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얼굴도 모르는 다른 누군가들과 싸운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전적만 오르는 고요한 전자전..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이 조용한 전쟁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한다.






야심한 새벽, 휴대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시발 뭐야..."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연속으로 울린 4번의 알람음,

인터넷 모양의 아이콘을 보고 직감한다.


"..스캇 짤이군...."


예상은 적중한다. 호두의 왕생당 모자가 보이자 마자 삭제를 누른다.


평소라면 차단 사유에 '니엄마요', 'https://m.ruliweb.com/' 등의 장난질을 치겠지만


테러짤은 그래선 안된다. 속도가 생명이다. 한 사람의 피해자가 더 발생해선 안된다.


조용히 테러 템플릿을 눌러 처리한다


삭제된 게시글. 조회수 26


미안하다 25의 피해자들아..


이왕 눈을 뗀 김에 챈을 좀 둘러본다.


'ㅅㅂ스캇짤', '완장 뭐하냐!!', '아 시발 봐버렷어'


완장 뭐하냐는 글을 눌러 댓글을 본다. 뻔하지.. 완장보다 빨리 본 니가 완장감이 아닐까요 정도의 댓글일거다


"완장보다 빨리 본 니가 완장감이 아닐까요"

ㄴ힘을 얻는다면

ㄴ직접하죠?

ㄴ(대충 작성자의 화내는 콘)


훗.. 뻔하지 이쯤 되면 수학 공식같다.

숫자를 넣으면 정해진 답이 나오는 수학공식


긴장이 풀리고 다시 졸음이 쏟아진다.


아, 잠들기 전에 19탭 한 번만.. ..전부 다봤던거군.


조용히 잠에 든다.







나른한 저녁 금요일 6시


신고 알람이 하나 뜬다


'이새끼좀 처리해줘'


신고된 게시글에 들어가보니 댓글에서 유저간에 싸움이 붙은 모양이다.


댓글수 151.. 보기만 해도 머리아프다.


이런 신고는 전후사정 파악이 필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봐야한다.


니엄마가 어쩌고

니아빠가 어쩌고


딱보니 그냥 유치원생 싸움 수준이다.

조금만 양보하고 ㄹㅇㅋㅋ치면 넘어갈것을

댓글이 100개가 넘도록 싸우고 있다.


그냥 뒤로가기 누른다.

다른 완장이 처리해주겠지


3일 뒤, 아직도 처리 대기중이라고 뜬다.

다른 완장도 나랑 비슷한 생각인가보다.






띠링.


흥미로운 신고글이다.


주딱이 신고먹었다.


챈을 보고있었기에 내가 가장 먼저 발견했지만

구태어 처리하지는 않는다.


과연 주딱은 자기자신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른 완장이 활동하는게 포착됐다.


아.. 쟤가 처리해버리겠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아무래도 같은 생각인가보다.


시간이 지나고 조치결과를 홈쳐본다.


별도조치(글 삭제)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나보다.








평소 눈여겨보던 좆같은 새끼가 신고먹었다.


침착하게 채널 규정과 탬플릿을 검토한다.


절대 실수가 있어선 안된다.


마음같아선 1년 갱차 때리고싶지만 참는다.


별거아닌 어그로 글이다.


규정에는 30일이지만 정도에 따라 완장재량하에 1시간~1년이다.


눈물을 삼키며 3일 준다. 시발럼


채문게로 찾아가본다.


금새 앙망문이 올라와있다.


호출된 완장이 내 속도 모른채 1일로 줄여준다


시발럼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뭐지 시발 스캇 테러인가?


보통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서둘러 챈을 켜서 들여다본다


소수 인원이 다수 인원을 신고한 것


이 경우는 테러가 아니다


어기기 쉬운 규정 위반 다수를 신고한 것


기특하면서도 테러인줄 알고 놀라게 한 것에 약간의 원망스러운 감정이 바닷물에 흘린 핏방울 같이 미약하게 남아있다 사라진다.


별거아닌 경우엔 글삭만 하고 넘어간다.

그 와중에 좆목 정황이 보인다. 넌 30일 컽!


신고자 이름을 본다. 참 많이도 신고했다.

너, 직접 완장할래?


닿지도 않을 마음속 중얼거림은 음절이 되지 못한채 사라진다.





나는 오늘도 얼굴도 모르는 다른 누군가들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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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챈 완장하며 겪은 일을 종합해봤습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