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의 줄거리 세 줄 요약:

흰 맥북을 고칠 것이다

램은 바꿨고

오늘은 시프트 키를 조진다


BGM: Europe - The Final Countdown

분해와 조립하는 내내 대변이 급했는데, 그 심정을 담아서 BGM을 선정했다


Q. 이새끼 작성한다고 해놓고 어디 갔음?

A. 술 마시고 뻗어있다가 일어나서 마저 쓰는 중이니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Q. 님 이런 거 어디서 전문적으로 배운거임?

A. 놀랍게도 걍 야매로 되겠지 싶어서 막 도전해보는 거임 ㅇㅇ 망가지면 거기까지인걸로 하자는 생각으로 했음


읽기 전에 주의

본인은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기에, 혹여 흰둥이 맥북의 키보드를 고치겠다고 이 글을 참조하는 일이 없기를...

요컨대 Don't try this라 이말이여


전편을 안 봤다면 여기로

다시 말하지만, 이 맥북은 시프트 키가 지속적으로 오입력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드를 다른 컴퓨터에 꽂아서 테스트해보니 시프트 키에 문제가 없는 걸로 보아서

원인은 내부 키보드로 짐작된다

키보드와 삼자면담을 하기 위해서...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뒷판을 따고 시작하자

저번에 교환해준 시금치 램이 웅장한 초록빛을 띠고 있다

우리는 지금 보이는 대부분의 부속품을 다 뽑아낼 것이다

둠 슬레이어가 악마들을 찢고 죽인다면 여기서는 부품들을 돌리고 뽑는 것이지


작업은 항상 안전하게, 배터리 단자를 뽑는 것부터 시작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꽂아둔 채로 하면 미세부품에 쇼크가 와서 부팅이 안 될 수도 있다더라


이따가 우리를 애먹게 만들 단자가 눈에 보이고 있다

아아... 이것은 복선이라는 것이다

회수를 하지 않으면 욕을 먹는 것이지


뽑는데 애먹을, 아까와는 다른 단자들이 보이고 있다

이 단자에 담긴 철학을 아시겠읍니까 휴먼?


이 기기에서 삼각나사는 배터리에만 쓰이는데, 악랄하게도 스티커 뒤에 한 놈 더 숨어있어서 총 세 개가 쓰인다

이걸 알 턱이 없어서 하마터면 맥북을 확 찢어버릴 뻔했다...

그러니 전붕이들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는 교훈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와 SSD를 뽑아내었다

묘하게 SSD는 사진에서 취급이 안 좋군

제대로 등장하는 꼴을 못 봤다


중앙에 보이는 가로로 긴 단자가 키보드의 입력을 받는 케이블이다

제거는 쉽지만 장착이 드럽게 어려운 케이블 되시겠다


이것은 쿨링 팬을 뽑아내려다가 나사산을 조질뻔해서 남겨뒀던 사진이다

바람개비 모양으로 나사산이 깎인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세상사도 바람처럼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음을 자그마한 나사에서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각설, 나사산을 약간 희생해서 결국엔 나사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까지 이미 두 시간이 흘렀고, 한 시간은 이 나사를 뽑는데 써먹었다

작업은 아침 열한 시부터 시작했다


먼지 쌓이지 않은 팬은 처음이지? 라고는 해도 저번 글에서 이미 공개했기 때문에 신기함은 반감되었다


다음으로 제거할 것은 힌지 부분에 붙어있는 배기구인데... T8 드라이버를 사용해야하는 이 나사도 영 빠질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나사와 적절한 (무력) 협상 끝에 평화로운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비밀로 하자


별 어려움 없이 ODD를 뽑아내는 모습이다

두번째 SSD를 달까... 하다가 이 맥북은 좋은 음악 감상 기기로 쓰기 위하여 ODD는 그냥 두기로 한다

음악은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


음악이 마약입네 하는 소리를 하면서도 램까지 착실하게 뽑아둔 모습이다

사진으로는 없지만 왼쪽 상단의 세 케이블을 뽑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다

단자가 작다보니 잘못 꽂거나 빼내면 그 순간 파킨-하면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무언가 보인다

