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학병원에서 일했었음. 산재처리담당자로.

이런 여름에 오늘 같이 널널한 날씨 좋은 금요일이 되면 가끔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 다쳐서 복무전환 되어가지고 대병에서 공익으로 전역하고, 일 다 할줄 아니까 당시에 병원 산재 처리 담당자가 출사휴가를 가서 대체인력 단기계약직으로 일했었다.


그날은 오후에 정형외과 진료 받는 날이라서 주사 맞고 반차 내고 병원 앞 피씨방에서 던파를 하고 있었음. 야간에 응급원무 대근 서주기로 했어서 좀 쉬다가 저녁 먹고 출근 하려고 게임좀 하고 있었음. 당시에 대학에서 사업하다가 현금 땡겨 쓴 빚이 좀 있어서 열심히 돈 벌고 있을 때 였거든.


며칠 비가 오려고 덥다가, 시원하게 이틀정도 쏟아지고 더위가 좀 가신 날 이었다. 저번주 이번주 날씨 같은 느낌이었지. 바람도 좀 불고, 그늘 들어가면 버틸만치 더운 날씨였음.


당시에 우리 동네에 비가 존나 많이 왔어서 낡은 건물 지하에 있는 가게들은 장사 쉬고 습기먹은 가재도구 빼다가 햇볕에 말리고 하고 있었음. 2층 피씨방 흡연장 창문으로 밖을 보면서 그래도 날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하고 있었다.


근데 그거 알지. 정전 될때 모든 전기 제품의 팬이 동시에 멈추면서 슈우웅.. 하고 존나 조용해지는거. 그리고 나서 사람들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내가 무의식적으로 생각 하고 있었는지 툭, 전기가 끊어지고 에이 정전인가보다 게임 꺼졌겠네.. 이러고 담배 한대 더 물었음. 사장님도 흡연실 와서 전기 나갔다~ 이러고 담배 무시더라.


근데 창문 아래 1층 출입구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라.  뭐지, 이러고 내려다 보니까 지하에서 누가 뛰어 올라와서 뭐라고 뭐라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어디 전화하고, 병원으로 존나 뛰어가고 하는거임.


촉이 딱 왔음. 아 씨발 이건 백프로 뭐 좆된거다. 싶어서 나도 뛰어 내려가면서 병원 응급실에 전화해서 배드 남았냐고 물어봄. 남아 있다고 하길래 정문 앞 상가인데 뭔 사고난거 같다, 사람들 갔으니까 혹시 모르니 준비해줘라, 구조사나 119가 갈수도 있다. 이러고 사람들한테 물어봤음


그 왜, 그거 알지. 전기 팍 터지면 스파크 튀면서 불나는거. 그게 그거라더라고, 아크 플래시가 팍 튀면서 주변에 있는 플라스틱, 철, 비철, 이런걸 녹여서 같이 터져 나오는거래. 지하에 습기때문에 배선 상태가 안 좋아서 전기 기술자들이 둘 왔는데, 사고가 났다더라.


근데 시발 진짜.. 보기 너무 힘들었음. 아버지가 기술자고 아들이 일 배우고 하는 업장이었는데, 부자가 출장을 나온거임. 아들이 그 스파크랑 막 녹은거 얼굴부터 상체 앞판에 뒤집어 쓰고 후라이팬에 눌러 붙은 계란 프라이 떼어 낸 것 처럼 익어가지고 사람들이 부축해서 나오는데 아버지 비명지르면서 숨 넘어가려고 하는거 보니까 돌겠더라


병원 앞 상가라서 약국도 있고 그래가지고 뛰어 들어가서 냅다 달라고 해가지고 거기 약사선생님한테 식염수 받아가지고 화상부위에 막 들이 부었음. 제발 파편이나 녹은 고체들 박힌채로 굳지만 마라 제발 하면서 존나 들이 붓고, 그 약사선생님도 화상용 약재들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나왔다가 얼굴인거 보고 아무것도 못 하고 나랑 같이 차가운 식염수만 냅다 들이 부으면서 응급실로 같이 감. 진짜 대학 앞이고, 또 병원 앞이라 젊은 사람들, 기초적인 의료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음..


외진 나온 애들이랑 같이 나온 소대장으로 보이는 육군 소위 하나랑 우리 병원 주차장에서 주차관리 하시는 은퇴 경찰 출신 아저씨랑 보고 뛰어와서 주차 아저씨가 병원 앞 건널목에서 몸으로 길 막고 수신호 해서 부축해 가는 시간 만들어주시고, 군인애들 다리 절뚝이는 애, 안대 낀 애도 좆됐다 싶었는지 막 허둥지둥 뛰어와서 환자 업고 같이 존나 달렸다.


대병 앞이나 응급실 앞에 신호등 좆같은 이유가 이런 상황이나 구급차 편의를 위해서니까 착한 던붕이들은 이해 해 주도록 하자.


응급실 입구가 보이는데 안에서 배드 끌고서 사람들이 뛰어 나와서 눕혀가지고 막 뛰어 들어갔음. 환자 아버지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이름만 부르면서 막 뛰어가고. 환자는 아빠 아빠 이러면서 찾는데 시발 진짜 못보겠어서 야외 벤치에 앉아서 멍때리다 야간 근무 들어감.


처치하고 응급수술하고 그러고 있더라, 나 근무 들어가니까. 그래서 아는 의사들한테 물어보니까 눈은 못 살릴 것 같고, 얼굴도 외관적으로 노력은 해보겠는데 고치려면 진짜 존나 힘들거다, 못 고친다고 봐야된다 그러더라.   


별 좆같은 일이 다 있구나, 이러고 며칠 좀 우울했음.



근데 이 일이 진짜 개 좆같았던게

내가 산재담당자였다고 했잖아.

얼마 지나서 얼굴이랑 상체에 붕대감고 휠체어 타고 그 환자랑 아버지가 산재신청서류 넣으러 와서

내 얼굴 보더니 아버지가 손잡고 너무 고맙다고 그러면서 우시더라.. 시발 진짜..




가끔 떠오르는 기억인데 남들한테 얘기하면 좀 나아지길래 던붕이들한테 말해봤음. 무서운얘기 대회도 있더라. 이거 무서운거 맞지? 난 아직도 무섭거든. 여름, 금요일, 던파, 피시방. 이러고 있음 기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