카사의 한기보다도 더 차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한다.


"어떻게 '에를뾰이'를 소녀에게 설명시키실 수가 있는 거죠?


죄송합니다만 모험가님. 저는 오늘 이만 가볼게요."


"자, 잠시만. 에를리히------"




미처 내가 그녀를 붙잡기도 전에 에를리히는 이미 청연광장에서 멀리 사라진 뒤였다.


---대체, '에를뾰이'가 무슨 뜻이길래?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그래도 에를리히가 조금 안좋은 일이 있었겠지 하며 당분간은 그녀가 홀로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도와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며칠 후 나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기 전까지는.




"여보세요, 아 루톤님이시군요? 무슨 일이라도....."


"그, 모험가... 그게 에를리히가......


저번 며칠전 자네와 청연광장에서 만난 이후부터 계속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울고만 있어서 말일세.....


혹시 에를리히에게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던겐가...?"


"그, 그런......"




대체, 대체 왜 '에를뾰이' 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결국 나는 루톤님에게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다.


"사실은, 제가 에를리히에게 궁금한게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근데 그걸 들은 에를리히가 갑자기 뛰쳐나가 버려서..."




"허허, 혹시 민감한 내용의 질문이라도 한겐가?"


"아니, 아닙니다. 단지 '에를뾰이' 가 무엇인지만 물어봤을---"


미처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험가? '에를뾰이' 를 물어봤다는 건가?!"


"네? 아... 네..... '에를뾰이'. 근데 그게 왜......"




"모험가. 지금까지 정말로 고마웠다네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흰구름계곡에는 방문하지도 에를리히를 포함한 흰구름감시자 모두에게 연락하지도 말아주게.


정말 유감이라네."


"네, 뭐라고요? 어르신? 그게 대체 무슨......!"




뚜--- 뚜--- 뚜---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큰어르신 루톤님이.


어째서야.


어째서 이렇게 되는건데.


'에를뾰이'가, 그것에 대한 질문이 이렇게까지 행동할 일이라고?




이후 벌어진 일들은 더 끔찍하고 기이한 일들 뿐이었다.


당황한 나는 청연의 주민 한명, 한명 '에를뾰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하지만 청연의 사람들은 내 입에서 나온 '에를뾰이'를 듣자마자 경멸하거나, 분노하거나, 주저앉아 울거나, 심지어 뒤돌아 보지도 않고 영영 내 앞에서 떠나버리기도 했다.


아무리 지금까지 내가 지켜왔던 거리의 사람들이거나 약속과 조화를 통해 친해졌던 사람일지언정 '에를뾰이'라는 단어 하나에 그 모든 연과 신뢰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나에게 질문을 들은 뒤 마음의 문을 닫고 집에서 나오지 않거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소동을 저지르거나, 최악의 경우는 목숨을 끊어버리는 경우까지 생겨 청연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버린지 오래.




더 이상은 청연에 있기도 싫어 그저 반 쯤 좀비처럼 청연 바깥을 떠돌던 내 눈에 최후의 희망이 반짝하고 나타났다.


백해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 때 흰구름감시자들과의 오해를 풀어준 선계인들의 조화와 약속을 수호하는


땅지기 슈므.


그래, 그녀라면 다른 청연 사람들과는 다를지도 몰라.


나는 모든 것을 걸고 슈므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 모험가공......? 요즘 안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리길래 걱정했었소......"


"아아,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 슈므."


"괜찮소이다, 모험가공..."


"저기, 슈므. 물어보고 싶은게 한가지 있는데."


"......무엇이 궁금하오? 모험가공"




"혹시 슈므는, '에를뾰이'가 뭔지 알아?"


한순간 당황한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슈므.


뭔가 아는 눈치 같은데.


그래.


그 때가 온거야.


드디어 '에를뾰이' 가 뭔지-----




그러나 그 후 벌어진 일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내 앞에 그대로 주저앉은 슈므는 마치 갓 태어난 갓난아이마냥 서럽게 통곡하기 시작했다.


대체.....


대체 왜 슈므까지 이러는거야.


'에를뾰이'가, '에를뾰이' 가 대체 뭐길래.




슈므가 오열하기 시작하자, 하늘 저편에서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청연을 감싸던 포근한 안개가 사라지며 불길한 기운과 함께 요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내 마음속에 차오르기 시작한 감정은 공포도 절망도 아닌 고순도의 기쁨이었다.


그래.


아직 한가지 방법이 남아있어.


청연의 사람들도, 백해의 땅지기 슈므도 전부 이렇다면.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은-------
















































-안개의 신 무가 죽은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다행히도 나는 연단된 칼날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안개신의 봉인을 건드린자들로 부터 청연을 지켜낼 수 있었으며 무의 부탁대로 무에게 영원한 안식을 안계 주었다.


하지만, 사실은 아직 마음 속에 걸리는 점이 한가지 있다.




안개의 신 무가 사라지기전 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


자신의 목숨을 다하면서까지 나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러나 그건 도저히 무슨 의미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단어 하나를 내뱉으며 남긴 단말마에 가까운 무엇이었다.




어쩌면 대마법사 마이어를 포함한 선계의 현자들은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선계의 가장 높은곳을 방문하여, 그간 나의 여정을 안내해준 대마법사 마이어에게 나는 질문을 던졌다.




"저기, 혹시 마이어님......































'에를뾰이'란 말,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