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길드 회의를 시작한다."



클래스 별로 한 명씩 있는 17명이 함께 속해있는 어느 한 길드. 길드가 창설된 5년동안 긴급히 길드원을 모두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라 : "그래서 이렇게 일요일에 모두를 소집한 이유가 뭐임? 아직 캐힐 7캐릭 남아서 바쁜데"


닼나 : "다름이 아니라... 던파ON 출첵해라."


홀리 : "지랄을 해요 지랄을"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길드원을 소집시킨 길드장 홀리오더였다.



홀리 : "다들 바쁜건 알지만, 이번에 너희를 소집한 것은 길드에 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렉븜 : "큰 일이요?"


홀리 : "그래. 혹시 이전에 길드 포인트가 11만정도 쌓여서 이번 주 목요일에 수리비 할인을 구매하겠다고 공지했던건 봤겠지?"


로제 : "ㅇㅇ"


홀리 : "이걸 봐라."



홀리는 길드 현황판을 드래그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홀리 : "긴급 수리비 할인 소모 22회. 총 78회 남았다."


홀리 : "그리고..."


홀리 : "장비 수리비 할인... 남은 갯수 '0'개..."


16명 일동 : "???"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11만 길드 포인트의 수리비 할인은 총 1000회. 여기있는 전원이 57번씩을 수리해도 남을 정도의 양이다. 그런데 이번 주 목요일에 구매한 수리비 할인이 3일 뒤인 일요일 오전에 모두 증발한 것이다.



홀리 : "그래서 일단은 니들이 이번 주 목요일 이후 뭐했는지 간단하게 말해봐라."


수라 : "난 뭐 평범하게 목요일 게이볼그 초전도 쌀먹하고 하루 자수 20캐릭 캐힐돌려서 그 골드를 현금으로 바꿨음"


홀리 : "일단 이 새끼 가둬"


수라 : "? 잠깐 나 아니ㅇ"



수라는 영원의 전당으로 끌려갔다. 나머지 7캐릭만 좀 돌리고 들어가겠다는 그의 억울함이 가득한 울부짖음이 길드던전 전체에 울려퍼졌지만 이윽고 조용해졌다.



요원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수라를 유력 용의자로 체크했다.



홀리 : "블레, 너는?"


블레 : "핀즈 3단과 회랑 2단. 게이볼그는 쩔 받았어."


홀리 : "피로도는?"


블레 : "안썼고. 공헌도가 증명해줄 거야."


닼나 : "자랑이다 겜안분녀석"



'블레는 아닌가.'

요원은 블레를 X표시로 체크했다.



홀리 : "격투가들, 너희는?"


패황 : "결투장"

얼디 : "결투장"


렉븜 : "저번에 쟤네가 결투장 츄라이해서 소환사로 갔는데 오지말라고 강퇴했어요 븜븜 ㅠㅠ"


닼나 : "렉븜 니가 잘못한거임"


렉븜 : ?



'쟤네도 아닌가.'

요원은 두 격투가들도 X표시로 체크했다



홀리 : "거너들. 너넨 뭐 했어?"



그러자, 까마귀와 로제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로제 : "실은 그게..."


까마귀 : "퐁퐁성 판마다 수리 눌렀다. 뭐 어쩔건데?"


홀리 : "이 씨발놈이"



갑자기 급발진 박는 25세 이상 금지직업



까마귀 : "아니, 쓰라고 산거 아님? 한 판에 한 번 수리 하던가 말던가 알바임?"


홀리 : "이 새끼 가둬"


까마귀 : "좆까 병신아 그 전에 길드 나갈거임"



'25세이상금지 님이 아라드 길드를 탈퇴하셨습니다'



홀리 : "씨발. 로제 너는?"


로제 : "미안. 난 저거 횟수제가 아니라 기간제인줄 알고 나도 판마다 수리했어"


홀리 : "에효 솔직하니까 한 번 봐준다. 다음부턴 불 들어오면 좀 수리해"


로제 : "ㅇㅋ"



'거너들은 자백인가.'

요원은 두 거너들을 목록에서 지웠다.



홀리 : "우럭 넌?"


우럭 : "이번 주 던파 유기했음"


홀리 : "왜?"


우럭 : "여친이랑 술 먹고 데이트함"


홀리 : "이 새끼 가둬"


우럭 : ?



우럭은 배반의 미로로 끌려갔고, 이것은 내가 우럭을 본 마지막 순간이었다.



홀리 : "렉븜, 이번 주 뭐 했어"


렉븜 : "호에에..."


홀리 : "뭐했냐고"


렉븜 : "하와와..."


홀리 : "... 너 장비 뭐 꼈어"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는 렉븜. 그리고 홀리는 렉븜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팔을 때렸다. 그러자, 수 많은 뇌광의 번개, 메테오, 흑빛의 구슬, 얼음, 번개가 난잡하게 뿌려져 회의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홀리 : "너 자수꼈네?"


렉븜 : "씨발 들켰노"


홀리 : "끌고 가"



렉븜은 영원의 전당으로 끌려갔고, 요원은 렉븜을 유력 용의자로 체크했다.



홀리 : "이단."


이단 : "던파 안함."