하지만 아직 형태가 완전하지 않기에,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

그나저나 사진도 많고 글도 긴데 언제 이 글이 끝날지는 나도 모른다

상중하로 나눌걸 하면서 후회하는 지금이다


액정 케이블 되시겠다

여기서 우리의 복선을 회수하자

이 단자는 단자 중 최약체라서, 위로 잡아뽑았다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파킨-하면서 죽어버린다

얌전하게 앞의 핸들을 잡고 수평방향 뒤로 빼주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셀프 수리의 경우, 이 단계에서 이 케이블을 조져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번에 처음으로 이 단자의 처치법을 알았다는 것은 당연한 비밀이다


여차저차해서, 로직보드까지 뽑아낸 모습이다

우측 상단 부분은 전원이 들어오는 단자인데, 안쪽에 얽히듯 걸려있어서 빼내기가 매우 힘들다


휑하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마냥 싸늘하게 스친다...

어쩌면 주딱이 말한 전자기기 야짤의 진면목은 이렇게 부품조차도 없는 맨바닥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나는 불가능...

더 잡아뜯을 것이 없어보이지만 아직 남아있다

우리는 저 검은 판도 뜯어낼 것이다


맥북... 갈랐다고...

그 전에 우선 상판부를 분리한 모습이다

이제 맥/북 으로 부를수도 있겠다


뭐하고 있냐 몸통아 이리 와서 붙지 않고

라는 모 만화의 대사가 떠올랐는데 정작 어느 만화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애초에 어느쪽이 몸통이지... 

컴퓨터의 CPU는 이 경우 하판에 붙어있는데, 그러면 상판부가 몸통인 것인가?

오늘의 고뇌 주제 되시겠다


보기가 매우 괴로운 사진이기에 설명을 좀 붙이려고 한다

흰색 하판과 검은색 판은 서로 강력접착제로 붙어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붙어있는 두 판의 빈틈에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무리하게 틈새를 벌리는 모습이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떼내는거 존X 힘들어 야발


인 간 승 리

봤느냐 기계놈들아

물론 한 시간 반 걸려서 떼어낸 걸 보면 이긴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키보드의 전자기판이 나온다

문제가 되는 왼쪽 시프트 키는, 해당하는 전자기판이 뜯겨나간 상태였기에 작동을 하지 않고 그저 눌려있는 상태였던 걸 이 단계에서야 알았다

물론 사진이 영 이상해서 사진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바꿔줄 키보드는 영문배열

나는 어차피 코딩을 주로 하기도 해서, 한글이 적혀있지 않은 키보드라도 괜찮다

물론 이 키보드는 정품이 아니다 

인쇄 상태나 키감은 정품의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 사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저 흰색 돌기를 하나하나 제거하며 키보드를 떼어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원 버튼이 양면 테이프로 강하게 부착되어있어서 그냥 떼어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 드라이기는 훌륭한 열풍 공급원이 되어준다

다만 손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하자


즐거운 삼자면담 시간이 도래했다

나란히 높고 비교해보자면 키보드에 나있는 구멍의 모양과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바꿔줄 키보드의 구멍은 원형이기 때문에 아까 전에 봤던 하얀 돌기들을 다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남아있는 돌기들도 거의 싸-악 조져둔 모습이다

딱 한 개 남아있는 돌기는 운 좋게도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 녀석이었기에 그냥 두었다

조각용 칼이 없어서 일반 커터로 제거작업을 진행했는데, 손끝이 조금 부어서 타자칠 때 아프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므로

우리는 결과만이 남은 상황까지 빠르게 도달하도록 하자


반전이라면 반전이겠지만

이 글은 수리가 끝난 맥북으로 작성한 것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깔끔하게 시프트 키가 작동하고 있다


엄청 긴 글을 읽어주셔서 제리감사...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수리기행에서 보도록 하자

그럼 그날까지 


+ 전원 버튼이 눌리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분해를 해야할 거 같다

어흑마이깟