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불태우시오!”

 

 마을 사람들은 다 같이 모여 십자가에 매달린 남자를 향해 돌을 던졌다.

 

 최근 마을에서는 어느 위장자가 한 가정을 모조리 찢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아이가 마지막까지 꼭 안고 있던 새하얀 토끼 인형이 전부 검붉게 물들었음이, 그 현장의 참혹함을 보여주었다.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마을주민들은 십자가에 매달린 남자가 피해자 가족과 친한 사이이며, 둘째 탄생 기념 작은 가족 파티에 함께 참여한 것을 밝혀냈다.

 

 “내가 아니야! 나는 그때 그 집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단 말이다!”

 

 남자는 십자가에 매달린 채 소리쳤다.

 

 그러자 어느 마을주민이 돌을 던져 그의 미간을 맞췄다.

 

 “변명하지 마라! 그 집에는 강제로 출입한 흔적이 없었단 말이다! 너 말고는 그 사람들이 문을 순순히 열어줬을 리가 없단 말이다! 이 더러운 위장자 놈아!”

 

 그렇다.

 

 일가족이 모두 살해당한 그 현장에는 그 누구도 강제로 침입한 흔적이 없었다.

 

 가족들은 그 호의적이지 않은 손님을 경계하지 않고 순순히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아니야! 나는 술 퍼마시고 집에서 자고 있었다고!”

 

 “에잇! 시끄럽다! 당장 불태워라!”

 

 분노한 마을주민들은 남자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남자가 매달린 십자가 밑동에 불을 붙였다.

 

 “으아악! 내가 아니야! 너희는 위장자한테 놀아나고 있다고! 지금 나를 죽여도 그놈은 너희를 모조리 죽일거다! 이 멍청한 놈들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불에 타며 비명을 지르다 사망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타고 남은 재를 담아 장례도 치르지 않고 숲에다 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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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며칠 뒤, 마을에서는 다시 한번 일가족이 전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제서야 자기들이 엄한 자를 죽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회하던 마을에서 또다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전과 똑같았다.

 

 집에는 누군가 강제로 출입한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딱히 그 집에 초대된 사람도 없었다.

 

 마땅한 용의자를 추정하지도 못한 채, 마을은 위장자의 위협에 처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을은 그 규모가 작아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도 모두 알고, 누구 집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도 서로 다 알던 사이였다.

 

 그렇기에 행동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그를 위장자로 몰아, 불태워 죽였다.

 

 그러나 위장자에 의한 살인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서로를 의심하던 마을주민들은 결국 서로를 의심하던 끝에,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서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기뻐하던 마을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집에 벽을 쌓고, 서로 죽이고 약탈하던 마을은 모습을 드러낸 위장자에 의해 모두 살해당했다.

 

 위장자에 맞서 싸우기엔 이미 마을주민들은 너무 적은 수만 남았기에 위장자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모두 살해당한 것이다.

 

 위장자의 정체는 맨 처음, 무고한 첫 피해자를 불태우자고 강하게 주장했던 자였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 진실조차 모른 채, 서로를 죽이다 결국 위장자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마을이 붕괴하고 얼마 뒤, ‘성안의 미카엘라’가 나타나 그를 따르는 프리스트들과 함께 위장자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검은 성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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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오베리스 로젠바흐는 슬픈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맞은 편에는 테이다 베오나르가 있었다.

 

 테이다가 말해준 이야기는 비극적인 마을의 이야기였다.

 

 “그러게, 내가 늘 말하지 않았나. 위장자는 모두, 때려죽여야 한다고.”

 

 테이다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런 비극을 다시 반복할 수 없기에 한시라도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테이다는 이 말을 끝으로,

 ‘체스트타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위장자가, 또다른 비극을 낳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