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안개는 뭔가 청량하다… 높은 습도탓일까? 어릴적 호기심으로 가습기를 얼굴 앞에 틀어놓고 들이마쉬던… 그렇지만 그것과도 조금 다르다.


뭐랄까 폐속이 시원해지는… 그런 감각이 들지 않는가? 


짙은 안개 낀 날이면, 늘상 매일같이 걷던 등굣길도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던 기억이 난다


자욱한 안개속을 걷노라면 쏟아질듯 몰려오던 아침잠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평소와는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를 감싸던… 


그 몽환적이고 비일상적인 기상현상 앞에 어린 나는 어느새 압도당해 어린아이 특유의 상상력과 모험심을 십분 발휘하여 평범하고 지루하던 등굣길도 어느새 두근거리고 흥미로운 모험의 장으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새들의 지저귐은 마치 모험의 길에 오른 나를 축복하는 천사의 나팔처럼 느껴지고, 하늘높이 뻗은 가로수는 신비한 엘프의 숲처럼 느껴지는…


그런 어릴적 나의 짧은 모험은 어린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교문 앞에서고나면 덧없는 꿈으로 기화해 흩어지곤했다.


허나 어릴적 내가 느낀 두근거림이 무색하게도 어느덧 20대 중후반 들어서 청년이 된 나에겐, 안개란 지독한 하늘의 장난으로밖엔 느껴지지 않게 되버린지 오래였다


안개… 대기중의 수증기가 뭉쳐서 짜증나게 시야를 가리는 귀찮은 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던 내게 ‘안개신’ 업데이트는 다시금 안개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안개신의 발냄새…. 무심코 생긴 의문은 점점 눈덩이 처럼 그 크기를 불려, 어느새 무시무시한 집착이 되어 내 마음속 한 구석에 자리잡았다.


아마도 이 충동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과거에 짧은 모험이 못내 아쉬웠던 내 유년기의 미련이 형태로써 자리잡은것이 아니였을까


안개신의 발냄새를 맡으면, 어릴적 그 모험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그런 일말의 기대감이 나로서 하여금 그녀의 발냄새에 집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