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3요약

1. 이 게임은 PVE로, 반복 플레이 "과정"이 재미있는 PVP와는 대비되게 반복 플레이 "결과"가 재밌는 RPG 계열의 게임임

2. 그러나 재미를 주어야 할 반복 플레이의 결과=레이드 보상이 맛없기 때문에 지금 안개신 레이드가 재미있을 수가 없음

3. 잘 만든거 인정(퀄리티 굿), 재밌는 거 인정(금방 휘발되지만 경험 재미 굿), 근데 레이드 보상은 노인정(좆노맛)





현대 게임에서 재미의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짧음

당장 AAA급 대작 게임들, 가령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라던지 하는 게임들을 봐

잘 만들었지

뽕 차고

주인공 뒤지게 간지나고

결말? 말할 것도 없지 감동 그 자체임


근데 그 게임들의 말로는 고작해야 한자릿수 단위의 n회차 플레이로 뽕 뽑고 유저에게 단기적 경험을 안겨준 뒤 그대로 진열장행임

이러한 게임들은 문화콘텐츠적 측면에서 작품으로서는 훌륭할 수 있지만

반복 플레이로 인해 유저의 플레이 타임을 확보한다는 놀이감 측면에서는 훌륭하지 못할 수도 있음

플레이 자체에 변수가 적기 때문에 유저를 계속 붙잡아 놓을 근본적인 원동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함

그래서 이러한 PVE 게임중에서도 반복 플레이 경험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게임 자체가 변수덩어리일 수밖에 없는 오픈월드 쪽으로 게임 세계를 구성하는 추세임


살아남고 변화하고 현대화된 잘나가는 게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콜 오브 듀티나 리그 오브 레전드 따위의, 반복 플레이를 기본으로 삼지만

변수 덩어리 그 자체인 사람들과 랜덤 매칭되어 매 번 다른 양상이 나올 수 있는 PVP 게임들이 주류임


반면 PVE가 주류인 RPG는 반복 플레이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장르는 맞지만 PVP와는 결이 좀 다름

엄밀히 말하면 PVP 게임들처럼 반복 플레이 경험 그 자체가 재밌다기보단

소위 말해 노가다로 대표되는 반복 플레이로 얻는 어떠한 보상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음

그걸 얻어내는 것, 다시 말해 파밍 과정 그 자체가 재밌는거임


이 게임에 한해서는 콘텐츠의 질적 향상이나, 콘텐츠가 자아내는 경험의 재미를 논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음

레이드 던전의 재미? 금방 소모되고 휘발되게 마련임

당장 지금 교배아저씨 목을 먼저 따느냐, 안개신 피가 먼저 잠기느냐 경쟁하는 상황에

재미가 남아있을 리가 있나?


그 마스터피스라 불리우는 해방 라르고조차, 연단된 던붕이들 상대로 고작 1달 버티는 게 한계였던 걸 떠올려봐라


1달이 지나자 평타 클리어, 캐넌볼 클리어, 대시평타 클리어, 점프평타 클리어, 각성기 클리어, 원스킬 클리어 같은 괴인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오질 않나

최근에는 딜러 2명으로 2인 해방클까지 나오는 상황임


이 게임에서 콘텐츠가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그~닥 크지 않다는 거임

왜냐? 좆고수 던붕이들에 의해서 장난감화되기까지 얼마나 버티냐가 다른 정도지

결국 언젠간 장난감이 되게 되어있으니까


PVE 게임에서는 변수가 극히 적어서 반복 플레이 그 자체에 재미를 부여하기가 매우 힘듦

당장 교배아저씨나 안개신만 해도 매번 고정된 패턴을 사용하니까 적응하면 쉽게 지루해지는 지점이 찾아오는거고 ㅇㅇ


해르고가 고평가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음

고정 패턴을 사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울라이크를 연상케 하는 "유저의 피지컬적 실력"이라는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하게끔 설계되어 있으니 반복해도 충분히 재미를 찾을 수 있지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변수덩어리 검은선을 얹어서 수많은 던붕이들을 울부짖게 했고


지금의 안개신 레이드는 까놓고 말해 일련의 과정 자체가 재미없다기 보단

결과가 재미없음

레이드 선호층조차 하드 아스라한으로 빠지는 건 명백한 보상 설계 실패라 생각함

그냥 경매 물품 리스트만 봐도 한숨이 나오는 판이 5판에 4판 꼴로 나오는구만 뭘


유저가 레이드를 가려는 목적은 단순히 등산 과정에서의 재미가 아님

그건 매우 쉽고 빠르게 휘발된다

솔직히 등산 하는 중에 주변 풍경이 보이디?

등산의 목적이 뭐냐? 산 정상이지

산 정상의 그 경관이 목적이야 

하는 중에는 앞에 있는 흙이나 바위밖에 안보임 ㅋㅋㅋ


등산의 목적 그 자체인 산 정상 꼭대기에 섰는데

정작 그 경관이 드럽게 못생겼기 때문에 더 역체감이 심한거다


하다못해 바칼조차 그때 당시(일칼만 있던 시절, 출시 극초창기 시절) 기준으로는 매우 파격적인 보상들을 줬었다

그래서 안개신 노잼의 가장 큰 원인은 융합석이라고 생각함

가치책정 미스로 대미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여 안개신 레이드의 난이도를 너무 쉽게 만든 것도 문제지만

습득처를 레이드로 한정하지 않고 서고/기록실에서 쉽게 얻게 하여 파밍의 난이도를 너무 쉽게 만든 것도 문제라 생각함


파격적이었어야 할 레이드의 보상에 융합석이 자리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서고나 기록실이라는 서브 콘텐츠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좀 이상하다 생각이 든다


유저 니즈 및 배려 차원에서 노말/하드/레이드로 난이도를 세분화한 건 좋다 이거야

그러면 당연히 유저 니즈 및 배려 차원에서 보상도 더욱 세분화해야하는 거 아님?


노말 아스라한은 초심자를 배려한 난이도니까 패스

하드 아스라한은 레이드를 가기엔 한끗발이 부족하거나, 레이드를 두려워하는 이들을 배려한 난이도니까 당연히 레이드를 기준으로 삼아 레이드 대비 보상 획득량을 낮춰야 하는 게 맞음

레이드는 하드 아스라한 대비 더욱 높은 보상을 원하는 선발대 유저층, 준비된 유저층에게 레이드는 매력적인 보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음


근데 엄연히 격이 다른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보상에서 확률적으로 기록실 열쇠 대신 계귀 열쇠를 지급한다던지 

융합석을 안개신 레이드(개전 포함)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서고/기록실에서도 얻을 수 있다던지


보상 책정 찐빠가 수두룩 빽빽이니 레이드의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잘 만든 거 인정(신선한 부분 여럿 있었으며 레이드의 레벨 디자인 및 구조적 완성도는 진일보했다는 생각)

재밌는 거 인정(금방 휘발되지만 PVE 게임의 한계상 어쩔 수 없는 부분)

근데 보상은 노인정. 개 맛대가리 없음


욕하는 이유? 단 하나

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