홀리 : "왜?"


이단 : "밸패 꼬라지 보셈"


홀리 : "아"



길드원 일동은 부랄을 탁 쳤다.



쿠노 : "우린 엘붕, 드랜, 뮤즈랑 넷이서 핀즈 회랑 하드바칼 세트로 뺐음"


드랜 : "ㅇㅇ"

뮤즈 : "ㅇㅇ"


엘붕 : "도중에 인던에서 무기 빨간불 몇 번 들어와서 긴급 수리는 우리가 쓴거같음 ㅈㅅㅈㅅ"


홀리 : "그건 ㄱㅊ"



'긴급수리 뿐인가.'

요원은 네 명을 X표시했다.



홀리 : "요원 너는?"


요원 : "핀즈 회랑 게이볼그 하드바칼. 애초에 난 이거 한 캐릭밖에 안 키워."


홀리 : "ㅇㅋ"


홀리 : "닼나야 넌 뭐했냐"


닼나 : "핀즈 3단쩔, 회랑 초월쩔, 게이볼그 3단쩔, 하드바칼 6인쩔 피로도는 전부 캐힐"


홀리 : "봉산탈춤으로 잘도 쩔하노"


닼나 : "너 지금 뭐랬냐"



'닼나도 아니군.'

요원은 다크나이트도 X표시 체크했다.



홀리 : "야 6번째 남븝 니가 마지막이다"


크리 : "시발련이"


크리 : "숙련레벨 쌓는다고 공짜 시나쩔했음"


홀리 : "ㅇㅋ"




'이로써 일단 1차 조사는 끝인가'

요원은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를 X표시 체크했다.



홀리 : "일단 여기까지 하고 다음부터 좀 주의해서 쓰자"


홀리 : "이것들 다 공공재산이야 함부로 낭비하는 일 없도록"


"ㅇㅋ"



회의가 끝났고, 모두들 각자 자기 할일을 하기 위해 떠나 회의장엔 요원 혼자 남아있었다.


'정말 이대로 끝난건가? 의문점은 모두 다 해소된건가?'


아무리 머릿속으로 계산해봐도, 이들이 수백 회를 전부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조사할 필요가 있겠어.'



일단 길드를 나간 까마귀부터 조사해보기로 했다. 룩은 구클스, 세팅은 출혈... 명성은 4.6인가?


던담 흥신소를 통해 조사한 바로는 이 자의 캐릭 수는 4캐릭. 만약 풀피로도를 판마다 수리 했다고 가정해도 1000번의 수리비 할인이 고갈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요원은 영원의 전당의 감금자들을 찾아가기 위해 슬픔의 성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도중에 배반의 미로에서 의문의 도움요청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무시하고 영원의 전당으로 향했다.


그곳엔 수라와 렉븜이 귀갑묶기 형태로 묶여있었다.


요원 : "수라, 렉븜?"


일단 대충 그들을 풀어줬다.



수라 : "휴"

렉븜 : "호에에... 씨발"


요원 : "레이븐은 내가 조사해봤어. 많이 쳐줘도 200번 정도 혼자 쓴 모양이더군."


요원 : "렉븜, 솔직히 말해. 수리 몇 번이나 했어?"


렉븜 : "많이 쳐줘도 난 30번도 안했어..."



렉븜은 자신의 모험단을 보여주었다. 상단에 일렬로 늘어져있는 걸레 페도 다섯 명. 즉, 렉븜은 여븜 다섯만 키우는 유저였던 것이다.


렉븜 : "자수도 소환사한테만 줬고 나머진 아칸이야..."



요원은 수라를 노려봤다.



요원 : "너는?"


수라 : "난 아니라고 씨발"


요원 : "지랄 마 20캐릭씩이나 쌀먹을 쳐 돌리는 니가 아니면 누군데?"


수라 : "진짜 아니라고"


수라 : "수리 그딴거 아깝게 왜 골드를 쳐 내고 수리함? 애초에 할인이고 뭐고 쓴 적도 없다고 씨발"



수라는 다 낡아 해져버린 잊땅 수리쿠폰 뭉치를 보여줬다.



수라 : "이제 만족해?"



요원은 잊땅 수리쿠폰을 만지작거리며 멍해져 있었다. 렉븜도 아니야? 수라도 아니야?



렉븜 : "그런데 있잖아."


렉븜이 조용하게 말했다.


렉븜 : "내 기억에, 영원의 전당이란 곳은 이렇게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아닌거로 아는데."


수라 : "ㅇㅇ 정화율이란걸 채워야 지역을 열 수 있고, 영전은 이전 지역 정화율 다 채워야 열림. 지금 생각해보면 존나 끔찍한 컨텐츠노"


렉븜 : "니가 어케 아노?"


수라 : "전에 레이븐이 골드주고 길던뺑이 대리맡김"


렉븜 : "쌀먹 시발 ㅋㅋ"



요원은 뒤통수를 쌔게 맡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정화율? 영원의 전당에 감금?


그렇다면 설마...

...

...

...

...

...






























"크크큭... 병신들..."

"애초부터, 왜 1000개를 샀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이제 지들끼리 싸우겠지? 병신새끼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