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화의 로페즈

절그럭. 절그럭.

사람의 힘으로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기중기의 강철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리며 부드럽게 돌아가고 있다.

꽤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고 있는 듯, 한번 출렁일 때마다 부러질 듯 휘어지며 한 물림, 한 물림 줄을 끌어당긴다.

미스트 기어. 안개를 연료로 사용해 작동하는 발명품들.

'안개' 라는 어쩌면,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 힘은, 오랜 기간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노란색 색안경을 낀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잠시 다시 생각했다.

 

"흠. 신이 내린 선물일지도 모른다니."

 

저 안개는 이미 안개신이 내린 안개인 것을.

안개신이라는 존재. 그 실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가 있음을 부정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이 안개가 바로 그것이니까.

백해에는 안개신을 추종하고, 그 실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들었으니까.

 

절그럭.

상념을 깨는 소리에 남자는 시선을 다시 기중기로 돌렸다.

남자는 궁금했다. 이렇게 완벽하고 선물과 같은 안개의 힘이, 어째서 이들에게는 독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걸까?

 

요수.

로페즈는 오랫동안 그것을 연구했다.

요수와 요기. 그리고 신수와 안개. 그 차이에 대해서.

하지만 요수와 요기 자체를 그른 것으로 여기고 있는 선계의 사람들은, 그 요기가 가득한 공해로의 접근을 오랫동안 꺼렸고,

그 덕에 '환란의 땅' 이라 불리는 공해 아래의 지역은 아직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덜컹.

거대한 기중기가 무언가 걸린 듯한 소리와 함께 멈췄다.

그리고 무언가와 힘을 겨루는 듯, 팽팽해졌고, 기중기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탄성 안에서 기울어지면서, 당장에라도 부러질 듯 보였다.

이번에 잡은 요수도 꽤 크고 무거운 모양이었다.

 

"로페즈, 잠깐 이것 좀 봐주겠어?"

"네."

 

로페즈는 조금 높은 곳에 있는 기중기를 조작하는 곳 앞으로 이동해 안경을 살짝 고쳐 썼다.

레버를 조작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기괴한 모습의 괴물의 뿔이 허공에 떠 있는 부유섬에 걸려 있었다.

이대로 당겼다간, 저 괴물이 부러지든, 기중기가 부러지든 둘 중 하나일 것이 분명했다.

로페즈는 소매를 걷었다. 잔근육이 가득한 팔은 이런 일이 이미 수없이 있었다는 듯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뿔이 걸리지 않게 기중기를 다시 내리고, 옆으로 이동해서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덜컥.

 

"음? 이제 걸린 게 없을 텐데"

"역시, 말을 듣지 않지? 아까부터 이상하더라고."

"기중기의 미스트는 모두 채워둔 겁니까?"

"그럼. 아침에 꽉꽉 채워 놨지."

 

로페즈는 기중기의 미스트를 주입하는 연료통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자의 말과 다르게 연료통은 텅 비어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안개가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하나도 없..."

 

커다란 소리와 함께 비공정의 선체가 크게 흔들리며 기울며, 묵직한 것이 로페즈의 머리에 부딪혔다.

거대한 요수가 매달린 쪽으로 크게 기울기 시작한 비공정은, 이내 동력을 완전히 잃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탈출을 위해 각자 자신이 가진 미스트 기어를 작동시키려 했지만, 단 하나도 동작하는 것이 없었다.

 

'선계의 안개가 모두 사라졌어? 어째서? 어떻게...?'

 

핏빛으로 물드는 흐릿한 시야 밖으로 사람들과 함께, 더 높은 곳에 떠 있던 비공정들이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

로페즈가 타고 있던 비공정은, 거대한 요수의 무게로 빠르게 환란의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주마등처럼 빠르게 흐르던 생각은, 가장 중요한 것을 떠올리고는 멈췄다.

 

"로절린드... 사벨리... 위험..."

 

그리고, 생각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안개 사라져서 환란의땅으로 추락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