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그래도 안개신 레이드는 성공 할거라는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민심 해체의 단계다.
11년… 직원으로서 11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옆에서 무섭게 커가는 걸 지켜만 봤다.

우리 회사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순 없다.
지금 네오플이 못하는 건 전부 다 내가 못 해서가 되어야 한다.
단순이 게임이 개노잼이라서가 아니라,  회사에 고여있는 썩은물들 때문에 말아먹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유저한테 사랑받는 게임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적폐 세력들이 던전앤파이터를 망치는 걸 넘어 회사를 죽이고 있다.
기본이 게임 밸런스, 손가락 문제다.
처음부터 칼을 뺐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 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 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