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도마뱀 놈들은 우리가 당연히 누려 왔던 날씨조차 뺏어갔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계절과 날씨를 그들의 색으로 물들여갔다. 마치 과시라도 하듯이.


천계인을 짓이겨 빚어낸 양분으로 꽃을 피워내길 즐기던 요룡들은 자신들의 소굴에 도통 어울리지 않는 화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무성했던 삼림은 기분 나쁜 열기만이 감도는 고립무원의 황무지가 되었다.


천계 황실이 자랑하는 누각의 연못은 그 빛깔을 잃은 채 서릿발에 뒤덮혀 역겨운 거룡의 안식처가 되었다.





 


700년에 달하는 오랜 세월 동안, 펄펄 끓는 가마솥이라도 된 듯이 용의 겁화가 끝없이 불타오르던 천계 대륙. 

긴 압제의 세월 동안, 제대로 된 눈 한 번 내린 적이 없었다. 혐오스러운 폭룡왕의 주둥이에서 나왔음이 확실한 잿더미가 구름을 더럽히거나, 재가 먼지와 끔찍하게 뒤얽힌 덩어리가 눈 대신 내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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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나 되어 불의 숨을 거둔 날, 그 날은 유난히 공기가 건조하고 차가웠다. 


별안간 수많은 먹구름이 머리 위를 뒤덮더니 이내 천계 해방을 축복하듯이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신이 내린 최고의 걸작을 손에 받들었다. 




눈에 차마 다 담지 못 할 정도로 아름다운 눈 결정이 기분 좋은 차가움을 선사하며 내 손을 감쌌다.


나는 확신했다. 수백 년에 걸쳐 타오르던 해방의 불씨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음을.


이런, 아무래도 눈만 오는 게 아닌가 보다. 비도 같이 오는 모양이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내 실책이다. 누군가 지금 나를 본다면 엉망진창으로 펑펑 운다고 오해할 것 아닌가.


볼과 손 끝이 약간 아플 정도로 시려오지만, 지금은 더 즐기자. 이 아름다운 광경을.

내 앞을 살아갈 천계인들에게 바치는 천계의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천계인들에게 이 눈꽃 한 송이를 헌화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